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Thanks to the Labeling

토요일 오후, 한국 수퍼마켓에서 파는 눈먼 Filet Mignon을 구워서 지지난주에 산 Cabernet와 먹을 기대에 부푼 채 공원에 달리기를 하러 나가려던 차, 저녁이나 같이 먹자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다운타운(40분 거리)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총격 사건이 벌어진 후, 여러가지 생각에 머리도 복잡하고  친구들을 만나도 어떻게든 이 사건을 입에 담게 될 것 같아 당분간은 사람을 만날 생각이 없었지만 친한 친구의 부름을 거절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침 저도 심심했고…

친구를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차, 제가 정색을 하고 물어봤죠. “Do you think the Korean should feel guilty about this?” 라구요. 사실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것을 물어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왜나면 1. 제가 이 사건을 같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2. 어쨌거나 이 사건을 입에 담고 싶지도 않으니까… 뭐 그게 그거겠지만. 어쨌거나 친구는 그렇게 대답을 하더군요. “There are more Koreans do good stuff.”

뭐 솔직히 이건 제가 생각했던 답은 아니었습니다. 어쨌거나 상관 없지만.

사실 그 어느 것도 듣거나 보고 싶지 않아서 뉴스고 뭐고 보지도 듣지도 않은채 일주일을 보냈기 때문에 어디에서 이런 의견을 이미 제시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이 사건의 원인은 결국 미국 내부의 사회 문제인 것이지,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이 옆에 있으니까 잘 얘기를 꺼내지 않지만, 몇몇 사람들은 미국의 공립학교, 특히 고등학교가 얼마나 배겨내기 힘든 곳인가를 얘기하더군요. 물론, 어디에나 집에서 교육을 너무 잘 받은 덕분에 특유의 악한 근성으로 남을 괴롭히는 품위있는 인간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적어도 단일 민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인종을 근거로 한 괴롭힘은 없으므로, 저같이 우리나라에서 학창 시절을 죽 보내고 어쩌다보니 미국 사회에 발을 들여놓게 된 사람들은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뭐 조기 유학간 중학교 동창이 어쩌다 귀국해서 쉴새없이 늘어놓는 미국 학교에 대한 그 멋진 이야기들이 어쩌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거죠. 저도 여기에서 태어나고 죽 자란 동양계 아이들이 학창시절에 다른 인종 아이들로부터 어떤 멸시를 당했는지 많이 들어왔으니까요. 그리고 거기에다가 자식들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닦아 놓았던 기반을 다 버리고 말도 잘 안 통하는 남의 나라에 와서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바쁘고 힘겹게 보내는 부모님들은 아마도 자식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기회를 제대로 가지지 못했을 거라는 ‘추측(이건 정말 개인적인 추측이지, 조 모씨의 가정이 어땠었는지 저는 모르고 또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 듭니다. 결국 조 모씨는 혼자만의 세상을 열심히 구축하면서 살아왔을지도 모를 노릇이죠.

글이 너무 두서가 없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범인이 한국계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 전체가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그냥 전반적으로 말도 안되는 살인 사건이 어딘가에서 일어났고, 순수하게 죽은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그거야 인지상정이니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그 이상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겠죠. 범인의 국적이 한국이 아니였냐고… 영주권이라는 제도는 결국 미국에게 이득을 가져다 주는 제도가 아닐까요? 일하고 세금도 내고, 할 것 다 하지만 참정권은 주어지지 않고, 또 범죄를 저지르면 추방하면 그만이니까요. 하여간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생각을 하면 할 수록 글을 이어나가기 귀찮아져서 대충 결론을 내리자면, 우리나라에 계신 분들은 그냥 우리나라의 이민 역사가 이정도 되다보니 이젠 이런 일도 일어나는구나, 정도의 생각과 함께 희생자에 대한 순수한 애도의 마음 정도만 가지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신다면 미국이 좀 더 제대로 된 사회통합정책 내지는 최소한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를 바라시거나… 저 역시 제목에 밝혔듯이, 이 사건으로 인해 저라는 개인이 어떻게든 또 어떤 부류로든 낙인 찍히는 것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by bluexmas | 2007/04/23 14:39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