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a Moment’ 에서 보낸 조금 긴 순간
순간 1: 일요일의 금밭
지난 주에 동부이촌동의 ‘Just A Moment’ 에 두 번 갔었다. 거기가 어딘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참고로 말하자면 상가 운영 방침인지 간판을 밖에 잘 보이게 달지 못하도록 해서, 근처를 대강 찍어서 갔다가 조금 헤맸다. 근처에만 가면 간판을 바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으니까.
처음 이 카페의 디저트를 인터넷에서 보았을 때에는 솔직히, 눈에만 보기 좋게 장난치는 종류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좀 했었다. 화려해서 문제가 될 여지는 없지만, 정확하게 어떤 의도로 만든 디저트인지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먹지 않고 파악할 수 있는 음식은 없으니 당연히 먹어봐야 하는 법, 일요일 오후에 첫 번째 발걸음을 옮겼다.
첫 인상은, 실내 공간이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도 훨씬 작다는 것. 혼자 앉을만한 탁자는 사람들이 벌써 차지하고 있어서 나는 일단 바에 앉았다. 인터넷에서 예습(?)을 좀 했던터라 뭘 먹을까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찾지 못해 근처를 헤매는 사이에 문득 추천을 받아서 먹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흔히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냐고들 하는데, 안 아픈 손가락은 당연히 없지만 살짝 덜 아프고 아주 약간 더 아픈 손가락은 있을 수도 있는 법, 사람들이 좋아하고 안 하고를 떠나 만든 사람이 더 좋아하는 디저트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메뉴를 보자 보다 더 확실하게 들었다.
그런 생각으로 추천을 부탁했는데, 막상 주방장님이 추천을 꺼려하시는 눈치를 보였다. 남자 혼자 카메라를 들고 왔더니, 블로깅하시는 것 같은데 권하는 것보다 입에 맞는 걸 드시는 게 낫지 않겠냐면서… 막말로 내가 링크수 수천개에 방문객이 수만명인 파워 블로거도 아니고, 블로그질을 권력으로 삼을 것도 아닌데, 추천도 못하게 망설이실 필요까지는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추천을 부탁드렸다. 그래서 먹게 된 첫 번째 디저트는 메뉴 맨 뒤에 소개 된 ‘Gold Field.’
사실은, 설마했는데 이걸 추천해주시는 걸 보고 이 카페 및 디저트의 취향을 바로,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디저트는 바닥부터 루이보스차 쌀 푸딩, 초콜렛 호두 크림, 그리고 들깨 튀일로 구성되어 있고, 접시가 금색이라 잘 보이지 않지만 강한 향의 송로버섯(트러플) 기름이 깔려있다. 디저트의 중심인 쌀 푸딩과 초콜렛 호두 크림의 조합도 일단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송로버섯기름이라니! 송로버섯 얘기를 듣자마자,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한 디저트 카페 문화를 생각해보았을 때, 송로버섯기름이 들어간 디저트를 먹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그래서 사실은 굉장히 즐거웠다.
