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
누군가는 그 좋은 기억들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설탕에 재워두고 본다고 얘기해줬는데, 나는 그 잊을래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굵고 짠 소금속에 재워 둬. 내다 버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면 벌써 썩어서 심한 냄새를 풍길테니까. 기억나? 함께 장을 보러가곤 했던 그 수퍼마켓 바닥에 놓여 있던 플라스틱 통, 아무도 사지 않던 소금 더미 속 고등어를? 고등어보다 소금이 더 많아서 나는 고등어들이 눈밭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다고 말… 아니 생각만 했지. 얘기했다가는 또 이상한 생각만 한다고 핀잔들을까봐. 영원의 몸을 찾아서 떠난 어느 별 사람들은 그들의 몸을 차가운 얼음 바닥 밑에 눕히고 떠났다고 들었는데 저 고등어들은 누구의 몸, 아니 누구의 기억이 저렇게 눕혀져 있는 것이고 또 그들은 무엇을 찾아서 떠난 것이었을까? 궁금해도 물어볼 수 없었던 물음들, 생각나도 얘기할 수 없었던 농담들, 그 모든, 옆에 두고서도 차마 할 수 없었던 것들, 그러나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그래야만 하는 기억들, 이제는 옆에 없어도 그렇게 남은 것들, 그 모든 저주스런 기억의 시작은 그날 그렇게. 지금 이 기억을 지닌 나의 삶이 사실은 무엇인가를 원래의 몸을 얼음 밑에 버리고 떠난 사람의 그것이라면, 나의 영혼이라도 이 몸을 떠나 차가운 얼음바닥속에 돌아가 드러눕고 싶으니까, 번호를 불러줘. 몇 번째 줄 몇 번째의 몸이 원래 나의 것이었는지… 그리고는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을테니까. 새로운 삶을 찾고자 떠난 또 다른 삶으로의 여행이 이렇게 피비린내 나는 것이었을줄은.
거기 당신, 아가미에 소금 들어온다고 불평 좀 그만 해. 바다에 있을 때는 뭐 좀 달랐었나?
# by bluexmas | 2009/05/05 10:58 | —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