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밀빵에 대한 이론적인 접근-Whole Grain Breads

지난 몇 달 동안 웬만큼 사람들에게 알려진 빵집들은 다 한 번씩 가 본 것 같은데, 그 가운데 통밀가루로 만든 빵을 파는 곳은 딱 두 군데였다. 베즐리와 갤러리아 지하 식품관의, 아직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빵집인데, 예전에 쓴 글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베즐리의 통밀빵은 통밀빵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빵 때문이라고 쉽게 핑게 댈 것 같은 맛이며 식감이었고, 갤러리아 지하의 빵집에서는 판다는 얘기만 들었지, 살 수는 없었다.

물론 식사빵보다는 간식빵 위주의 문화다 보니 통밀빵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별로 없기도 하지만, 통밀빵을 만드는 것 자체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발효도 흰밀가루를 쓸 때보다 훨씬 쉽지 않고, 그 결과물도 훨씬 뻣뻣하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바로 그러한 통밀빵의 성질을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찾는다. 너무 부드럽기만 한 빵은 입에 잘 맞지 않기도 하고, 소화도 금방 된다. 물론 더 깊이 들어가면 GI(Glycemic Index)를 거들먹거려가며 사실은 거의 당으로만 이루어진 흰곡식이 혈당량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와서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까지도 얘기할 수 있겠지만 그건 너무 지루한 것 같고.

어쨌든, 이렇게 빵을 만들기 쉽지 않은 통밀로 일반 식빵은 물론 베이글이나 피자 반죽, 그리고 심지어는 브리오슈 같은 빵마저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 책을 따라하려면 그 준비가 만만치 않다. 일단 책 앞에 구구절절이 자신의 접근 방법에 대해 얘기하는 지은이의 긴 글을 읽고, 또 밀의 성질에 대해 친절하게 해부하는 글에 빵 만드는 전체 과정에 대한 친절한 해설에… 좋기는 좋은데 너무 길다.

빵의 장인인 책의 지은이는, 지연된 발효(delayed fermentation)로 통밀가루의 거친 한계를 극복해서 흰밀가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식감의 빵을 얻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렇다고 그게 또 흰밀가루로 빵을 만드는 것처럼 모든 재료를 섞어 완결된 반죽을 만든 뒤 냉장고와 같이 저온으로 온도 조절이 되어 발효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곳서 반죽을 숙성시키는 것도 아니다. 지은이의 방법을 따르려면, 효모가 들어가고 또 들어가지 않은 두 종류의 starter를 준비해서, 효모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상온에, 그리고 효모가 들어간 것은 냉장고에 적어도 하룻밤은 숙성을 시킨 뒤, 이걸 다시 꺼내서 냉기가 가시도록 상온에 몇 시간 두었다가 나머지의 효모와 밀가루를 포함한 재료를 섞어 다시 반죽을 해서 또 두 번의 발효를 거쳐야만 한다. 결국 빵 한 덩어리를 굽는데 하루 종일이 걸릴 때도 있다.

벌써 설명만으로 굉장히 번거로와 보이는 이 과정을 통해 정말 기대하는 정도의 빵을 얻었다면 별 불만이 없겠지만, 여태까지의 결과물은 그렇게 신통치 않다. 벌써 베이글, 피자, 보통 식빵을 서너번 정도 구워봤으나 일단 반죽의 상태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보통의 빵반죽과 같이 적당히 단단하지 않고, 굉장히 물기가 많고 끈적끈적거리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혹시 필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레시피를 구울때 썼던 통밀과 내가 쓰는 우리 통밀 사이에 엄청난 차이점이 있을까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래봐야 밀가루의 단백질 함량 차이 정도일 텐데, 레시피 권장량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밀가루를 넣어도 반죽이 너무 물기를 많이 머금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인지 아직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by bluexmas | 2009/08/27 11:24 | Tast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유우롱 at 2009/08/27 12:22 

썸네일만 보구 우와 무슨 책표지처럼 사진을 찍으셨어요! 하고 놀랐는데 책 표지였군요ㅠㅠ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28 02:38

네, 책표지… 뭐 제가 저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라구요T_T

 Commented at 2009/08/27 14: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28 02:39

검색해서 블로그 가 봤는데, 그 분은 프로인 듯 빵을 엄청 잘 구우시기는 하던데 왜 매 글마다 노래가 나오는지 그거 짜증나서 오래 들어다보지 못하겠더라구요.

