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깐풍기

외식은 언제나 중국음식, 그리고 먹었다 하면 깐풍기… 고등반점의 깐풍기는 아직까지도 태어나서 먹은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었던 다섯 가지를 꼽으라면 그 가운데 들어갈 음식이다. 우리 식구는 거의 언제나 뒷쪽의 작은 방에 앉아서 저녁을 먹곤 했다. 다들 배가 불러서 벽에 등을 기대야 될 때 까지. 이 곳의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는 깐풍기들도 그럭저럭 먹을만은 한데 옛날의 그런 맛은 아니라서, 직접 한 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레시피는 의외로 간단해서 닭고기를 튀기고 아주 간단한 소스를 만들어 다져서 볶은 야채에 버무리는 정도였다. 이렇게 간단한 걸 왜 아직까지 한 번도 안 만들었지? 하는 생각이 들만큼 간단했다. 참고로 레시피는 ‘여경옥의 중국요리’ 의 것이다.

재료

닭튀김

닭살코기 300g

달걀 1개

녹말 50g

식용유 3-4컵

양념

청, 홍고추 1개씩

대파 1/2개

생강 1/4개

마늘 2개

식용유 1큰술

청주 1큰술

소스

물 3큰술

식초 2큰술

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굴소스 1/2 큰술

후춧가루 1/2 작은술

참기름 1/2 작은술

만드는 법

1. 닭고기를 손질한다. 이 책에는 대부분의 닭요리에 다리살을 쓰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정확하게 다리 drumstick인지 넓적다리 thigh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넓적다리를 썼다. 껍데기와 뼈가 붙은 걸 사서 껍데기와 뼈를 발라낸 다음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이 과정에서 남은 껍데기와 뼈는 마늘과 파를 넣고 끓여서 국물을 내어 놓으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여름이니까 칼국수를 끓여먹어도 되고… 요리책에서는 닭고기에 간을 하라는 얘기도 없고, 오히려 소스를 쓰기 때문에 닭고기에 밑간을 강하게 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튀김을 할때는 튀김재료 및 튀김옷 재료 모두에 간을 하는게 좋다. 사실 튀김가루나 부침가루라고 해서 파는 것들 대부분의 성분표를 자세히 보면 밀가루에 각종 양념을 한 정돈데 소금과 후추 외에 마늘가루 등등이 들어간다. 닭고기에는 소금과 후추, 마늘과 생강가루를 뿌려 살짝 버무려 놓는다. 맛술을 살짝 뿌려줘도 되는데 튀김재료일 경우 물기가 너무 섞이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안 넣었다.

2. 튀김옷을 준비한다. 이 책에는 녹말가루+계란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나는 찹쌀가루+계란에 마늘가루와 소금, 후추로 양념을 했다. 이 책 말고 다른 요리책에는 녹말가루에 물을 섞어 두었다가 물을 버리고 앙금을 튀김옷으로 쓰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계란을 쓴 튀김옷이 별로 바삭거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다음에는 아주 찬물에 녹말가루를 조합해서 써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튀김 자체가 생각보다는 맛잇게 되었지만(튀김을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하니까),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아주 바삭거리지 않았다는게 옥의 티였다.

3. 야채를 썰어 준비한다. stick blender에 food processor 기능이 있어서 그걸 사용해 야채들을 다졌다. 식당에서 먹던 것들에는 마른 빨간 고추가 들어있어서 특유의 매운맛이 났던 것 같은데 없으므로 통과.

4. 닭을 튀긴다.

5. 소스를 만든다. 재료를 전부 섞는다.

6. 야채를 뜨겁게 달군 팬에 30초 정도 볶다가 청주를 넣고 튀긴 닭고기를 섞어 버무린 다음 소스를 뿌려 몇 번 뒤적거린다.

