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쥬이시한’ 쟈니 덤플링

추석 연휴 마지막 말이었던 일요일, 우연히 자니 덤플링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왕만두를 먹고 싶었으나 추석 연휴라 떨어졌다고 해서 물만두와, 인터넷에서 많이 보아왔던 바삭바삭한 바닥이 서로 연결된 군만두를 시켰다. 두 만두 모두 새우와 고기가 들어간, 거의 같은 맛의 속으로 채워져 있어서 피하고 싶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딱 만두를 찌는 시간만큼이 지나 물만두가 나왔는데, 처음 한 개를 집어 넣으니, 만두가 그야말로 살살 녹는 기분이었다. 만두라는 음식이, 어디에서 먹든 그 껍질에는 적당히 씹는 맛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집 만두의 만두피는 그냥 녹았다. 그래서 처음 몇 개는 놀라서 먹었으나, 계속해서 먹자 금방 질리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만두라는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적어도 나에게는 식감의 대조 때문인데, 이 만두는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서 너무 흐물흐물했다. 사람들이 그 ‘쥬이시’ 한, 물었을때 국물, 또는 육즙이 흘러나오는 만두를 좋아하는 것도 이해하고 또 나 역시 속이 물기 없이 마른 만두는 좋아하지 않지만, 이 만두는 겉도 그렇지만 그 속까지 너무 질척거리는 느낌이었다. 새우 한 마리씩과 부추가 섞인 고기 속을 넣었는데, 탱탱하게 익은 새우는 사실 쫄깃거리기 보다는 부드러운 편이므로, 고기속에 조금 씹는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비될 수 있었다면 좋았를 텐데, 새우도 고기속도 모두 물렁거리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전체적인 간도 싱거웠다. 어차피 만두는 간장을 찍어 먹게 되니 간이 좀 싱거워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걸 떠나 속에 소금간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맛의 느낌이 밋밋하고 평면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음식에 소금간을 하는 이유다. 그리고 소금간뿐만 아니라 다른 양념의 느낌도 부족했다.

곧 나온 군만두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진 만두이고 바닥은 바삭바삭했지만, 너무 물렁 또는 질척거리는 탓에 서너개를 먹고 나면 느글거리는 느낌이 강했다. 속은 기본적으로 물만두와 똑같은데, 고추기름의 매운맛이 느껴지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 속 역시 간이며 양념을 같은 느낌으로 했기 때문에, 그렇게 서너개를 먹고 느글거리는 느낌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이렇게 말하니까 꼭 엄청나게 실망을 했다고 쓴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니다. 100점짜리 음식은 없다치고, 95점짜리를 기대하고 가서 처음 하나를 먹었을 때에는 정말 95, 아니 그 이상이었다가 먹으면서 점점 이성을 찾아 다 먹고 나니 95점은 85점으로 떨어진 실망감이었다고나 할까? 만두라는 음식을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해서, 먹으면 한 접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느낌으로 먹는데, 어째 이 만두는 정말 너무 빠르게 처음 한 개를 먹었을 때 좋았다고 생각했던 그 느낌이 빠르게 사그라들어서 놀랐다. 그래봐야 만두 한 접시에 열 개 남짓이라서 먹어봐야 배도 부르지 않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데 스스로 놀랐다. 어쩌면 내가 너무 기대를 크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왕만두를 먹으러 꼭 다시 들러볼 것이다.

워낙 인기가 많은 집으로 알고 있어서, 먹는 동안에도 포장이나 안 찐 만두를 사러온 사람들을 보았다. 냉장고에서 보통 ‘크린팩’ 과 같은 비닐 봉지에 담아 냉동한 만두를 꺼내 싸서 손님에게 건네 주던데 그냥 비닐봉지보다도 좀 제대로 된 포장을 개발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만두집이라면 그런 부분에 신경쓰든 말든 상관 안 하겠지만, 명함이며 마스코트, 가게 분위기까지 일관되게 잘 꾸며 놓은 집이라서 아쉬웠다. 물론 주인이라는 분이 얼음팩까지 챙겨서, 굉장히 정성스럽게 싸 주시는 느낌이기는 했다.

 by bluexmas | 2009/10/08 11:27 | Taste | 트랙백 | 덧글(18)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9/10/08 11:50 

언제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식감 대조가 없는 만두라니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8 23:48

식감대조가 없는 만두라니, 저도 신기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맛이든 식감이든 대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10/08 11:51 

말씀대로 첫맛이 좋은데, 만두가 먹다보면 좀 질린다는 느낌은 들죠^^; 저는 가볍게 간식하기엔 여기보단 옆의 파라과이 음식점 [꼬메돌]이 더 취향이더라구요. 엠파나다 한번 드셔보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8 23:49

