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지난해까지 아무런 가능성도 없으면서 연말이면 휴가를 쓸 일이 생길꺼야, 라는 막연한 기대만 품고 있다가 허겁지겁 아무렇게나 휴가를 쓰는 건 이제 좀 그만 두고 싶어서 올해는 이렇게 여름의 끝자락에 휴가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뭔가 좀 의미있는 목적지로… 목요일 오후 비행기로 북유럽 4개국을 떠돌아다니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시작해서 스톡홀름, 헬싱키, 오슬로를 거쳐 피요르드를 타고 내려와 다시 코펜하겐을 찍고 근처의 작은 섬에서 여정을 마무리 한 뒤 다시 코펜하겐에서 비행기를 타고 아틀란타로 돌아오는, 2주 반의 여행입니다. 유럽은 5년만이고, 사실 작년부터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찌하다보니 건너뛰고, 기름값 인상과 달러화의 약화 때문에 모든게 비싸진 올해에야 이렇게 떠나게 되었네요. 뭐 모든 계획이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이 여행을 시작으로 매년 어딘가 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구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어디엔가 매이지 않았으니까.
여행 계획은 비행기표를 산 것 부터 따지면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시작했고, 잘 곳을 찾는 것까지 벌써 한 달 전에 모두 마무리 지었습니다. 어차피 누구랑 같이 다닐 여행도 아니라서 Rick Steves와 Lonely Planet에서 나온 책을 참고해서 일정을 짰는데, 다른 유럽 동네들보다 주요도시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라서 기차로는 모두를 연결하는게 조금 불편하더라구요. 그래서 따지고 보면 가격에서 별 차이가 없는 비행기를 중간중간 전가의 보도처럼 써서 시간과 정력 모두를 아끼기로 했습니다. 물론 스톡홀름에서 헬싱키로 가는 페리는 재미로라도 한 번 타봐야 된다고 그래서 일단 갈 때는 그걸 타지만, 돌아올 때는 오슬로로 바로 비행기를 타고 갑니다. 자세한 일정과 교통편은 저의 가짜 여행기록용 블로그에 올려놓았으니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시구요. 연결되는 교통편을 생각해가며 시간을 한참 들여서 짠 다음에 Rick Steves에서 돈을 내고 전화 상담을 받았는데, 상담이 필요없는 것 같은데 왜 굳이 돈 쓰느냐고 되묻더군요-_-;;; 아까운 $50…
뭐 직업이 직업인지라, 투철한 직업정신에서 우러나오는 강박관념으로 무장하면 더 이상 걸을 때까지 싸돌아다니다가 매일 밤마다 좁어터진 호텔방에서 발을 주무르면서 눈물을 흘려야만 할텐데, 이번 여행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정말 보고 싶은게 아니면 건축에 관련된 건 대강 자제할 생각입니다. 거기에 큰 도시에서 여러 날 머무르도록 계획을 짜서 몸이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그냥 마음이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정말이지 요즘은 나라는 사람보다 내 삶이 더 비대해져서 사람의 어깨를 타고 앉아서 짓누르는 기분이라서 이 여행이 아니라도 어딘가 도망가고 싶은 마음, 정말 간절하더라구요. 그래서 여행의 바램도 가서 뭘 봐야지… 보다는 마치고 돌아왔을때 매일매일 너무 익숙해서 토할 것 같은 나의 일상이 정말 가능한한 낯설게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거라고나 할까요…
참, 뭐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것까지는 아닌데 어딘가에서 그림엽서라도 보낼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여행지마다 널린 게 그림엽선데 받아봤다는 사람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왜 그런지 궁금해서라도 이번 여행에서는 좀 보내보려구요. 사실 저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 기분이 어떤지 도저히 알 재간이 없지만, 여행지에서 보내는 그림엽서 받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신 분은 비공개로 덧글 남겨주세요. 그럼 저는 엽서를 보내드리고 주소는 광고물을 위한 주소 수집하는 회사에 넘겨서 여행 경비 가운데 일부로 충당할 계획입니다. 어려운 사람 도와준다고 생각하시고 많이들 참여해주세요. 참여율이 좋으면 회사에 주소 팔고 남은 이익의 10%을 돌려드릴 생각이거든요^^
# by bluexmas | 2008/08/27 14:00 | Life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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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이 눈에 뜨이면 사진 한 장 찍어서 나중에 올려 주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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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거 많이보고 맛있는것도 많이먹고 사진도 많이찍고 좋은생각도 많이하고오세요~~ 아 부러부러러ㅓ러





D-day는 이번 여행의 날짜였나요?
북유럽이라길래 오로라! 했는데 시즌이 아니네요 ㅠㅠ
편히 쉬다 오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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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님:아, 예전에 가보셨나봐요. 사실 전 부모님께도 엽서는 잘 안 보냈다는…-_-;;; 불효자에요.
보리님: 트렁크 하나 비는데요? 생각 있으시면… 🙂
비공개 3님: 국내 우편이 거의 없는데요?^^ 오예~ 하는 마음으로 남겨주셔도 괜찮아요^^
나녹님: 잘 다녀오겠습니다~^^
turtle님: 노르웨이의 숲 뭐 그런건가요? -_-;;;
비공개 4님: 벌써 대답해드렸죠?^^ 이상하게 여행기는 잘 안 쓰게 되네요.
basic님: 가본 사람도 헬싱키 좋다고…저는 하루밤 밖에 안 머무는데 조금 아쉬우려고 그러네요.
비공개 5님: 접수했습니다. 알아 모실께요^^
샤인님: 그 동네 음식은 사실 어떨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 비싸다고는 들었는데.
Eiren님: 이젠 성수기도 다 지났다고들 하더라구요. 어떤 분위기일까 저도 궁금해요.
모조님: 승무원 시험 응시용 사진입니다-_-;;; 차마 앞에서 본 얼굴을 올리기는 조금 걸려서요. 머리는 제가 워낙 사악해서 착해보이는 모양으로 한 걸까요? 가슴설레는 청바지는 뭔지 궁금해요^^
비공개 6님: 기대하셔도…좋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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