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자와 노른자-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

우리나라에서는 흰자와 노른자를 갈라서 지단을 부치고, 서양에서는 머랭과 커스터드를 만든다. 그 둘을 합쳐 놓으면 계란의 분리합체랄까, 뭐 그런 게 된다.

쿠키를 굽고 남은 머랭이 있어서 라메킨에 담아 중탕에 쪘다. 보통 끓는 물을 깔고 오븐에 넣어 굽는데, 이렇게 만든 머랭은 마쉬말로우와 아주 비슷한 식감을 지니게 된다. 바닥에 깔린 건 잘난 체하고 싶을 때는 ‘크림 앙글레즈’라고 부르면 되지만 사실은 남은 아이스크림 베이스이다.

어디에선가 머랭은 토치로 지져줘야 된다고 주워들어서 다크 초컬릿을 갈아 뿌리고 불을 좀 대보았다. 불맛이 중요한 건 짬뽕만은 아닌 모양이다. 지지다가 재미들려서 결국 새까맣게 태워버렸다. 모든 분들에게 이러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지지니까 껍데기가 바삭한 게 식감의 대조가 재미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기절하는 ‘프렌치 런드리’라는 레스토랑이 계신데, 사실은 거기에 이런 디저트가 있다. 머랭의 가운데를 파고 가나슈를 채워 넣는다고 한다. 물론 이건 거기에서 계란만 깨는 주방 맨 막내의 양쪽 새끼발가락만 써서 만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좀 특별해서, 거기에서 계란만 3년 깨다가 돌아오면 강남 번화가의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모셔간다고 한다. 아니, 프렌치 런드리가 특별해서 그런가…

*Update: 제보가 들어와서 찾아보니 이 디저트의 이름이 ‘Floating Island’인듯. 레시피를 다시 확인해봤는데 토치로 지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건 불탄 섬인가…

 by bluexmas | 2011/01/04 10:01 | Taste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by shortly at 2011/01/04 10:23 

오오 프.. 아니 f 렌치 런드리! 갑자기 디저트를 보며 든 생각인데.. 음식은 역시 자기가 해먹는것도 좋지만 누가 해주는 것을 먹는게 최고인 듯 합니다 ㅎㅎ 자기가 해먹는다면 웬지 여유롭게 즐기기가 힘들달까..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먹는 디저트의 가격이 비싼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미래에 bluexmas 님의 반려자가 되실 분은 참 행운의 주인공!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06 00:54

크 반려자까지는 뭐 생각하지 않으셔도… 자기가 하면 여유롭게 먹기 힘들죠. 그래서 지난 번과 같은 자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야 저도 즐겁게 먹죠.

 Commented by gvw at 2011/01/04 10:30 

floating island 같은 건가요?? 찐 머랭(?) 을 지지면 겉만 바삭해지는 점도 마쉬멜로우랑 똑같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04 10:42

찾아보니 Floating Island라는 이름이 있었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1/01/04 22:52 

으헤헤 팥시루떡

아 그러고보니 정말 용암 분출 뒤 굳은 모습이 연상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06 00:54

으헤헤 그러게요 팥시루떡

 Commented by cleo at 2011/01/04 23:47 

Floating Island.. 이름이 너무 이쁘네요.

맨 위 사진을 보니 ‘불탄 섬’ 같기도 하고.. 튜나님 비유처럼 ‘팥시루떡’ 같기도..-.-

근데.

저는 밥도 근근이 해먹는데.. 저런 디저트까지..

하여튼, 음식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06 00:55

저건 불탄 섬이죠. 엄청 지졌습니다. 재미있더라구요.

저도 밥은 근근히 먹고 삽니다. 저건 가끔 시간 날때 만들어 보는거에요. 밥 먹고 쉬는 시간 뭐 이런때요. 그냥 만들어보는 것에 의미를 둔달까요^^

 Commented at 2011/01/05 22: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06 00:56

그건 우리 세훈이 형님의 디자인 서울 건설 욕구로 지졌겠죠? 바쁜 1월입니다. 너무 바쁘네요… 잘 지내시죠?

 Commented at 2011/01/06 11:03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