사실 스스로 먹이려고 만든 음식을 두고 맛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문데, 이 깐풍기는 맛있었다! 혼자 먹는게 아쉬울 정도로… 그리하려 부모님이 놀려오시면 가장 먼저 해드리기로 마음 먹은 음식이 되었다. 소스가 정말 만들기 간단해서, 이 소스만 만든 다음에 닭고기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조리해서 곁들이면 그럭저럭 먹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생각났던게 닭날개를 오븐에 구운 다음에 이 소스를 곁들이는 것. 고기 안 먹는 사람은 두부를 튀기거나 구워서 소스를 곁들여도 그럴싸 할 듯. 그리고 다 먹고 남은 양념에 밥 비벼 먹는 건 필수.

마침 냉장고에 맥주 한 병이 남았길래 감사하는 마음으로 곁들였다. Sweetwater는 아틀란타에서 만드는 맥준데 그나마 좀 알려진 상표로, Ale이 주종을 이룬다. 노란색의 딱지가 은근히 산뜻한 느낌의 이 녀석은 Indian Pale Ale. 주워듣기로 Indian Pale Ale은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던 시절에 인도에 퍼뜨리려고 만든 Ale의 일종인데 그 동네의 기후에 맞춰 조금 더 spicy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에 가장 많이 마시는 맥주. 우리나라 맥주는 거의 다 lager라고 알고 있는데 이제 라거는 안 마신다.

 by bluexmas | 2008/08/10 13:26 | Tast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Eiren at 2008/08/10 15:20 

맛있겠어요ㅠ_ㅡ!! 저도 튀긴 음식이라고는 먹을 기회가 없다시피 해서 더욱 맛있어보이나 봐요. 직접 하긴 기름 처리가 번거로우니, 기껏해야 일본음식점에 가야[그것도 1년에 한 번 갈까말까;] 먹게 되거든요.

점점 하실 수 있는 음식이 많아지시는군요^^ 이렇게 많이 도전해봐야 느는 것이 음식솜씨일텐데, 그런 의욕이 있으시다는 것도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笑兒 at 2008/08/10 21:38 

!!!!!!!!!!!!!

 Commented by blackout at 2008/08/11 11:47 

튀긴 음식의 진입장벽이 너무커요! ㅠㅠ 일식 가지 볶음을 하고 싶은데 가지를 튀겨야해서 미루고 있거든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8/11 12:50 

Eiren님: 너무 자화자찬이라서 재수없지만, 정말 맛있었어요^^ 기름은 그냥 버리고 아깝고 재활용하기도 그렇도 늘 어렵더라구요. 밖에서 주워온 골판지 상자에 병을 넣고 기름을 걸러서 부은 다음에 팬을 신문지로 닦아서 다 함께 담아 버렸어요. 저도 요즘에 음식 하려는 열정이라고는 거의 없었는데 갑자기 이걸 너무 해먹고 싶어서 기쁜 마음에 만들었죠^^

笑兒님: ?????????? -_-;;;

blackout님: 그거 가지 튀긴 다음에 조리는 건가요? 튀김기도 $80이면 산다고 하더라구요. 좀 더 자주 해 먹으면 하나 살 듯…

 Commented by 나녹 at 2008/08/12 13:04 

오오오 깐풍기소스 정말로 생각보다 간단하군요. 저는 항상 일본슈퍼에서 깐쇼새우 소스를 사다가 해먹고는 했는데;;

아니 그보다 저 맥주는 바로 며칠 전에 친구가 강추했던 품목이네요. 주로 스타우트 좋아하다가 요즘 에일에 손대기 시작했답니다 ㅎ

 Commented by 은사자 at 2008/08/13 20:31 

이건 거의 전문가의 손길이라고 밖에는… 너무 맛있겠어요.

blue님이랑 옆집에서 살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제가 음식을 맛있게는 못하지만 맛있게 먹는걸로 자신있거든요 그리고..제가 설거지를 아주 잘….쿨럭;;;;) 가끔 책도 바꿔 보고 맥주 마시면서 이 얘기 저얘기 하고^^

비행 다녀와서 허기진 마음으로 들어왔다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져서 가요.

흑…배고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