아무래도 이 구례 통밀은 그냥 흰밀가루처럼 구울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시도를 해보려구요.

 Commented by 조신한튜나 at 2009/08/27 16:01 

저도 유우롱님처럼 아무 의심없이 블루마스님 사진이겠거니 했는데 낚였어요 히히^w^

다루기 어려워서 통밀빵은 가격이 비싼거군요…현미나 통밀빵의 거친 맛이 제법 매력있어요.

오히려 부드럽기만한 식빵은 맹맹…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28 02:40

히히 저도 가끔 낚아요 ^w^;;; 통밀이 가격이 더 비싸기도 할 거에요. 어쨌거나 순 통밀빵 같은 건 찾기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너무 부드러운 밥이나 빵은 먹는 맛이 전혀 없어서 저도 싫던데요.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08/27 23:32 

빵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나라마다 빵이 다르긴 한가봐요. 독일빵들은 효모가 많이 들어갔는지 대체로 신맛이 꽤 있고, 몇조각만 먹어도 배가 확 부르더군요..그 쪽은 정말 빵이 식사가 됩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최근 뉴스에 ‘평양냉면집 중 국산메밀을 쓰는 곳은 사리원면옥 하나이며, 나머지는 중국산 사용’ 이라네요. ‘갓나온 햇메밀’ 을 연상하며 씹었던 그 면발은 좀 허상이었나보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28 02:41

독일의 빵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비교적 통곡식이 많이 들어간 거친 빵들이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저는 갓 나온 햇메밀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중국산이라니 뭔가 아쉽네요. 봉평메밀 이런 걸로 면 뽑을 수는 없는 것이었을까요?

 Commented at 2009/08/28 05: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30 15:05

흐흐 저는 뭐랄까 좀 비뚤어진 사람이다보니 그런 식으로 꾸며진 블로그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게다가 음악도 그런 걸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어서.

 Commented by december at 2009/08/29 15:52 

안녕하세요. ^^

이전 포스팅에서 본 걸 기억하는 게 맞다면 구례 통밀 사용해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미국서 흔히 쓰이는 통밀에 비해 우리 통밀은 곱게 제분되어 나오는 편인 것 같아서요. 어쩌면 처음부터 물을 책의 레시피보다 줄여 사용해보시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베이글 레시피 보니 장난이 아니던데요. 저는 항상 시간 까먹기 일쑤라 미리 스타터 만드는 게 고역일 듯 합니다. 그래도 통밀 호밀 모두 다 좋아요. 보들보들한 흰 빵도 좋긴 하지만, 역시 저도 통밀 호밀. ㅎㅎㅎㅎ

사실 오늘 잠이 오지 않아서 – 이건 아마도 그냥 핑계 – 돌아다니다 키친에이드 믹서를 질러버렸습니다. ㅎㅎ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30 15:07

어디에선가 봤는데, 그 밀을 제분하는 정도가 또 달라서 다른 밀가루가 나온다는 것 같아요. 아예 백밀가루 레시피에 통밀로 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드네요.

미국이라면 King Author의 통밀정도면 훌륭할테구요. Graham Flour도 까끌까끌하니 괜찮아요. 동네 빵집이면 좋은 빵들이 많을테지만, 홀푸드만 가도 빵이 괜찮지요. 키친 에이드 믹서를 사셨다니 적극권장할만한 일이고, Baking Illustrated 정도 한 권만 사시면 웬만한 빵굽기는 다 소화가 될 거에요.

타향살이의 외로움, 빵굽기로 한 번 달래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