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night Shame

어제 쓴 글을 내렸다.

사실 오전에는 그 글을 읽으면서 누구에게 들킬세라 소리를 죽여가면서 웃었다. 내가 쓴 글이지만 너무 말이 안 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술을 잔뜩 마시고 썼으니 그럴 수 밖에… 하여간 ‘이딴 말도 안되는 글을 사람들이 지나가다 보는 블로그에 떡하니 올려놓다니, 너도 드디어 미친게로구나’ 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마음껏 비웃고 있었는데, 오후가 되니 그 기분은 농담과 같은 비웃음에서 진담과 같은 그것으로 바뀌었다. 말하자면 나는 정말로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뭐 달리 말하자면 부끄러운 기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일단, 어떤 일이 있어도 회사와 관련된 얘기는 다시 블로그에 쓰지 않겠노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별 생각없이 깼다는 사실이 싫었다. 지나치게 사생활을 까발리는 것도 싫고 남 뒷다마 까는건 더 싫어서 이제 회사 얘기는 그만, 이라고 굳게 다짐했건만…

그리고 사실 그것보다, 내가 남의 불행을 발판삼아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게 너무 싫었다. 뭐 세상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길이 많고 많을텐데 굳이 누군가 잘 안 되는 걸 보고 너무 기분 좋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건데 그건 사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돈은 벌고 싶지만 더럽게 벌기는 싫다는 것 정도가 될까?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남의 불행까지 내 추가행복의 땔감이나 발판으로 바랄 필요는 없다는 얘기겠지. 땔감이라면 잘 타지도 않을 것 같고 그을음도 많이 남을 것 같고, 또 발판이라고 해도 온통 썩은 나무라서 두 발 다 마음 편하게 올려 놓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그렇지만 오늘, 오후에 현장에 나가기 위해 자질구레한 일들을 오전에 끝내느라 정신없이 서두르면서도 마음만은 편안하다는 걸 알아차렸을때 지난 얼마간의 기억들이 정말 주마등처럼 빨리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가 누군가에게 세상에 업이며 상식 같은 것들이 아직 살아있는걸 믿는다고 말했을때, 세상 지나치게 순진하게 산다면서 비웃었던 사람들, 이제는 믿을라나?

 by bluexmas | 2008/06/13 11:50 | Lif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at 2008/06/13 13: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ackout at 2008/06/14 03:40 

괜찮아요~ 사람이 살다보면 정말 어떻게 할수 없는 대 천적을 만날수도 있는거고 그런 천적을 만났다면 실컷 미워해도 될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지금까지 한 두명 정도 만났었고, 아직도 미워해주고 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6/16 14:12 

비공개님: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비공개님은 어떠세요?

blackout님: 아뇨 뭐 천적이라고 할 것도 없는게 능력도 없고 머리도 나쁜 듯… 전 이제 미워하지 않아요. 그냥 연민을 느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