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름
양치질까지 마치고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래도 잠이 찾아온다고 해도 내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치실까지는 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어질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 일어나서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치실은 하지 않은 채로 잠들 수 있지만 내일은 이대로 맞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집을 나섰다. 차를 몰았다.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밤은 어둡고 또 차가워보였다. 그와 싸웠던 밤이 생각났다. 싸운 이유는 참으로 사소했다. 그는 각각의 밤에 서로 다른 이름이 있다고 말했고 나는, 낮이라면 모를까 해가 지면 똑같이 어두운 밤에 무슨 이름 따위를 각각 붙여 대느냐고 비아냥거렸다. 그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 둘의 분위기는 좋았다. 마음에 드는 저녁을 먹고 마음에 드는 차까지 마신, 정말 자주 찾아오지 않는 밤이었다. 그러나 밤의 이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둘의 분위기는 급속하게 나빠졌다. 서로 주먹이라도 주고 받을 듯 말싸움을 과격하게 주고 받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 반대방향으로 헤어졌다. 동성끼리였더라면 분명히 주먹질을 했을 것이다. 그 뒤로 그와 나는 다시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다. 비아냥거린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누군가 물어보면 그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내서 어쩔 수 없었노라고 둘러댔다. 오늘 밤은 그날 밤과 닮아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여름이었다.
# by bluexmas | 2011/01/11 03:48 | — | 트랙백 | 덧글(9)
누구랑 싸우셨답니까.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