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 Coffee(2)- 오랫만에 만든 커피 꿀 젤라토
커피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지만, 젤라토나 아이스크림이라면 적어도 만드는 흉내는 낼 수 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줘야 되는데, 분명히 유화제를 넣었다고 부득부득 우김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드럽지 않으며 또한 덩어리지기까지 하는 투게더 따위에게 나눠줄 사랑까지는 짊어지고 살지 않는지라, 내 초라한 아이스크림 제조기가 올 때 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제조기가 도착했을 때 처음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한 건 젤라토였다.
사실 굳이 젤라토를 만드려는 이유는 한 가지, 만들기가 커스터드를 바탕으로 한 아이스크림보다 간단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단순화이기는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방법을 유제품 등으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의 기본 바탕+맛’ 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그 아이스크림의 기본 바탕에 계란-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계란 노른자-가 들어가는지의 여부에 따라 아이스크림의 스타일이 결정된다. 흔히 계란 노른자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을 프랑스 식, 계란 노른자 없이 크림이나 밀크를 주 원료로 만드는 아이스크림을 필라델피아 스타일이라고 일컫는데, 계란 노른자가 천연 유화제 emulsifier 역할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프랑스식 아이스크림의 식감이 더 부드럽고 풍부하다. 그래서 요즘 내가 아이스크림을 좀 잘 만들어 볼까 읽고 있는 책에서는,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 필라델피아 식이 과일을 바탕으로 한 아이스크림에 더 잘 어울리는 방법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흠, 그건 몰랐구만.
어쨌든, 나중에 더 자세히 소개하고 싶은 이 책에서는 젤라토 레시피는 별로 찾아볼 수 없지만 지면을 할애해서 젤라토가 대체 무엇인지 그래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이를테면 gelato가 ‘얼린 frozen’을 의미하는 이태리어라는 것… 이거야 굳이 다시 얘기 안 해도 될테고. 또 보통의 아이스크림보다 조금 덜 달고, 공기를 적게 넣기 때문에 조금 더 조직이 치밀하다고. 그리고 계란을 유화제로 쓰기도 하지만 보통은 푸딩 같은 것처럼 옥수수 전분을 쓰는데, 그 이유는 시실리 지방에서 유래한 것으로 더운 여름철에 계란 노른자가 옥수수보다 소화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레시피 얘기도 하기 전에 말이 길었지만, 얼른 입닥치고 레시피를 꺼내놓아 보자. 이 변변치 않은 젤라토의 레시피는 A16이라고 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식당에서 펴낸 훌륭한 요리책에서 슬쩍한 레시피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살짝 응요한 것이다. 물론 가서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기회를 빌어 A16 에 대해 잠깐 얘기하면, 원래 저 이름은 이태리 남부 깜빠니아 지방의 고속도로를 칭하는 것으로 식당의 주방장과 투자자가 그 동네-와 고속도로-를 돌면서 식당에 필요한 음식과 포도주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붙이게 된 이름이라고. 어쨌든 작년인가 Iron Chef에서 그 주방장인 Nate Appleman이 출연한 것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주로 피자나 파스타를 만들고 포도주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저 동네 지방의 것들을 들여와서 식당에 내어놓는 듯.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음식 및 포도주를 함께 아우르는 요리책이 너무 좋아서, 서점에 갈 때 마다 읽다가 결국 사지는 못하고 몇몇 레시피를 슬쩍하게 되었다.
아, 아직도 레시피 자체는 꺼내놓지 않았구나… -_-;;;
Honey Gelato
재료
3 3/4 cup whole milk
1/4 cup heavy cream
1 Tbs + 1/2 cornstarch
1/2 cup light corn syrup
1/4 cup sugar
1/2 tbs salt
1/2 cup honey
원래 이 레시피는 그냥 꿀 젤라토를 위한 것으로, 나는 집에 갈아 놓고 먹지 않은 커피콩이 꽤 있어서 이걸 쓰기 위해 대강 응용했다. 그러나 아주 깐깐하게 따질 생각만 없다면 이 레시피는 어떻게든 응용이 가능하니까, 녹차가루 따위를 섞으면 녹차 꿀 젤라토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리방법
1. 남비에 크림과 우유를 섞는데, 우유의 경우 반 두 작은 술을 남겨 옥수수 녹말을 풀어준다. 물에 옥수수 녹말을 섞듯 미리 섞어주는 것.
2. 1의 크림과 우유를 약한 불에 올려 끓기 직전의 정도로 온도를 올려준다. 태우지 않는게 중요하다. 유제품은 끓는 점이 낮다.
3. 물엿과 설탕, 소금을 섞는다. 물엿은 맛보다 식감을 위한 것이다.
4. 여기에서 커피 갈은 것을 섞어 커피의 향이 우유에 배도록 한다. 불을 끄고 잠시 둔다.
5. 완전히 식기 전에 체로 걸러준다. 나의 경우에는 커피콩이 씹히는 것도 싫어하지 않아서 거르지 않았다. 사실 간 커피콩은 걸러내기도 쉽지 않으므로, 커피 젤라토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그냥 원두를 4에서 넣어서 향이 스며들도록 놓아두었다가 걸러주는 편이 훨씬 손이 덜 간다.
6. 꿀을 섞어준다. 온도가 너무 내려가면 꿀이 잘 안 섞일 듯.
7. 완전히 식은 원료를 냉장고에서 적어도 여덟 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8. 아이스크림 기계에 넣고 돌린다.
9. 그릇에 담아 얼린다. 거듭 얘기하지만 젤라토는 계란이 안 들어가서 냉장고에 오래 둬봐야 딱딱해지므로, 가급적이면 냉장고에 오래 두지 않고 빨리 먹는 편이 낫다.
사실, 이번 젤라토는 그렇게 잘 만들어진 편이 아니다. 처음 원료를 다 섞은 뒤 짐 속에서 아이스크림 제조기의 부속품들을 찾아 내느라 시간을 잡아 먹었는데, 그렇게 이틀인가 숙성시키고 난 뒤 확인해보니 원료의 점성이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서 기계가 더 안 돌아갈 때까지 돌려도 어릴 때 많이 먹던 ‘더위사냥’ 보다 약간 부드러운 정도로 밖에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뭐 그러나 맛에는 별 불만이 없었으므로 일단은 통과. 가지고 있는 책들에 여름을 위한 소르베 레시피가 많은데, 다음엔 그 가운데 하나나 녹차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볼 듯.
# by bluexmas | 2009/06/20 10:41 | Taste | 트랙백 | 덧글(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