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다니까!

어린이날은 어린이가 아니라 상관없고, 휴일도 백수니까 상관없지만 널부러져서 책을 읽다 말고 오늘 벌써 두 번이나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집 앞, 그러니까 단지 가운데에 자리잡은 공원에 틀고 있는 노래 좀 제발 꺼 달라고. 단지의 한가운데에는 시에서 전기비를 지원해준다는, 분수시설과 그럴싸한 조명, 유치한 조소작품 등등이 있는 작은 공원이 있는데, 세상에 가로등에 달린 스피커에서 주말이나 쉬는 날이면 노래가 나오는 것 아닌가, 그것도 이마트 같은데서 틀어대는 짜증나서 들어줄 수 없는 싸구려 가요들이. 일단 시끄러운 것도 시끄러운 것이지만, 몇 천 명이 사는 큰 아파트 단지에서 무슨 권리로 노래를 틀어댈 수 있는지, 그 어이없음에 열받아서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했더니 무려 입주자 대표분들께서 노래 좀 틀라고 씨디를 가져오셔서 튼다고 하더라. 불평하는 사람이 나 하나가 아닌 듯, 그 대표 가운데 하나라는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직접 전화해서 얘기 좀 해달라고 하시는데 그래도 휴일인데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전화해서 짜증내기는 싫으니 오늘은 일단 넘어가겠지만, 대체 공원에 아파트가 딸린 것도 아니고 아파트에 공원이 딸린 것인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했길래 공동생활하는 아파트에서 대놓고 노래를 크게 틀어대자고 얘기를 하는건지, 나는 그 사실에 더 어이가 없다. 누가 그 따위로 대표하라고 사람 뽑아 놨나, 참 사람들이 기여할 생각은 없고 그런걸 알랑한 권력으로 해석해서 어떻게든 힘을 써보려고 난리를… 오늘 만약 한 번만 더 노래 틀면, 생판 모르는 사람이고 휴일이고 다 필요 없고 전화한다, 아니면 찾아가든가.

 by bluexmas | 2009/05/05 16:14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