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의 사건사고
1. Artisan Bread를 흉내낸답시고 일요일에 구운 빵은 껍데기가 정말 돌같이 딱딱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토스터에 구워 먹으려고 썰다가 너무 안 썰려서 빵칼을 도끼처럼 치켜 올려 빵을 찍었어야 했는데 잠이 덜 깬 덕에 왼손 엄지를 찍었다. 그래도 구워 먹은 건 빵이었다, 손가락이 아니고.
2. Carcass를 들으면서 신명나게 일하고 있었는데, J가 와서 내가 며칠 전에 산정한 주차대수에 착오가 있다고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일이 손에 안 잡혔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내가 싫어진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High Museum을 한 바퀴 돌았다. 심난했다. 누가 뭐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또 아무런 책임이 따르지 않더라도, 또 실수라고 할지라도 잘못된 건 잘못된 것. 물론 사람이니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상황이 실수를 좀처럼 용납하지 않는 종류라 많이 심난했다. 그래도 점심은 잘 먹혔다, 배가 고팠거든.
3. J와 휴가 등등을 의논하기 위해 얘기를 나누다. 원래는 어제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는데 일정이 어그러졌다. 이런 종류의 얘기를 누군가 하고 나면 생각나는 건 두 가지. 첫 번째는, 나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면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빠진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라는 것.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기 싫다거나 믿지 못할 존재라고 생각한다는게 아니라 왠지 요즘 세상이 사람을 믿는다고 말하면 누군가 고개를 쑥 내밀고 ‘”멍청한 놈!” 이라고 말할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4. 6월의 사고 이후 뒷목이 뻐근해서 Chiropractor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놓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너무 오래 지나서 해 줄 수 있는게 없다고. 이러저러 얘기 끝에 $100을 받기로 담판을 지었으나 구걸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게다가 J와 한참 얘기한 다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뭔가 안 맞아돌아가는지 영어를 한참 버벅거려서 더 기분이 나빴다.
5. 정비소에 사고 관련 이메일을 보내려고 공들여 썼는데 안 보내고 컴퓨터를 꺼버렸다. 똑같은 문장 다시 쓰는게 얼마나 지겨운지.
6. 언제나 밥은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해서 저녁에는 찬밥을 데워먹는게 일상인데, 오늘은 어찌해서 집에 돌아오는 시간에 밥이 되도록 밥통을 돌려놓고 나갔더니 집에 돌아오니까 밥냄새가… 아주 살짝 사람사는 집 같은 느낌이 들더라니까.
7. Do you know me?
# by bluexmas | 2008/08/06 13:07 | Life | 트랙백 | 덧글(6)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꼭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날이 있어요. 크게 나쁜 일이 생기는 게 아니면, 꼭 나 자신이 작은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해서 제법 즐길만도 하지요.
비공개 2님: 글쎄요, 제 실수가 ‘발각’되어서 좀 그랬지만 저 정도면 그냥 일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하루라는게 그렇죠 뭐. 사람을 믿는 문제는, 저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믿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zizi님: 웃으셨다니 저야 기쁠 따름이지요, 하하. 늘 이상한 일 투성이에요. 무슨 이상한 나라의 bluexmas도 아니고…
turtle님: 다쳤어요, 흑흑… 물어봐주시는 turtle님 최고T_T;;;
나녹님: 하지만 주방에선 ‘Sharp knife is safe knife’라고 해요. 벨거라면 깨끗하게 베는게 낫지, 무딘 칼로 베면 더 위험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