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 후기(1)
어린 시절, 소집일은 일년 365(올해처럼 윤년이면 366)일 가운데 가장 싫은 날이었죠. 어색한게 싫었거든요. 학군이라는게 별로 필요가 없는 지방도시에서 멀리멀리 학교를 다니다보니 방학때는 학교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방학 중간에 불청객처럼 끼어있는 소집일에, 텅 비어서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학교에 가서 오랫동안 안 본 얼굴들을 보고 느껴야만 했던 어색함이 왜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던지…의무적으로 해야되는 대청소는 뭐, 말해봐야 입만 아픈거죠.
뜬금없이 소집일 얘기를 꺼낸 이유는, 블로그 봄방학이 그렇게 길었던 것 같지도 않은데 뭔가 다시 쓰려고 하니 그렇게 어색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이건 제가 생각했던 느낌과 너무 달라서 좀 의외네요. 하여간, 저는 그럭저럭 지냈는데 언제나 제 누추한 블로그에 들러서 재미없는 글이나마 즐겁게 읽어주셨던 분들 다들 잘 지내셨는지 참 궁금하네요. 이제 곧 월급쟁이 4년차로 접어드는데 방학도 없다보니 갑자기 봄방학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뭐 육신에게 봄방학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영혼, 까지는 아니어도 머리만이라도 어떻게 안 될까, 하는 생각이 아주 갑자기 들어서 단김에 쇠뿔 뽑듯 셧터를 내렸어요. 누군가는 그러면 공지사항이라도 하나쯤 올리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얘기도 해주셨지만, 워낙 저는 블로그 같은데 공지사항을 올리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냥 놔뒀더니 본의 아니게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문 닫고 도망친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오늘은 뭔가 쓰는게 너무 어색해서 그만 쓰고 내일 돌아와야 될 것 같네요. 내일은 좀 더 자세한 봄방학 후기라도…
# by bluexmas | 2008/03/21 14:03 | Life | 트랙백 | 덧글(11)
월요일까지 4일간 연휴죠.
봄방학은 잘 즐기셨나요?
약간 행복해지신 건 분명한 것 같네요?
하지만 다시 돌아오셔서 맘한켠이 괜히 편해지네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소집일 잘 보내셨으니 이야기 보따리 풀어주시겠죠. 환영입니다. ^^
쏘리님: 학교 생활 즐기고 계세요? 복학하셨던데… 아무렴 군대 복학 보다는 좀 낫겠죠? 염려해주셨다면 그것보다 더 고마운게 없죠^^
starla님: 억지로 행복해지려 하기 때문에 ‘slightly’ happier 인 것이죠^^
카렌님: 그래도 퇴학 아닌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근데 하루 논다고 월급 20% 적어지는 건 너무 박한 것 같아요T_T
비공개님: 괜찮아요. 눈팅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입니다요^^
나녹님: 소집일 정말 싫어요. 학교 대청소…
도로시님: 네이버 블로그는 언제나 로그인을 해야 덧글을 남길 수 있어서 쉽지 않아요…
모조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