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가방 속
아 나도 이거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_<
일단 가방부터. 쓰기 시작한지 2년 6개월이 조금 넘는 코치 가방이다. 그냥 내가 나한테 주는 생일 선물로 샀다. 이런 종류의 감을 좋아하고, 색도 무난하고, 중국산이라는 게 좀 아쉽기는 해도 튼튼하며, 무엇보다 이것저것 다 쑤셔 넣을 수 있을만큼 크고 또 주머니도 굉장히 많다. 자석 단추 같은 걸로 주둥이를 좀 여밀 수 있다면 더 좋겠는데, 그것만 좀 아쉽다. 가방이 서너개 정도 되는데, 거의 이것만 쓴다. 일본에서 사온 쿠키몬스터 열쇠고리가 2년 넘게 달려있다가 최근 실종되었다 T_T
비타민 씨: 맨 처음 샀을 때 약국의 여자 약사는 사과맛을 권했다. 다 먹고 레몬맛으로 바꿨다. 어쨌거나 인공의 맛. 입이 심심할때 가끔 먹는다.
몰스킨 수첩: 이건 매일매일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그래도 뭔가 잔뜩 쓴다.
필통: 밖에도 나와 있는 것과 같은 파란 펜 몇 자루와 길거리에서 나눠준 형광펜 등등.
물: 언제나 가지고 다닌다. 물 없이는 안된다.
이어폰: 슈어 제품인데, 상자를 버리고 나서는 모델 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 멀리 다닐 때 대중교통에서 특히 좋다. 다른 인간들 핸드폰 통화하는 소리 안 들을 수 있으니까.
휴지: 그래도 꼭 가지고 다닌다.
주머니: 스톡홀름에서 저런 것만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며칠을 영업 시간 이후에 갔다가 결국 마지막날인가에 들렀으나 별로 살 게 없었다. 저것만 하나 간신히 샀다. 아이팟과 이어폰, 또는 그 위의 핸드크림 등등을 넣어가지고 다닌다.
손 소독제와 크림: 손이 갈라져 터지는 계절이 왔다. 크림 없이는 손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다닐 것이다.
어떤 잡지: 며칠 전에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다. 사실은 친구가 매년 구독선물 해줘서 읽던 것이라 반가웠다.현대 주택이나 디자인을 주로 다루는 잡진데, 지나치지 않은 느낌이라서 좋아했다.
노트북: 요즘은 너무 무거워서 잘 안 들고 나간다. 작년에 산 Asus Eee 901이던가? 그냥 e3 black이라고 부른다.
몰스킨 스케치북: 물론 그림은 그리지 않는다. 못 그리니까. 그래서 약간 사치라고 생각한다. 안 쓴 것도 한 다섯 권 남았다.
명함지갑: 직업은 없어도 이름은 있던 시절에 명함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직업도 있고, 또 이름은 원래 있었다. 저 지갑은 내가 산 게 아닌데, 짝퉁이라고 알고 있다. 버리기 뭐해서 그냥 쓴다.
한때 전화기였던 아이폰: 나도 개통해서 쓸까? 아직도 미국에선 돈이 나가고 있다…
# by bluexmas | 2009/10/21 00:26 | Style | 트랙백 | 덧글(38)
‘think.’라고 써있는 필통이 멋있네요 뭔가 자극되는 느낌:D
역시 물은 삼다수ㅎㅎㅎ
저도 휴지랑 영수증 뭉치인 가방 좀 정리해야겠네요;;
저는 지갑에 영수증이 가득하답니다^^;;;
그런 면이 있는건 알고 있지만서도~~
역시 가방안도 깔끔하시군요.
난 역시 여자도 아니여 ㅠㅠ
저 오븐이랑 핸드믹서 사서 몹시 흥분해 있습니다.
방산시장이 날 부른다 이럇 ~_~
저 내용물을 가방에 다 넣으면 바로 복잡해지더라구요. 홈베이킹 관련 질문은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전 주로 일에 필요한 파일과 지갑 열쇠정도만 넣습니다
한국에선 빅백에 뭔가 이것저것 넣어다녔는데 기억도 안나네요;
윗분 말대로 >_< 하시니까 어쩐지 기분이 묘하네요ㅋ
어떤 제품이든 레몬맛이 나는 것은 다 맛있는 것 같아요.
사과맛은.. 상상이 안되네요.
사과맛이나 레몬맛이나 사실 다 거기에서 거기에요. 합성착향료를 쓰니까요 -_-;;;
비공개 덧글입니다.
@_@
저 아수스 eee 노트북은.. 제 남자친구랑 커플노트북이네요! ㅋㅋㅋㅋㅋㅋ -_-;;;;;;
몰스킨에는 그냥 막 갈겨 쓴 글씨들만 엄청나게 많아요. 그리고 남자친구분 소개시켜주세요! 노트북 커플인데…*_*;;;;
저도 할까 했는데 블루마스님 포스팅을 보니 맘이 쑥 들어가 박혔어요ㅜㅜ
‘삼다수’가 가장 반갑게 보이네요.
일본서 공부할 때 놀랐던 건 (벌써 10년 전..) 남자애들이 다들 큰 보스턴백을 매일 드는 가방으로 쓰는 거였어요. 그리고 주변 친구들 중엔 퍼스트백 세컨백 둘다 드는 애들도 있고.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남자들이라고 늘 가지고 다녀야하는 물건이 한둘이 아닌데 가방없이 돌아다니는 게 더 신기하죠. ‘ㅅ’
가끔 길가다 보면 손에 지갑, 담배갑, 전화기 딱 이렇게 들고 다니는 남자들 보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제 입장에서는 신기하더라구요.
글 쓰시는 것만 보고도 왠지 가방 내부의 모습이 쉽게 상상돼요
그리고 그 상상과 별 다른 차이가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