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이들은 어디로
제목을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잃어버린 애들이라도 찾거나, 그것도 아니면 뭐 가정이라도 이뤄서 애를 가져야 되지 않겠냐… 이런 얘기일 것 같은데, 그건 아니고 다시 한 번 큰 기대를 가지고 새 학기를 시작했다가 별 볼 일 없이 사그라드는 것 같은 멘터링 프로그램 얘기에요. 예전에 글을 썼는데, 일종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건축과 학생들을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가능하면 이것저것 조언도 해주고, 뭐 그런 걸 하고 있거든요. 기본적으로는 건축사 면허를 따기 위해서 채워야하는 자원봉사 부분의 시간을 위한 것이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제가 가르치는데 관심이 있다보니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해서 아무런 망설임없이 시작한 것이거든요.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시작해서 벌써 세 해 가까이 표면적으로는 계속되고 있지만, 학생들이 의지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제가 별로 만날만한 멘터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지 학생들이 연락을 잘 안 하고 있죠. 처음 두 해에는 제가 나온 학교가 아니기도 하고, 또 회사와 집에서 너무 멀어서 저도 잘 찾아가지 못한 채 소홀했던게 마음에 걸려서, 올해는 제가 나온 학교 학생들과 엮어달라고 부탁도 하고, 또 작년 연말에 가서 만나기도 했건만, 새해로 접어들고 두 번이나 메일을 보냈음에도 답이 없더라구요.
저는 뭐, 가르쳐봐야 또 뭐가 부족한지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기회를 좀 자주 가지고 싶은데, 기본적으로는 도움을 원하는 사람이 찾지 않으면 이러한 관계가 의미 없어진다고도 생각해요. 물론 제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먼저 연락하기만을 바라지는 않아요. 거의 언제나 연락은 제가 먼저 하죠. 그건 거의 대부분의 인간 관계에서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 남자든 여자든 사람으로서 관심이 있으면 손은 먼저 내미는게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몇 번 시도를 한 이후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면, 이유가 어쨌든지 그 다음에는 손을 놓고 기다리게 되죠. 그렇게 시간이 꽤 지났는데 소식이 없어서 이젠 어떻게 해야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이렇게 이번 해도 별 왕래 없이 끝날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고 해서, 제가 무슨 엄청난 지식의 덩어리라서 거들먹거리면서 ‘좀 베풀어 주겠다는데 마다하는거냐?’ 라고 불쾌한 감정 따위를 가지는 건 아니에요. 저의 핏속에 흐르는 걸로, 또 경험으로 봐서 이러한 일들이 저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일 가운데 하나라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인데, 그게 생각이나 의욕만큼 풀리지 않아서 안타까운 것이죠. 학생일때의 저를 생각해보면, 언제나 비판, 아니면 그보다 더 나쁘게는 비난이 없이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는 없을까, 라는 아쉬움을 느꼈었거든요. 성공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 나름, 또 안 그런 사람은 안 그런 사람 나름으로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조금 더 파헤쳐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이 자기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들이나 그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들을 싫어하는 경향, 또는 습관을 가지고 있죠. 얘기가 쓸데없이 이런 데까지 접어들면 우울해지기 시작하는데, 정작 이런 담화가 우울해지는 이유는, 남들이 어째서가 아니라, 늘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조심하는데도 불구하고 저 자신이 그런 짓을 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죠.
회사 동료 하나가 맡고 있는 학생은 정기적으로 회사에도 찾아오고 같이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얘기도 잘 하는 걸 보고 있노라니 부럽다면 부러운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이런 푸념을 늘어놓게 되었네요. 제 아이들은 어디에서 울며 헤메는지, 아빠가 따뜻한 밥 지어놓고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어디에서라도 마주치면 꼭 전해주세요. 차비가 없다고 그러면 꿔 주시면 더 좋구요. 제가 갚아드릴테니…
# by bluexmas | 2008/03/26 12:45 | Life | 트랙백 | 덧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