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생신 케잌(1)-계란만으로 구운 제누와즈
지지난 주에 아버지 생신이 있어서,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다른 선물 대신 케잌을 구워드리기로 했다. 가지고 있는 미국 책의 레시피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버터, 다목적 밀가루, 소금, 계란, 설탕, 그리고 바닐라)만 써서 굽는 대신, 엄청나게 큰 케잌을 위한 레시피여서 계산하려면 조금 귀찮고, 또 그 계산에 맞춰 재료를 섞어 구워도 잘 구워진다는 보장이 없었고, 반면 김영모 책의 레시피에는 내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18센치미터 둥근 팬을 위한 레시피는 있었지만 생각하기에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재료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 꿀이랄지 물엿이랄지, 생크림에 박력분까지… 그래서 생각 끝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간단한 레시피의 재료를 계산해서 쓰기로 하고 대치동 리치몬드 상가에 가서 도구를 사왔다.
언젠가 올렸던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올리는 제노와즈의 레시피는 무려 9인치, 그러니까 20센치가 훨씬 넘는 원형 팬을 위한 것으로 이걸로 케잌을 구우면 최소 열 명은 되는 가족 파티를 위한 녀석을 굽게 되는데, 4인 가족을 위해 그렇게 큰 케잌을 구울 수는 없으니까, 적당히 재료의 계산을 해보았다. 팬의 높이는 같으니까. 부피를 계산할 때 높이는 상수가 되어 양쪽 모두에서 지워지고, 원주율 역시 마찬가지, 그러면 반지름의 제곱만을 따져서 부피를 계산하면 된다. 그림을 참고…하면 될 것 같은데 약간 해독 불능-_-;;; 참고를 위해 원래의 레시피는,
무염 버터 4 큰술
다목적 밀가루 1컵 (5 온스)
소금 1/2 작은술
계란 6개
설탕 1컵(7 온스)
바닐라 추출액 1 작은술
따라서 위의 재료를 기준 삼아 케잌틀의 크기에 맞춰 재료의 양을 계산하면 된다. 참고로 1 파운드=16 온스 인데, 1 파운드는 454 그램… 따라서 간단하나 짜증하는 산수를 좀 하면 재료의 양을 계산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만드는 법
전체적인 레시피의 과정은 물 중탕을 빼놓으면 간단하다. 설탕과 계란 섞은 뒤 물 중탕-믹서기-밀가루 섞기-무염버터와 반죽 일부 섞어 다시 전체 반죽에 더하기-틀에 붓기-굽기 정도?
1. 화씨 350도(섭씨 170도)로 오븐을 예열한다. 틀 준비 등등은 뭐 모두 아는 과정이고…
2. 버터를 녹여 준비한다. 소금과 밀가루를 섞어 체로 내려 준비한다.
3. 설탕과 계란을 거품기로 섞은 뒤, 그릇을 물 중탕 위에 올려 화씨 110도가 될 때까지 거품기로 섞어준다. 계란의 노란색이 갈수록 옅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온도 측정을 위해 온도계를 갖추는 것이 좋고, 물 중탕을 할 때 끓는 물이 그릇에 닿지 않는게 좋다…고 말은 하는데 지키기는 물론 쉽지 않다.
4. 믹서로 옮겨 6-8분 정도 돌려준다.
5. 밀가루를 천천히 섞는다.
6. 반죽의 일부-저 레시피의 양 기준으로 1컵 정도?-를 퍼서 녹인 버터와 섞어준 다음, 다시 그걸 전체 반죽에 섞는다. 꺼뜨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7. 바로 반죽을 틀에 넣어 35분 정도 굽는다. 가능한 낮은 위치에서 반죽을 팬에 붓는 것이 반죽이 가지고 있는 공기를 빼지 않는 비결이라고, 레시피에서는 소개하고 있다. 알아둬서 손해볼 것은 없는 팁. 막 구운 걸 꺼내면 참 흐뭇한데 빵빵하게 부푼 것이 꺼지면 좀 섭섭해진다.
나는 초콜렛 제누와즈를 원했기 때문에 저 레시피 기준 1/4 컵의 밀가루를 코코아 가루로 대체했다. 같은 방법으로 녹차가루 등등을 쓸 수 있을 듯. 이렇게 구운 제누와즈는 식혀서 랩으로 꽁꽁 싼 뒤, 하루 정도 냉장고에서 묵힌다. 3부작으로 계획하는 이번 레시피 소개의 다음 편은 아마도 시럽과 버터크림?
# by bluexmas | 2009/07/08 10:01 | Taste | 트랙백 | 덧글(26)


똑같은 덧글을 다시 달아드리죠!!! -.-;;;
저 부피 계산한 걸 보니 학교 다닐 때 주입식으로 산수 수학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좀 놀랍긴 하다능;;;

근데 저런 생활 산수는 사실 재미있잖아요. GRE를 지난 10년에 걸쳐서 여러번 봤더니저런 생활 산수라면 나름 즐겁게 한답니다.
그러나 더 웃긴건 전 수학시험을 언제나 너무 못봐서 이과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는거죠. 그 왜 있잖아요. 시험지만 받으면 못 푸는 애들…저도 그 가운데 하나였죠.





맛나 보여요 -_ㅠ..









부러워요. :ㅇ



위 그림을 보자마자 bluexmas님은 이과시구나 하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그…. 그림을 보자마자
“이, 이건 교육과정을 그리스 알파벳들과 기호들로 물들이시고 종이 한 장을 모두 공식풀이로 채우시며 공부를 하시는 이과분들의 흔적!”
..이런 생각을 해버렸다는 겁니다.
어쨌든, 빵은 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저 빵은 어떤 맛이 날까요. 궁금해집니다. 아니, 그냥 “빵 맛” 인가요….;



그런데 키친에이드가 너무 부럽네요…… 엉엉



뭐..머랭보단 정확한 레서피 없는 막무가내 계량때문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