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DVD 두 편- Casino Royale & Ocean’s Twelve

지난 주에 빌려 보았던, 철 지난 DVD 두 편에 대한 짤막한 글.

007 Casino Royale

저는 여태껏 단 한 편의 007 영화도 주의 깊게 본 적이 없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 007이라는 캐릭터의 느끼함이 싫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알고보면 그것이 바로 007의 기본 설정이고 매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애초에 저의 취향과 007은 맞지 않는 것이었겠죠. 그러나 극장에서 보려다가 어찌어찌해서 기회를 놓쳤던 Casino Royale에서의 007은 기름기를 싹 걷어 낸 육수와 같은 개운함이 느껴졌고, 모든 면에서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낼 수 없는 잘 만든 액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펼쳐지는 약 15분간의, 대사조차 없는 추격 및 액션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바로 그 전날 Pirates of Caribbean을 보면서 느꼈던, 쓸데없이 복잡한 줄거리의 액션영화가 주는 갈증이 가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그저 단순한 액션의 연속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007 시리즈는 결국 스파이물,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이야기와 등장 인물들의 갈등이 그 돋보이는 액션의 뒷자락에 잘 정돈된 채 깔려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이겠죠.

개인적으로는(뭐 세간의 일반적인 평처럼), 역시 Daniel Craig이라는 배우가 최근 계속해서 미진했던 007 시리즈의 부활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이미지에서 느끼함이 적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파이로서 가져야만 하는 냉정함과 결단력은 결코 이전의 007 배우들에 비해 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요. Daniel Craig이 등장하는 한, 앞으로의 007 시리즈는 기대할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성급한 생각을 해 봤습니다.

Ocean’s Twelve

솔직히 2001년에 Ocean’s Eleven을 보면서 저는 대체 그 영화가 왜 재미있어야 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그렇게 느꼈던 이유의 절반은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빚어내는 산만함 때문이었던 것 같고, 나머지 절반은 소인의 영화에 대한 몰이해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하여간, 그렇기 때문에 Ocean’s Twelve도 건너 뛰었지만, 매주 영화관에 가면서 예고편을 반복해서 보다보면 결국 세뇌가 되는 법, Ocean’s Thirteen의 예고편을 근 한 달 동안 매주 보면서 결국 개봉하면 보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를 위한 예습으로 Twelve를 빌려다 보았는데, 그럭저럭 재미있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편에서 Danny, Rusty, Linus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비중은 전편에 비해 줄어든 듯 보입니다. 아무래도 그것은 새로 등장하는 Catherine Zeta-Jones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쨌거나 전편에서의 산만함이 싫었던 저로서는 별 불만이 없었습니다.  Thirteen의 개봉을 앞두고 온갖 혹평들이 인터넷 곳곳에서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있지만 그래도 전편까지 예습을 했으니 보러 갈 생각입니다.

 by bluexmas | 2007/06/04 01:56 | Movi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잔야 at 2007/06/04 08:05 

제가 볼까말까 맨날 고민만 하고 막상 보진 않은 두 영화네요 ;ㅅ; 007 이번 주말에 봐야겠습니다!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6/04 08:09 

007 정말 재미있었어요. 극장에서 놓친 걸 후회할 정도로…Ocean’s Twelve는 만약 1편도 봤고 3편도 보고 싶다면 보시고 아니면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