어쩌면 남길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들은 뒤, 곧 ‘금밭’ 이 도착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쌀 푸딩이 조금 더 끈끈했는데, 일단 먹는 방법은 쌀 푸딩을 포크로 적당히 쪼개서 바닥에 깔린 송로버섯기름을 살짝 묻히고, 푸딩 위의 호두 초콜렛 크림 역시 적당히 묻혀 입에 넣고, 들깨 튀일을 한 입 베어 먹는 정도? 그럼 강한 송로버섯기름의 향이 멍석처럼 확 퍼지고,루이보스 차의 향이 적당히 깃든 쌀알의 쫀득 및 고소함이 역시 고소한 호두맛과 만나고, 쌀알의 쫀득함이 사라질 때쯤 그 꼬리를 붙들고 크림의 부드러움이 이어지면서 들깨의 다소 거친 고소함이 튀일의 바삭거림과 함께 대미를 장식한다…
…라고 이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쌀 푸딩의 루이보스티는 생각보다 풍미가 그렇게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의도는 알 것 같은데 느낌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나 할까? 좌우지간 그런 느낌이었고, 위에서 계속 고소하다는 표현을 늘어놓은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디저트는 달거나 신맛보다 고소함(서로 다른 세기의 고소함: 쌀<호도<들깨의 순)이 그 맛의 뼈대를 이룬다. 그리고 거기에 부드러운 식감이 그 뼈대를 근육과 피부처럼 둘러싸서 유기체와 같은 맛이 이루어지는 느낌이랄까? 맛 자체가 아주 유기적으로 흘러간다는 얘기가 아니라, 맛과 식감이 그런 식으로 디저트의 전체적인 느낌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먹기 이전에 이런 조합의 디저트가 있다는 자체로도 뭔가 만족스러운 기분이어서 좋았고, 맛 역시 그 자체로 딱히 흠잡을 구석은 없었지만 언급한 것처럼 신맛이나 단맛이 두드러지는 디저트가 아니므로 그런 종류의 디저트를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인상적인 선택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디저트에서 중요한 요소는 어쩌면 맛 보다는 식감이다. 푸딩과 크림이 함께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디저트의 전체적인 식감은 다소 중복되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균형을 이루고자 들깨 튀일이 함께하는 것 같은데, 푸딩과 크림의 식감을 상쇄하기에는 일단 양이 모자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요즘 유행이 또 나름 짠맛과 단맛을 디저트에 함께 불어넣는 것이기도 해서,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바닷소금을 좀 곁들이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했다.
또한 이 집의 디저트는 시각적인 부분에도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다고 생각함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물어보지 않아서 아닐 수도 있지만, 금색인 접시가 이 디저트의 이름을 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개인적으로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일단, 밭이라는 단어, 혹은 공간이 주는 느낌과는 다르게 이 디저트는 수직성이 강조되었다. 따라서 디저트의 차림새만 놓고 보면 선뜻 이름과의 연결고리를 찾기가 어렵다. 그리고 금색 접시가 안 어울리지는 않지만, 이 디저트의 가장 큰 특징인 송로버섯기름의 존재를 가리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가격을 떠나서 이 디저트의 맛과 개성을 부여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먹으면서도 접시 때문에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기억하기 쉽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름 이름으로써의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디저트의 완결성을 고려한다면 다른 이름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어쨌든 전체적으로는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아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와서 다른 디저트를 먹어보겠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이내 떴다. 나오는 길에 컵케잌이 든 냉장고를 힐끔 들여다보니 무려 베이컨-초콜렛 컵케잌이 있길래, 컵케잌에게 사랑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음에도 저걸 먹기 위해서라도 돌아와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부-수요일의 망고 산, 피에르씨
그리고 그 주 수요일 오후, 한가한 시간을 골라 다시 ‘저스트 어 모먼트’ 에 들렀다. 이번에도 역시 추천을 부탁드렸는데, 처음 먹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도 몇 번 접해서 왠지 익숙한 ‘망고 마운틴’ 이었다. 일단 디저트의 구성은, 망고 무스 케이크를 중심으로, 밑에는 호두가 든 초콜렛 비스퀴가, 그리고 위에는 역시 아이스와인을 바탕으로 한 망고크림소스가 자리잡고 있으며, 장식 및 하나의 방점으로 빨간 커런트가 몇 알갱이 올라있다. 그리고 맛의 구성 역시 디저트의 구성을 따른다.
