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성질 급한 누구는 술이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어 오겠다고 뛰쳐 나갔다던데, 그저 평범한 소시민 & 독신남인 저는 세탁기를 돌리는 동안 블로그에 수다나 떨랍니다. 보통 금요일에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일주일 동안의 빨래를 한꺼번에 모아서 돌리는데, 너무 오랫동안 바지며 셔츠며 양말이며 다 모아서 찬물에 빨았더니 별로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아서, 오늘은 좀 분류해서 돌리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처음 빠는 청바지가 있어서 따로 돌렸더니 저녁 내내 빨래만 돌리는 기분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우습게도 세탁실이 2층에 있어서, 세탁기를 돌려 놓고 1층에 앉아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으면, 이러다가 집이 주저앉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때도 있습니다.

2세대 IPod Shuffle과 Ebay 사기

가끔은 죽기보다 싫을 정도로 지긋지긋하게 느껴지는 일주일 네 번의 운동 시간(일주일에 네 번이나 운동을 한다니, 철인 삼종 경기에 도전하냐고 비아냥 거리며 물어보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저같이 죽어라 운동해도 몸이 안 만들어지는 사람은 지금부터 부지런히 해봐야 환갑 기념으로 축소 3종 경기에나 도전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사주에 물을 피하라고 나와서 수영을 안 하니까…)에 부지런히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시켜주던 HP&Apple 512MB IPod이 지난주 갑자기 수명을 다 했습니다. 1년 반 정도 썼나? 처음에는 전지가 다 닳은 줄 알고 충전을 열심히 시켰지만 허사더군요. 이번 달에는 생일을 맞아서 이미 거하게 지른 죄가 있는지라 자중하는 의미로다가 다음달까지 60기가까리 5세대 짜리로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지만 Treadmill에서 매일 두 번씩 바닥으로 내동댕이치고 또 떨어지기 전에 잡으려다가 되려 제가 떨어질 뻔한 위험을 겪고 난 뒤에 아마존에서 파란놈을 주문했습니다. 사실은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Ebay에서 어떻게든 좀 싸게 사볼까 품을 팔다가 홍콩놈이 ‘IPod Shuffle 4기가 $20’이라고 올려놓은 걸 보고 얼씨구나 좋다고 바로 Buy It Now를 질렀는데, 알고 보니 2세대 Shuffle은 1기가 밖에 -_-;;; 청구서 날아오는 즉시 Paypal로 돈 찔러줬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Ebay에서 친절하게 메일을 보냈더군요. ‘회원님이 거래하신 판매자는 매물에 이상한 점이 발견되어 징계조치 되었으니 혹 거래를 하셨다면 대금 지불을 하지 마시고…’

어쩌나, 이미 돈 보냈는걸 T_T

하여간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는 일, 즉시 카드회사와 Paypal에 Claim 찔러넣고 기다리는데, 뭐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경험상 돈 돌려받는 것은 문제가 아닌 듯 보입니다. 알고 봤더니 있지도 않은 물건들을 미친 가격에 올려서 돈 지불하게 만든 뒤 들고 튀는, 전형적인 Ebay사기 수법 같습니다. 뭐 Feedback은 아는 애들 몰아서 넣게 만들고…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바, 정의는 곧 승리하리라고 믿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일을 너무 열심히 했나? 4기가 셔플이라니 속아 넘어간 저의 상상력도 만만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예전에는 J.Crew에서 옷을 살 일이 있어서 돈을 좀 아낄 심산으로 Ebay에서 싸게 파는 상품권 몇 장을 구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돈이 든 상품권의 잔액이 도착시점부터 $0이었던 아주 황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뭐 다행스럽게도 판매자도 사기를 칠 의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돈을 금방 돌려 받기는 했습니다만…

그냥 글만 올리기는 심심해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옆의 IPod은 작년 3월에 산 5세대 60기가짜리입니다. 스킨은 extrememac에서 산 Homer Simpson($30)인데, 회사에서 들고 다니면 다들 좋아합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늘 ‘입은 도너츠 먹으러 가서 없는거야(Mouth’s going out for doughnuts)’ 라고 받아쳐 주고… 그럼 또 단순하고 순진한 미국애들은 그렇게 유치한 농담에도 자지러지게 웃고…하여간 이게 생각보다 충격 흡수도 잘 하는지 벌써 대여섯번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는데도 멀쩡합니다. 사실 IPod을 써보기 전까지는 애플이 너무 디자인을 위해 기능을 희생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감이 있어서 쓸 생각을 안 했는데, 일단 대세가 그 쪽으로 가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써보면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제품군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인테페이스 측면에서는 최고라는 생각이구요. 저는 씨디가 꽤 많은 편이라 이걸 언제 정리해서 집어넣나 우려를 했었는데, 뭐 생각보다 간단하더군요. 뭐 저는 전공자는 아니기는 합니다만 디자인이나 그 디자인을 둘러싼 마케팅, Identification쪽에서는 경쟁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cnet같은 사이트에서는 그전의 USB직접 충전 방식이 좋았네 어쩌구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지만, 기존 크기의 채 반도 안 되게 줄여놓은 이 마당에 그걸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입니다. 아, 거기에다가 아직도 ‘스크린이 없네’라고 말씀들을 하시던데, 운동하다가 예기치 않은 곡이 갑자기 튀어 나왔을때 아드레날린 수치가 급상승하는 쾌감 따위는 스크린이 달린 IPod으로는 절대 맛 볼 수 없습니다. 자기가 무슨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지 알고 선택을 하게 되니까요.