아, 그 옆 식당 기억이 납니다. 남미쪽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다음 번에는 한 번 들러보겠습니다. 엠파나다를 하는군요~

펠로우님도 쟈니 덤플링의 만두에 같은 생각을 하셨군요^^

 Commented by 山田 at 2009/10/08 12:13 

저는 두 사람이 가서 여기에서 군만두 반달 한 접시 먹고, 옆의 꼬메돌에 가서 엠파나다 하나씩 먹고, 같은 골목에 위치한 햄버거 가게나 피자 가게에 가서 음식 하나를 나눠 먹습니다. 여러 가지 음식을 한번에 즐기는… 가게 주인된 입장에서는 별로 반갑지는 않겠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8 23:50

뭐 가게 주인이 굳이 알아야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먹는게 오히려 더 즐겁지요^^ 근처 피자가게라면 어딘지요? 말씀해주시면 다음에 한 번 들러보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0/08 12:14 

보기에는 진짜 맛있어보여요~ 이태원인가보네요! 오늘 저녁약속이 있는데 식당을 고민중이에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8 12:20

어느 동네에서 드시는데요?^^ 어떤 걸 드시고 싶으신지…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0/08 12:25

홍대, 신촌, 이대쪽이 편한데요 ^^; 이쪽에 사실 맛있다는 곳은 거의 다 가봐서요 ㅠㅠ 아직 안가본 곳도 많겠지만요 ^^

회사가 공덕이라 그 주변은 모두 커버할 수 있어요! 좀 색다른 걸 먹고싶어요. ㅠㅠ 음.. 아주 느끼한거, 아주 매운것만 아니면 다 상관없어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8 12:27

중국음식 좋아하시면 홍대앞 마라향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그집이 좀 좁긴 한데 깔끔하고 분위기도괜찮더라구요. 그런데 좀 맵기는 하네요^^;;; 신촌이나 이대는 잘 모르겠어요. 역시 파스타나 기타 다른 외국 음식도 아는 게 하나도 없네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0/08 12:30

ㅋㅋ 추천 감사합니다! 처음 듣는 곳이에요! 한번 검색해 볼게요. ^^ 불닭만큼 맵지 않으면 돼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8 12:38

그 정도는 맵지 않아요. 하루 전에 예약하면 산동소계 먹을 수 있는데… 그건 매운 음식이 아니거든요.혹시 가실거면 일찍 전화해서 먹을 수 있냐고 한 번 물어보세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0/08 13:22 

아… 만두도 맛있겠네요

명절마다 친척들 모여서 만두먹던 기억이 나는군요

평소엔 한국음식 그다지 생각도 안하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게되면 이렇게 식탐이 생기는지…

태국도 맛있는 음식이야 많지만 말이죠 ㅋㅋ

아 그리고 과일 들어간 간식류가 그다지 많지가 않아요…

그냥 생과일 먹는수밖에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8 23:53

명절 만두가 맛있죠^^ 저는 외가가 이북출신이라 만두를 명절에 먹는 분위기였어요. 왠지 만두도 참 사람 마음이 푸근해지는 음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삼국지에 나온다는 기원을 따라가면 왠지 좀 섬뜩하지만…

그래도 태국에는 맛있는 열대과일이 많아서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과일이 맛있으면 그냥 먹는게 가장 좋지요 뭐…

 Commented at 2009/10/08 14: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8 23:53

저도 주점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인터넷을 들여다봤어요. 그렇게 금방 바꾸는 식당이 제대로 하는 경우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음식을 그렇게만 한다면 먹을만하지 않을까 싶네요. 꼭 어땠는지 말씀해주세요^^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09/10/08 16:51 

맛나뵙니다~~~은근히 맛집은 다 다녀가시는군요! 이제 서울에 계신가봐요.

저는 어제 동대문에서 개당 오백원짜리 왕만두를 사먹고 맛의 테러에 신음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ㅜㅜ

알고보니 방산시장도 가까워서 춫천하신 공업사에 가볼생각이야요. ~_~

근데 브로가 아직 오븐을 안 사줬습니다. 슬픔 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8 23:58

아니에요, 오산에 박혀서 산답니다T_T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서울에 가구요. 그럴 때에 한 두 끼 정도 밖에서 음식을 먹어보는거지요. 미리 좀 조사를 해서 뭘 먹을까 정하구요…

베이킹 도구들은 한꺼번에 사시려면 좀 골치가 아프니까요, 하나두개씩 천천히 사시는 게 더 좋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사는 재미도 좀 있거든요. 궁금한거는 언제라도 물어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