주재료가 망고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이 디저트는 신맛이 무척 우세하다. 그러나 그 신맛도 나름 세기의 차이를 두고 켜를 이루고 있는데, 봉긋하게 솟아오른 망고의 산(?)을 숟가락으로 꺼서 입에 넣으면 먼저 가장 신 아이스와인 소스가 다가오고, 그 뒤로 망고 무스, 거기에 초콜렛 비스퀴의 단맛이 깔리고, 단맛의 여운이 사라질 때쯤 아이스와인에서 남은 약간의 쓴맛이 강한 신맛을 조금 잡아준다. 여름에는 딸기가 얹혀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 철이 아니어서 대체된 듯한 빨간 커런트는 망고보다 조금 더 시고 차서, 신맛과 온도 두 부분에서 일종의 방점을 찍어주는 역할을 한다. 어쩌면 너무 신맛이 강할 수 있는 디저트에 초콜렛 비스퀴로 잘 균형을 맞춘 가운데, 그 비스퀴에 든 호두 조각은 너무 커서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식감에 조금 거슬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따라서 호두가 약간 더 잘게 다져진 채로 들어있었더라면 조금 더 나았을 뻔했다. 아니면 개인적으로는 호두보다 피칸의 맛이 조금 더 섬세하다고 생각하므로, 차라리 피칸을 쓰는 것이 디저트의 격을 한층 더 향상시키는 데 보탬이 될지도 모르겠다. 신맛이면 신맛, 또는 단맛이면 단맛과 같이 같은 종류의 맛이 어떻게 조금씩 다른 강도를 두고 켜를 이뤄 한 디저트에 자리잡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바로 나온 디저트 ‘Dear Pierre’는 펀치(Punch), 즉 화채를 살짝 해체해서 한 사람 몫의 디저트로 만든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채가 몇 가지 주스와 술, 그리고 과일 통조림을 적당히 섞어서 만들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이 디저트는 역시나 좀 복잡하다. 일단, 메뉴판에도 설명이 나와 있는 것처럼 오렌지와 레몬, 계피 등등을 우려 숙성시킨 물에 달고 부드러운, 마치 연두부처럼 느껴지는 코코넛 무스를 얹고 패션프루트로 만든 거품을 얹는다. 그리고 곁들이로는 파인애플에 역시 패션프루트 거품이 더해진 것이 나온다. 그러므로 전체적으로는 패션프루트와 파인애플 덕분에 망고 마운틴처럼 신맛이 우세한 디저트인데, 망고 마운틴보다도 신맛이 조금 더 강하다는 느낌이어서 코코넛 무스가 없었더라면 바로 전에 먹었던 망고 마운틴과 함께 너무 신맛이 강했을 수도 있겠다(그러므로 두 사람이 하나씩 시킬 때에는 저 두 가지를 한꺼번에 시키는 것보다는 하나는 좀 단맛이 우세한 것으로 시키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보다 갖춰진 디저트로 만들기 위해 파인애플을 곁들였지만, 신맛도 그렇고 식감 역시 그렇게 잘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디저트가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기 때문에 버터와 같이 지방을 쓰는 과자(shortbread 종류)는 어울릴 것 같지 않고, 코코넛 무스가 들어 있으니 흐물흐물한 종류의 젤리나 푸딩 역시 그렇게 좋은 짝짓기는 아니겠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옛날 학교 앞에서 먹던 불량식품 쫀디기와 비슷한 식감의, 그러니까 약간 질깃질깃한 느낌을 주는, 그래서 ‘leather’ 라 불리는 젤리가 있는데 그런 걸 설탕을 많이 안 넣어 달지 않게 만들어서 패션푸르트 거품과 짝지으면 마치 차와 과자를 먹는 듯한 구성을 가지는 디저트가 되겠다. 그리고 굉장히 섬세한 디저트인데 중국집에서 국물 떠 먹을 때에 쓰는 숟가락은 너무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실제로 쓰기에도 불편했으니 다른 숟가락이 그 자리를 대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떠먹어야 하니까 조금 깊은, 수프 등을 먹을 때에 쓸 수 있는 숟가락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공간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가게가 작아서 놀랐는데, 그 동네 상가들이 다 고만고만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탁자가 서너개 있고, 주방쪽 벽에 바가 죽 둘러 있는데 공간활용을 위한 아이디어로써는 좋다고 생각했으나 바의 색깔과 의자 디자인은 전체적인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애초에 공간 자체의 한계가 있는 듯.
