50% off Ice Cream Maker

Willams & Sonoma에서 아무래도 단종을 앞둔 듯 보이는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50% 세일하길래, 일주일 동안 생각하다가 질렀습니다. 미국에 온 뒤로 쭉 Ben & Jerry의 팬이었지만 너무 달아서 슬슬 물릴때도 되었기 때문에 대안을 찾느니 직접 만들어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50% 세일에 혹해서 아마존의 신통치 않은 소비자 리뷰에도 사게 된 것입니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아이스크림은 Ben & Jerry의 Butter Pecan 이나 Gobfather와 같이 견과류가 들어간 것이지만, 처음부터 어려운 것에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흥미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기본인 바닐라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레시피는 Food Network의 Tyler Florence(그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의 레시피는 ‘Ultimate’ 이라고 할만큼 정통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의 취향이 정통적인 레시피들에 반영되어 변형된 듯한…)의 것을 참고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Ingredients:

10 cups heavy cream

5 cups whole milk

Pinch salt

3 cups sugar

3 vanilla beans

24 large egg yolks

위의 재료는 1 Gallon (3.78 Liter) 분량이므로 1/4로 줄여서 1리터 좀 못 될만큼만 만들기로 했습니다. 조리법은, 홈페이지에 가면 주절주절 말이 많은데 우유와 크림, 설탕의 2/3, 그리고 바닐라 추출액(이 레시피에는 바닐라 빈을 넣으라고 되어 있지만, 빈 자체는 너무 비싸서 가정에서 쓰기는 부적합합니다. 저 레시피에 나온 만큼의 바닐라빈을 살 돈이면 콜라병만한 병에 가득 담긴 추출액을 살 수 있으니까요)를 섞어서 타지 않게 끓이다가, 남은 설탕 1/3과 계란 노른자를 섞은 것을 합쳐서 다시 살짝 끓여준 다음 식혔다가 아이스크림 메이커에 넣고 30분 정도 돌려주는 의외로 간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간단해 보이는 과정이 의외로 귀찮은 이유는, 일단 아이스크림 메이커의 본체, 그러니까 아이스크림이 담기는 그릇을 적어도 24시간 냉동실에 넣어 안에 담긴 냉매를 꽁꽁 얼려 주어야만 하고, 재료도 한 번 불에 끓인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서너시간 식혀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가 끓는 재료에 날계란을 섞을때는 탬퍼링이라는, 끓는 재료의 일부를 계란에 서서히 섞어 계란의 온도를 어느 정도 올려주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렇지않으면 계란이 익어버리는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불에서 내린 라면이나 순두부에 날계란을 섞으면 계란이 익는 것처럼…).

거기에 과연 이 30불도 안되는 아이스크림 메이커는 아마존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을만한 결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본체를 냉장고에 하루 동안 넣어놓았다가 아이스크림을 만들려고 꺼내서 전체를 짜맞춰보니, 얼어서 생긴 형태와 부피의 미세한 변화 때문에 서로 맞물려야 할 부품이 정확하게 맞물리지 않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기계는 아니니까 대강 짜맞춰서 그럭저럭 아이스크림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렇게 믿음은 가지 않았습니다.

하여간 기계를 30분 정도 돌리면 아이스크림이 완성되는데, 참을성 부족한 사람은 그대로 퍼먹어도 되고, 보통은 냉동실에 넣어서 완전히 딱딱하게 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렇게 완성된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니 역시 미국 레시피답게 계란 노른자와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색이나 질감, 맛까지 모든 면에서 빙그레 엑설런트 프렌치 바닐라 맛(노란 종이에 싸여 있는)과 비슷한데, 단지 질감이 그렇게 부드럽지는 못합니다. 아마도 이건 기계가 싸구려이기 때문에 저어주는 과정에서 그다지 많은 공기를 불어 넣어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중의 아이스크림에 반드시 들어가는 유화제(시중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의 성분을 확인해보면 맛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 화학처리제 따위의 이름을 볼 수가 있는데, 그것들이 아이스크림의 식감 Texture를 개선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모양입니다. Ben & Jerry의 Body & Soul 시리즈라고, 지방량이 보통의 제품보다 25% 적은 아이스크림을 2년 전인가 출시했는데, 적은 지방량으로 떨어지는 식감을 보충하기 위해 Inulin 따위의 첨가물을 넣어서 오히려 맛이 별로였습니다. 인기가 없는지 요즘은 찾아보기도 힘들더군요)를 넣어주지 않는 것이 주된 이유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도전해본 결과는, 그야말로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이었습니다. 쿠키든 케잌이든 미국에서 얻을 수 있는 레시피는 무조건 설탕의 양을 적어도 1/4은 줄이고 시작하는데, 일단 다음에는 그걸 철저히 지킬 생각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시중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의 texture는 얻기 힘들 것 같아서 계속해서 도전하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주말에 Potluck이 있으니 한 번 정도는 더 만들것 같습니다.

 by bluexmas | 2007/02/27 13:08 | Lif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at 2007/02/28 12: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2/02 00: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2/04 13:02 

독일 빵들이 아무래도 잡곡을 더 많이 넣었겠죠… 버터를 쳐 넣은 미국 빵들에 비해서는 훨씬 더 나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