아, 제가 운동할때 최고로 꼽는 곡은 Crash의 다섯 번째 앨범에 있는 Acid Rain입니다. D.R.I 리메이크.

Smoking Loon Cabernet Sauvignon

이전 글에서 밝힌 것처럼 이 레이블의 Zinfandel을 찾아 정처없이 헤메다가 눈물을 삼키며 포기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에 다시는 손 안 대려 했지만, Cabernet가 좋다는 친구의 덧글에 솔깃하여 오늘 퇴근 길에 한 병 샀습니다. 요즘 동네 술가게들에서 전 품종을 $7.99에 세일하고 있거든요. 지난 주에 마신터라 이번 주에는 넘어 갈 것 같지만 와인도 (싸구려나마) 좀 가지고 있으면 웬지 기분이 뿌듯해지는지라… 언제나 그렇지만 배불러서 다 먹지 못해 와인은 잘 안 사게 됩니다. 어쨌든 한번 따면 그 다음에는 맛이 없어 안 먹게 되니까요. 그리고 과실주는 늘 곡물로 만든 것들(보드카…)보다 뒷끝이 좋지 않습니다. 여태껏 보드카는 그렇게 마셔도 다음날 아침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포도주는 한 병만 먹어도 늘 머리가 박살나는게…

앞면은 이전 글에서 사진을 올렸기 때문에 뒷면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솔직히 해놓은 꼬라지를 보니 술맛보다는 이미지로 팔아 보려는 수작인 것 같습니다. 뭐 수퍼마켓만 가도 이정도 가격대의 와인이 고르기조차 끔찍할 정도로 널려 있으니, 눈에 띄는 이미지를 불어 넣어야 팔리는 건 인지상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주에 짝이 맞을만한 안주(뭐가 있을까요?)를 만들어서 마셔볼 생각입니다. 사실 저는 와인에 대해서는 일자 무식입니다. 몇 년 전에 그래도 어디 가서 까막눈 취급은 당하지 않으려고 책을 사다가 읽어도 보고 주말이면 품종별로 사다가 먹어도 보고 했지만, 일단 와인의 맛 자체가 제 취향이 아닌데다가 클래식 음악처럼 너무나 종류가 많아서 아우르기 힘든 것들에는 정을 붙이지 않는 요즘의 성격 탓에 앞으로도 계속 와인은 그저 이런게 있나보다, 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살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정말 복잡한 건 질색입니다. ‘어제는 ##양조장의 $$$$년 산 **를 마셔봤는데, 그 갓 깎아 낸 건초의 향기가 살짝 배어나오는 듯한 첫 맛에 상큼한 산딸기의 느낌이 드는 듯한…’

됐고 저는 그냥 보드카나 얼려서 마실랍니다. 안주도 필요 없습니다. 술과 나의 만남에 방해되니까.

Arcade Fire/ Black Mirror

네, 저는 Arcade Fire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무식쟁입니다… KCRW의 Podcast에서 매일 하나씩 공짜로 주는 노래들 가운데 이게 섞여 있었는데, 그러려니 하고 계속 넘기다가 오늘 이상하게 노래랑 감정선이 맞아 떨어진건지 계속 듣게 되더군요.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끝까지 뻗어 나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남겨 놓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여간, 곡의 절정에서 내뱉는 불어가 음울하게 섹시한 느낌이던데 주말에 판을 사서 들어볼 생각입니다.

아, 이제 빨래가 다 되었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by bluexmas | 2007/04/14 14:12 | Lif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가하 at 2007/04/14 19:27 

아이팟. 좋아보이고 갖고싶지만, 전 음악을 안들어요. 음악 듣는건 좋지만, 음악들으면 아무일도 못하거든요. 공부하고 일하고 기타등등 할일이 많은 저는 그냥 음악을 안들어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4/15 09:10 

그러시군요. 저는 거의 언제나 음악을 듣거든요. 그냥 다른 소리가 싫어서 그런가봐요. 공부할때는 안 듣는데 요즘은 직장인이라 별로 공부할 일이 없어서…

 Commented at 2007/04/15 12: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4/15 14:22 

빨래, 설겆이는 세상에서 바퀴 벌레 만큼이나 증오스러운 것이죠. 하하하…

들러주셔서 감사하고, 종종 들러주세요^^

 Commented at 2007/04/15 15:2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akondoh at 2007/04/15 16:28  

ㅎㅎㅎ 샀구나…근데 잠시 검색해봤더니 쉬라나 멀롯도 좋다는 정보가…ㅎㅎㅎ

뭐 어쩌라구…ㅎㅎㅎ…나 요즘 바쁜 건 아닌데 집에 잘 없다. 마눌님이 입덧중이시라 처가나 아버지집에 주로 가 있지…뭐, 한 2달 정도는 계속 이렇게 떠돌며 생활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