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목살 생강구이와 쌀막걸리
사람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삼겹살을 좋아하는 걸 보면, 축산 농가와 당국, 그리고 관계기관은 빨리 협력해서 온 몸이 삼겹살로 이루어진 돼지품종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도 삼겹살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까지 계속 오르는 삼겹살값의 추세라든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삼겹살의 어떤 외식 아이콘으로서의 이미지(아니면 환상…?)을 생각해보면 가끔은 이 삼겹살이라는 부위가 그 이름이나 지방 등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과대평가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삼겹살은 너무 기름기가 많아서 조리하기 쉽지 않아서 별로 즐기지 않는데다가 요즘 오르는 가격을 생각하면 차라리 호주산 쇠고기가 낫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지만, 고기 자체로서의 돼지고기를 과소평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둘 가운데 하나만 먹으라면 망설이기는 꽤나 망설이겠지만, 쇠고기 보다는 돼지고기를 선택할 확률이 더 높으니까. 삼겹살도, 말은 저렇게 했지만 싫어할리가 없다. 다만 돼지의 다른 부위도 맛있는데 굳이 삼겹살만 고집할 필요가 있냐는 것뿐…
어쨌든, 그렇게 삼겹살이 내키지 않는다면 돼지에게는 언제나 목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목살이 더 좋다(그래서 기린처럼 목이 긴 돼지가 나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목살이 정말 그 목에서 나온 목살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기는 하지만). 고기와 지방의 분포와 비율 모두 적당하고 따라서 그냥 구워먹기에도 좋고 양념에 재워두었다가 구워도 좋고(지난 주에는 싸게 나온 앞다리살로 고추장 불고기를 만들었는데, 불고기 자체에는 훌륭했지만 남은 몇 점으로 김치찌개를 끓였더니 기름기가 적어서 익은 고기가 너무 퍽퍽했다. 이 경우에도 목살이 삼겹살 대신으로 훨씬 나을 듯)… 귀찮지만 많으면 꿀과 고추장으로 양념장을 만들어서 재웠다가 구워 먹는데, 그게 너무 손이 많이 간다 싶으면 생강과 마늘을 갈고 소금, 후추 정도를 섞어서 참기름이나 올리브기름 등등과 버무려뒀다가 구워 먹는다. 사실 신선한 돼지고기에는 냄새가 별로 나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거슬리므로 생강은 좋은 선택이다. 고기로 배를 채우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이백 그램 정도만 굽는다. 바싹 구우면 물기가 없어지고 따라서 돼지고기 특유의 감촉이 떨어지므로, 이렇게 덜 구워도 될까 생각될 정도로만 굽는다(팬을 뜨겁게 달궈서 단 한 번만 뒤집는다). 돼지고기에 파무침은 기본이므로, 대파를 썰어서 매운맛도 뺄겸, 찬물에 한 시간 정도 담궈두었다가 물기를 쪽 빼고 참기름과 소금, 그리고 후추가루와 고추가루 정도로만 가볍게 무친다(쓰면서 생각해보니 깨소금을 빼먹었다T_T 어째 맛이 좀 허전하더라니…).
돼지고기엔 무슨 술이 어울릴까? Medium-Full body의 적포도주가 그럭저럭 잘 어울릴테지만 포도주값이 쓸데없이 비싼 실정을 생각해 볼때 제낀다면, 소주보다는 차라리 막걸리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도수도 그렇지만 막걸리 고유의 시큼함이 느끼함을 가져오는 돼지고기의 기름기를 차단해주는 역할을 하니까. 그래서 고른 막걸리가 자칭 ‘명품주’ 라는 서울 장수 막걸리. 시장에서 마시는 막걸리보다 훨씬 맑은 맛과 색을 자랑하지만 단맛을 주기 위해 쓴 이소말토올리고당의 단맛에는 거부감을 느꼈다.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흔히 그 이유로 고유의 시큼한 맛을 꼽기 마련인데, 이 막걸리는 신맛에는 거의 거부감이 없으나 막걸리가 목에서 넘어가고 그 신맛이 지나가고 난 뒤 바로 꼬리를 이어 나타나는 설탕 아닌 감미료의 단맛이 목에서 계속 걸렸다. 집 앞 가게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므로 다음에는 다른 막걸리를 찾아볼 생각이지만, 이 막걸리가 대세임을 생각해볼때 다른 마실만한 막걸리를 찾기는 쉽지 않을 듯.
# by bluexmas | 2009/05/05 20:49 | Taste | 트랙백 | 덧글(5)
비공개 덧글입니다.
그런데 온몸이 삼겹살로 이루어진 돼지라니.. OTL 그런 돼지가 나오게 된다면, 돈방석에 앉는건 시간문제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