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끝에서 취하는 행동양식 세 가지

 굳이 남녀관계에만 국한시킬 필요는 없지만,

1. 배설

이제 다시는 안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동안 쌓여왔던 것들을 다 쏟아내버린다. 거의 울분의 구토라고나 할까. 뭐 예를 들면 회사를 그만두고(혹은 잘리고) 그동안 자기를 괴롭혔던 개같은 상관에게 ‘계급장 떼고, 웃장 까고 맞장 뜰’기세로 그동안 쌓였던 걸 다 말하는 경우가 될 수 있을까? 블로그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이가 나빠진 사람에게 날리는 마지막 장문의 비공개 덧글 같은 뭐 그런 것도?

배설의 문제는, 배설하기 전에는 시원할 것 같지만 막상 하고 나면 생각만큼 시원하지 않으며 오히려 전보다 더 찝찝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 쌓인 것들이 말 그대로 쌓인 것이라서 그렇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한 감정이 한 번에 쏟아낸다고 치유가 되나?

2. (배려의 탈을 쓴)거짓말

관계를 끊고 싶은 만큼 상대방이 싫어졌는데 굳이 그 이유를 귀찮게 구구절절이 늘어놓고 싶지 않거나, 그래서 굳이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을때, 배려의 탈을 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아 님은 참 좋은 분이신데 제가 부족한 것 같아서 인연을 이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음, 조금 더 알고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식이 심한 분 같아서 저 역시 이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군요. 그러나 굳이 그 이유를 솔직히 말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그냥 좋은 인상을 남기면서 사라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속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 이럴 때에 ‘아 상대방에게 상처는 주고 싶지 않아서, 어차피 안 볼텐데’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이유로 둘러댔다면 그게 바로 배려하는 척 하면서 거짓말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쯤되면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가식끼리의 한판대결이 벌어지는 상황인건가?

3.침묵

(…..)

 by bluexmas | 2010/02/08 00:16 | Life | 트랙백 | 덧글(32)

 Commented at 2010/02/08 00: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48

골고루 해보다가 3번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사는 요즘입니다-_-;;;

 Commented at 2010/02/08 00: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48

그냥 다양하게 이것저것 써 보시면 본인에게 맞는 방법이…ㅠㅠㅠㅠ

 Commented at 2010/02/08 00: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8 00:48

일방적으로 끝날 수도 있죠 뭐. 슬프지만 인간관계가 그렇지 않나요. 저도 침묵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섞어봐야 별 달라질게 없다면 굳이…

 Commented by F모C™ at 2010/02/08 01:03 

1번은 예전에 해봤는데 너 변했다 소리나 들었고.. 주변에서도 옴팡 뒤집어쓰고 등등( ”)a 대체 왜 그동안 참아왔다는 생각은 안 하고, 변했느니 이상하다느니 달라졌다느니 너답지 않다느니 하는 걸까요, 너답다라는 것은 자신이 바란 만만한 모습이었겠지요=3= 2번은 어차피 말해봐야 사람 달라지는 거 아니고 하니 결국 3번이 된달까요, 싫은 건 아니고 그저 몇가지 곤란한 부분이 있는데, 평소에 말을 했음에도 여전하다면 그냥 끊는 게 상책이더라고요, 사람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으니.. 저도 누가 뭐란다고 바뀌는 사람이 아니라서 더욱( ”)a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0:44

가끔은 사람들이 말하는 나답다, 너답다 뭐 이런 말이 기대로 만든 굴레 같이 느껴지죠?

 Commented by F모C™ at 2010/02/09 00:59

특히나 저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이 제가 화를 내면 너답지 않게 왜그러냐..는 말을 한다싶은 경우가 왕왕 있어서요( ”)a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1:01

이상하게 예의바르게 대하면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죠…어디에서나 겪어요.