메뉴
‘비 스위트 온’ 의 메뉴 얘기를 하면서 손글씨를 지적했는데, 사실 손글씨를 좋아한다. 단지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을 뿐… ‘저스트 어 모먼트’의 메뉴는 보다 작은데 역시나 손글씨가 안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지만 간판 또는 로고의 글씨체가 전체적으로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터라 그 글씨로 메뉴를 만들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을 붙여서 메뉴를 책처럼 만드는 형식은 좋다고 생각하므로, 그 두 가지를 절충하면 메뉴의 바탕은 활자로 만들어서 뽑은 뒤 사진은 따로 찍어 출력해서 사진 고정용 귀퉁이 스티커를 사용해 고정시키면 될 것이다. 사진 전문점에 가면 아직도 그런 귀퉁이 스티커를 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메뉴에 대해서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건 순전히 개인의 취향이기는 하지만 사진으로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데 굳이 말로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인다는 건 좀 중복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우리말로 된 설명이 그런 느낌이었는데, 다른 것보다 ‘###를 플레이팅한 디쉬’ 와 같은 표현이 개인적으로는 좀 거슬렸다. 오히려 그런 표현이 더 설명을 어색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그냥 사진과 함께 깔끔하게 주재료 몇 가지만 나열해놓는게 어쩌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쓰다 보니, 각 디저트들의 이름에 대한 생각이 났는데 어떤 디저트들은 ‘Dear Pierre’ 처럼 무엇인가 이야깃거리가 있을 법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반면, 그냥 ‘브라우니 아포가토’ 와 같이 음식의 이름으로만 된 디저트도 있다. 음식도 하나의 창조과정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디저트들이 적당히 이야깃거리가 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전체적으로도 일관성이 더 두드러질 수 있고, 사람들이 주문할 때 한 마디라도 더 디저트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테니 그런 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마무리
이제는 외식이라는 것이 상당 부분 집에서 음식을 만들기 싫어 하는 것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직도 외식은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없는 것을 먹는 행위이다. 그렇게 따져 보았을 때에 ‘저스트 어 모먼트’ 의 디저트들은 외식의 경험을 극대화 시켜준다. 일단, 이 집의 디저트들은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크게 보았을 때에 한 두가지의 요소들이 접시에 담겨 나오지만, 그 요소들은 적어도 두 세가지의 조리과정이나 작은 요소들이 결합된 것으로 그로 인해 맛이 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먹어서 맛을 느껴보고, 또 메뉴를 보면 접시에 담겨 나오는 하나하나를 만드는 과정이 머릿속에 어렴풋이 떠오르게 되는데, 솔직히 집에서 취미로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시도해보고 싶지 않은, 복잡한 것들 투성이다. 그리고 그러한 차원에서 ‘저스트 어 모먼트’의 디저트는 다른 디저트 카페들의 디저트들보다는 조금 더 독창적이라고 생각한다(물어보았더니 같이 레시피를 개발하신 분들이 있다고 했다). 뭐 세계 모든 식당의 디저트는 커녕 우리나라 잘 나가는 식당도 한 번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인지라 비슷한 종류의 디저트를 어디에서 또 맛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만하면 정말 충분히 독창적인 디저트라는 생각이 든다. 단, 어떤 부분에서는 그 켜를 이루는 맛들이 보다 더 좋은 조합을 이룰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런 부분은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더 좋아지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스트 어 모먼트’의 디저트가 마음에 드는 또 다른 이유는, 이곳의 디저트들이 디저트의 의미에 굉장히 충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디저트는 말 그대로 모든 음식을 다 먹고 마무리로 먹는 것이므로, 다른 음식들로 물든 입맛을 씻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전체적으로 맛이 너무 무겁지 않고, 또 양도 지나치게 많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신맛이 너무 강조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디저트의 양과 맛이 가진 색깔 모두 그렇게 디저트 본연의 의미에 충실하다. 좋은, 그리고 즐거운 경험이었고 남은 디저트를 먹으러 또 갈 생각이다.
