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밖의 주말 음식 및 괴식들
금요일 저녁에 일찍 퇴근해서 간만에 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Wholefood에서 $10짜리를 $2.5에 세일한다고 해서 들고온 White Zinfandel을 마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원래 $10짜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화이트 진판델은 처음 마셔보는데, 원액에 물타서 파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희미하더군요. 뭐 품종을 떠나 맛이 희미하다는 의미입니다.
반찬 및 안주 삼아 연어를 구워먹었습니다. 언제부터 냉장고에 있었던 건지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어느 동네 실라칸스가 연어를 자식으로 낳았다고 해서 해양생태계에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뭐 그런 시절부터였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희미해서 사진도 좀 희미합니다.
아주 가끔 시간대가 맞으면 보게 되는 America’s Test Kitchen에서 ‘이렇게 만들면 단호박 맛나게 먹을수 있다!’ 고 해서 그대로 따라해 본 단호박 구이입니다. 프로그램에 의하면 전자렌지에서 10-15분 익힌 후 흑설탕+버터의 Glazing을 얹어 오븐의 Broil 모드에서 10분 안팎으로 마무리를 해주면 된다고 하는데, 그대로 따라해본 결과 호박 자체가 맛이 없어 별로였습니다. 어쩌면 진짜 오븐이 아닌 토스터 오븐에서 마무리를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호박엔 단맛이 별로 없고 설탕맛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지금 이 사진은 제가 와인을 너무 마시면 충동적으로 만드는 괴식의 일종으로, 이런 걸 만들어 먹으면 안된다는 자기 반성을 위해 올리는 것입니다. 역시 별 건 아니고 만들어둔 무화과와 딸기 젤라토, 또한 언제부터 냉동실에서 살고 있는지 모르는 Chocolate Genoise 쪼가리들, 거기에 그라탕을 만들고 남은 크림을 거품내서 올리고, 몸에 안 좋은 High Fructose Corn Syrup으로 만들었으니 버려야 된다고 마음만 먹던 딸기와 Dulce de Leche(우유를 조리다시피 해서 만든다죠)시럽까지…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굴러다니는 빈 접시를 보고 ‘신이시여, 제가 정녕 이걸 만들어 먹었단 말입니까!’ 라고 무릎을 꿇으며 절규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괴식이었습니다. 사진을 너무 자세히 보시면 유리식탁 밑의 제 발을 보시게 될테니 자세히 안 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건 일요일 브런치(!)로 먹은 냉장고 청소를 위한 모밀국수입니다. 무슨 국내 영세업체의 생면이었는데, 어디서 주워듣기를 대부분의 모밀국수가 모밀이 아닌 탄 보리로 색을 낸다던데, 아마 이게 그런 것 같습니다. 딱 그 보리차에 들어가는 보리 맛이 나더군요.
마지막은 추석에 먹었어야 했으나 시간이 없어 못 끓여 먹었던 토란국입니다. 토란은 뭐 그냥 먹으면 안된다고 해서 장갑을 끼고 깎은 후 소금을 넉넉히 탄 물에서 삶아 국물에 섞어서 한 소끔 끓인 뒤 먹었습니다. 보기엔 개밥 분위긴데 맛은 처음 끓인 것 치고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것과 상당히 근접했노라고 건방진 자기평가를 했습니다.
거기에 도시락으로 싸려고 Sausage Greenbean Pasta도 만들었는데, 아직 소스와 파스타가 합방을 안 해서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참고로 모밀국수만 빼놓고 나머지 음식은 한큐에 만들었는데 전부 한 두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이렇게 주말에 두어시간 들이는 것 말고는 평일에는 음식을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시간도 없고 해서…
# by bluexmas | 2007/10/01 13:12 | Taste | 트랙백 | 덧글(12)
…저도 지난 금요일에; 바쁠 주말을 대비해 단호박죽 하려다가..;
소금을 엎-_-다시피 하는 바람에, 다 내다버렸었었어야 했어야만 했었어요 ㅠㅠ
칼도 안들어가서; 일단 좀 익히고 나서 잘라서 다시 쪘었었는데 ㅠㅠ
(그냥 그 상태 대로 먹을 껄 그랬었나봐요;; )
보리맛 나는 메밀국수에게 묵념을▶◀
저 크림 덩어리의 공격, 장난 아닌데요^-^;?
그나저나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괴식은 생각보다 괴식이 아닐 것 같은데요(?) 칼로리상으로는 무시무시할듯하지만요 ㅜㅠ
토란국은 여기까지도 맛있어보이는 포쓰가 마구마구 전해져옵니다 +_+b
비공개 덧글입니다.
“엇, 발이다!” 하면서 글을 읽는데, 친절하게 말씀해주시네요^^
음 제일 군침 도는 것은 연어~
모밀국수가 탄보리라는건 첨 들었어요. 옴마나…;;;
괴식은 언제나 저는 소환해내고 있습니다(퍽)
비공개 덧글입니다.
전 추석이라고 뭘 해먹진 않았는데…주말에 결혼식가서 너무 잘먹어서 아직도 배가 부른 듯해요(물론 절대 그럴리는 없지만요 ㅎㅎ) 스테이크(tri tip) 3조각과 연어가 함께 나오는 식사는 처음 봤어요. ㅋㅋ 하객 1명당 $180짜리 케이터링이었는데 정말 맛있더라구요. 새신랑이 먹는데는 돈을 안아끼는 성격인지라….ㅎㅎㅎ (한국음식중에 육회가 제일 맛있다는 사람입니다)
웨딩케익이 심하게 달고 맛이 없었다는 것만 빼고는 제가 평생 먹어본 50회가 족히 넘는 결혼식 음식들 가운데 제일 맛있었어요 ^.^
카렌님: 저것만 한 500칼로리 될걸요? 무시무시하답니다…
잔야님: 사실은 맛있었어요…-_-;;;
비공개 1님: 저도 냉동실에 수백년 전부터 얼려 놓은 정체 불명의 얼음덩어리들이 가득하답니다. 발은 탁자 난간에 거의 매달려 있는 형국이랄까요…
핑크님: 저기 음식들 가운데 발, 아니 연어가 제일 맛 없었어요 사실은…
쏘리님: 저도 듣고 놀랐답니다. 발이 더 놀라운가요, 아니면 탄보리 메일국수가?
D-cat님: 저 괴식 생각보다 맛있어서 더 충격이었다는 풍문이…
비공개 2님: 그렇지 않아도 가을이라 손에 대한 슬픈 이야기들을 공개할 시기가…
intermezzo님: 토란국 쉬워요. 그냥 토란을 소금물에 삶아서 나중에 섞어 끓여주면 되거든요. 그나저나 샌프란시스코 가셔서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봐요. 저도 너무 좋아서 또 가고 싶더라구요. 야구철에 가서 야구도 보면…
샌프란시스코 좋았어요. 결혼식 참석한거 말고 그닥 뭘 많이하진 않았지만 (혼자 관광했으면 많이 보고 여러가지 음식도 먹고 그랬을텐데 친구의 친구들이 신경써주면서 데리고 다니는 바람에 계획하고 좀 많이 어긋나긴했어요;; 그래도 즐겁긴했으니까 다행 ^^) 서부로 이사가면 어떨까하고 계속 생각하고있었는데 왠지 약간 마음이 더 동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