 Commented by So Fresh at 2010/02/08 01:39 

음 남녀사이라면 그냥 ‘내 마음이 더이상 예전같지 않아’ 이 한마디면 되지 않나요

전 구구절절 얘기 늘어놓는것보다 저렇게 얘기하는 편이 듣는 입장도

받아들이기 쉬운것 같아요. 배설은…ㅋㅋㅋ 헤어질때 상대방이 배설하면

저도 왈왈왈 컹컹 달려들어서 개싸움이 될듯..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0:49

그게 이론적으로는 말씀하신 것처럼 간단한데, 실제로는 두 사람이 연결되어 있으니 쉽지가 않죠. 누가 통보하는 것만큼 상대방이 쉽게 받아들이면 다들 마음이 편하겠지만…

 Commented at 2010/02/08 01: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0:50

저도 그런 생각이 나서 쓰게 되었네요^^ 가끔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지요?

 Commented at 2010/02/08 02: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0:50

음 좋은 방법이라는데에 200% 동의합니다. 원거리 연애라면 참…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2/08 08:45 

배설의 즐거움은…너무나 좋은 거죠.

근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는 제자신을 발견해서 참 싫네요.

남에게 나쁜 말을 못하게 되는 것이 양심에 걸리적거리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면서 쩔쩔 매는 모습이 비굴하게 보인다고 해야 할지.

그래서 배설도 젊을 때 힘이 나는 거 같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0:51

아 그러나 웬만하면 배설은 하려 하지 않아요 정말…

회사 잘리고 보기 싫은 인간들은 다 스팸처리했어요, 메일도 받기 싫어서.

 Commented at 2010/02/08 11:2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0:51

아이고 그건 좀 모두에게 어렵네요…-_-;;;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말;;;

 Commented at 2010/02/08 11: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0:52

음 그렇죠? 2번도 나름 뭐… 그걸 하얀 거짓말이라고 해도 될까요?

 Commented by 아스나기 at 2010/02/08 21:08 

4. 결투.

결투는 6연발 리볼버 권총을 사용한 러시안 룰렛으로…

는 훼이크고

사실 드라마나 소설에서 아름다운 이별이 그렇게 많은것은, 현실에서의 이별은 벽에다가 똥파티(..)를 한다는 사실의 반증이라는 문장을 봤는데 문득 그게 생각이 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0:52

아 그러네요 정말. 뭐 친구로 지내자 이런 말은 전 믿지 않습니다. 친구로 지내고 싶어질까요? 흐흐…

 Commented at 2010/02/09 00: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09 00:53

아 그럼요… 제가 너무 죄송해요T_T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건축에 관련된 글은 조금 더 많이 쓰려고 노력은 하는데 자꾸 건축병신 시리즈 뭐 이런 것들만 생각이 나서요. 하루에 글을 둘은 쓰는데 하나는 계속 고정된 음식 글이라서…이걸 좀 어떻게 해야 될 것 같아요.

물론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말씀해주셔도 되구요. 저도 계속 고민하면서 방향성과 충실함을 찾으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비평도 비판도 받아들일줄 알아야지요.

 Commented at 2010/02/09 01: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2 04:00

저도 사실 덧글 다는 거 참 좋아하는데 잘 못해서 그렇죠 뭐…

바쁜데 아직 결과가 없어서 참 초조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절실해요.

 Commented by 하니픽 at 2010/02/09 08:08 

속편하게 1번을 선택하고 싶지만 또 그렇게하면 그사람과 연결된 주변사람과의 관계가 피곤해지고 그렇다고 2번을 선택하려니 거짓말 하는 자체도 짜증이 나니 결국 3번을 선택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마음맞는 사람에게 나 그사람 정말 나랑 안맞드라하고 속을 풀어놓곤 해요…정말 3번이 제일 무난한 것 같지만 상대방에게 쏘아 붙이고 싶은 마음이 여전이 마음 한구석에 있다는 거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2 04:01

뭐 때로는 그런 마음도 접고 정리를 해야 되더라구요. 계속 말을 꺼내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Commented at 2010/02/10 00: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2/12 04:01

저도 1번을 해 봤는데 좀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