이제는 한풀 꺾였다고도 생각하지만, 세계는 온통 초콜렛과 베이컨의 조합 열풍에 시달렸다. 솔직히 그렇게 큰 지지자는 아니지만, 초콜렛 베이컨 컵케잌이 있길래 꼭 맛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베이컨 기름을 내서 케잌에 쓴 것일까 싶어 물어보았더니, 오히려 오븐에 구워 기름을 바짝 빼서 갈아 반죽에 섞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루 종일 가방에 넣고 돌아다녀 결국 곤죽이 되어버린 컵케잌을 다음 날 상온에 충분이 두었다가 커피와 함께 먹어보았는데, 베이컨이 들고 안 들고를 떠나 일단 케잌도, 얹힌 가나슈도 훌륭했다. 지난 번에 컵케잌을 먹고 글을 쓰면서 그 컵케잌의 케잌 자체가 너무 맛 없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건 케잌 자체가 크림보다 사실 더 맛있었다. 물어봤더니 물중탕으로 온도를 맞춰가면서 반죽을 거품기로 저어 부풀린다던데, 그게 보통 귀찮은 과정이 아니기는 하지만 케잌 자체는 훨씬 훌륭하게 나온다. 베이컨은 아주 작게 갈려서 맛을 만끽하기에는 조금 부족한데, 그게 또 베이컨이라고 생각해보면 너무 커서도 안 될 것 같다. 역시 베이컨이 들어간 크림 역시 촉촉하니 훌륭했고 무엇보다 색색깔 크림으로 장난을 치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지나치게 달지 않아서 그 둘을 같이 먹는 맛이며 식감이 좋았다. 그냥 초콜렛 컵케잌과 눈으로 보기에는 구분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베이컨이 들어간 것을 과시도 할 겸, 구운 베이컨을 한 조각씩 케잌 위에 올려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역시나 막판에는 크림이 조금 과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훌륭한 컵케잌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컵케잌을 미워하지 않아도 될 듯.
# by bluexmas | 2009/09/22 10:10 | Taste | 트랙백 | 덧글(29)
저도 우연히 주말에 돼지고기 육포와 초콜릿을 같이 먹어봤는데요…
꽤 잘 어울리더군요~~
하루종일 차안에서 시달린 후에 먹었는데도 아주 맛이 괜찮았습니다. 원컵케익에 치를 떨었는데 저도 먹어봐야겠네요. ㅎㅎㅎ (여긴 블루마스님 취향일줄 알았다능;;)
@_@ 주방장님이 굉장히 섬세하게 정성을 들여서 만드시는 듯 해요.
메뉴 뒷쪽에 썸머세트 이런식으로 나오는데 아마 계절마다 바꾸시는 듯해요. 날씨에 미지근한 에어컨만 아니였음 먹어봤을텐데요 ~ 결국 페이야드로 도망갔답니다. (페이야드는 포장필수)
이태원에 있는 라 보카를 이전에 추천받은 적이 있는데 아직 가보질 못했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했더니 리뷰가 꽤 많이 잡히긴 하는데 아직 이태원은 발을 들이지 못하야…; 여기도 계속 못가게 되네요. 다음에 리뷰 부탁드려도 될까요? +ㅅ+
우연인지, 지난 주말에 이태원에 가서 라 보카와 트레비아의 빵을 사왔어요. 먹어보고 비교해보려는 것이었는데, 디저트 종류는 안 샀거든요… 궁금하신게 빵인지 디저트인지 궁금한데 알려주세요~
빵도 궁금하지만 빵은 패션파이브와 폴앤폴리나가 있으니 괜찮아!라고 자기 암시중입니다.; 이태원은 다니기엔 집에서의 교통편이 어중간하거든요.
어제 양양송이버섯에 대한 이야기가 여섯시 내고향에서 나오는데 버섯 중의 으뜸이란 멘트가 나왔어요..문득 송로버섯이 생각나더군요 어느 쪽이 으뜸일까요 흐흐
망고가 신맛이 나는군요. 전 가공제품의 망고만 맛봐서인지 달다는 느낌만 갖고 있어요!
(500원 동전 크기가 30불 가까이 해서 살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_@)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네요.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올해 안에는 가봐야할텐데..
이촌동은 익숙치 않는 장소라서 선뜻 가기도 힘들고
디저트 카페이니만큼 여러명과 함께 시간 맞춰 가야할 듯 하네요 ^^;
여튼 비스윗온에 이어 레포트형식의 리뷰 잘 보았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