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과 버번에 재운 파인애플 업사이드다운 케이크

지난번에 고기를 닮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바로 그 파인애플 업사이드다운 케이크. 자른 사진은 이 글에 쓰려고 아껴두었더니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업사이드다운 케이크(Upside-down Cake)라는 건 타르트 타탱의 미국 시골판이라고 할 수 있다. 체리도 쓴다고 하지만, 주로 사과나 파인애플을 팬의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타르트나 파이 반죽보다는 만들기 쉬운 퀵브레드의 반죽을 부어 굽는다.

사과는 예전에 타르트 타탱을 만들어봤으므로 건너뛰고, 파인애플을 시도해보았다. 한참 유튜브에서 자크 페팽의 <More Fast Food My Way>를 즐겨 보았었는데, 거기에서 파인애플을 꿀과 럼에 재워 간단한 디저트를 만드는 것을 따라해본 적이 있다. 파인애플의 각진 아린맛과 신맛이 꿀과 버번(다크 럼이 없어서 대체;;;)에 적당히 둥글둥글해지면서 좋은 향이 올라앉는 느낌이 괜찮아서, 같은 방식으로 파인애플을 재워두었다가 케이크를 만들었다.

사과로 만들 경우에는 덜 번거롭지만, 파인애플의 경우 질긴 섬유질을 길들이기 위해 팬에서 한참을 익혀야 한다. 파인애플을 건져내고, 남은 과즙에 버터를 더해 카라멜 소스를 만든 뒤 다시 파인애플을 합류시키고 그 위에 반죽을 부어 미리 예열한 오븐에 넣어… 은근히 귀찮다. 잘 만들었다는 생각도 썩 들지 않았다.

다 구운 다음에도 한 두 시간 정도 식혀야 팬에서 멀쩡하게 빠진다. 그러므로 손님 접대에 쓰려면 먼저 구워 두는 게 좋다. 달고 적당히 진한 맛이므로 생크림 정도만 곁들이면 된다(나는 생크림을 너무 올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파인애플을 조리면 씹는맛이 생긴다는 건 처음 알았다. 파인애플을 절여두었던 국물을 조려 소스로 쓰려다가 까먹었다. 욕심이 난다면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좋다. 작은 라메킨에 하나씩 굽는다면 레스토랑의 디저트로도 손색이 없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게 팔리지 않는다고 들은 것 같다. 그럼 뭐 내놔야 잘 팔리나. “리얼 벨지안” 퐁당 쇼콜라?

 by bluexmas | 2011/01/13 11:19 | Taste | 트랙백 | 덧글(23)

 Commented at 2011/01/13 11: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15 00:52

이왕 드실거면 두툼하게 썬 걸로 드셔야죠 야박하지 않게

 Commented by 러움 at 2011/01/13 11:45 

고기같다고 한 잉간 왔습니닥..ㅋ..ㅋㅋㅋ…ㅠㅠ…

생크림을 곁들이면 좀 더 부드럽게 씹혀서 좋지 않나요? 전 생크림 많이 쓰는게 좋아요. 과유불급이라곤 하지만요. ^^;.. 리얼벨지안퐁당쇼콜라도 좋네요.ㅋㅋㅋ 블루마스님이 만드신다면 다 좋을 듯 합니다. >.<// 씹는 맛이 있는 파인애플이라니 참 상상만해도 군침이 돌아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18 01:02

생크림의 힘이 막강하죠. 저도 넉넉하게 쓰는 거 좋아해요. 퐁당쇼콜라는 거의 만들지 않게 되네요. 생각난 김에 한 번 만들어봐야 할까요…?

 Commented by 리에르 at 2011/01/13 11:49 

아, 너무 맛있어보여요. 왠지 블루님의 사진에서는 포크들고 사진속으로 뛰어들고 싶게 하는 향이 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18 01:02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썩 맛있지 않았어요. 문제점이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Commented by  at 2011/01/13 12:22 

파인애플 레시피는 그야말로 정성이네요 우왕…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18 01:19

아 해보시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지는 않아요^^

 Commented by 현재진행형 at 2011/01/13 12:22 

저 케이크에 곁들여 좋은 차 한 잔 마셨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지는데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18 01:19

커피도 좋은데 밀크티 이런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1/01/13 14:03 

음……..맛 좀 보고 싶네요.

칼로리 슬슬 떨어지고 졸리는 지금 딱 어울리는 디저트.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18 01:19

오 언젠가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꼬마들 먹기 좋은 과자 이런 거 언제 구워드리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1/01/18 01:29

아랫글은 어디 인쇄해서 코팅을 해놔야 하겠어요.

블루마스님 특유의 트레이드,볼드체의 파란 닉네임이 고대로 드러나게.

달달한 과자,특히 제가 좋아하는 파인애플이 들어간 거라면

아무도 못줄.:D

생애 처음으로 설명서 보면서 떠듬떠듬 스맛폰 기능을 익히느라 눈이 시뻘개져서

한번 들러보았습니다.

굿나잇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20 00:44

아들 둘 아빠인 친구를 만날 때면 뭔가 만들어 가는데 친구가 많이 바쁜지 안 만난지가 오래네요. 다음에 뵙게 되면 뭐 그 정도야 어렵겠어요^^

 Commented by 초이 at 2011/01/13 22:43 

옙. 타르트 타탱 이네요. 맛나 보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18 01:20

네 뭐 거기서 거기지요 타르트 타탱이나 업사이드 다운 케이크나…

 Commented by 초이 at 2011/01/13 22:46 

크림이 없다면 플레인 요구르트도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건 마찬가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18 01:20

오히려 플레인 요거트 구하기가 더 어려워요. 전부 올리고당 따위를 넣어서…

 Commented by settler at 2011/01/14 07:02 

아 늘 그렇지만 참 좋은 광경이에요

맛있는 게 완성되는 광경은…

블루마스님 요리 사진은 늘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왠진 모르겠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18 01:20

에이 영화라니요 낯 뜨겁습니다. 그런 무엇인가가 있지는 않지요…

 Commented by 딸기쇼트케이크 at 2011/01/16 14:42 

으~ 맛있겠어요~ 요즘 단것을 못먹어서 정말 흑흑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1/18 01:21

앗 왜 단 걸 못 드셨나요? 이건 사실 그렇게 많이 달지는 않습니다.

 Commented by 딸기쇼트케이크 at 2011/01/31 23:23

신년맞이 운동을 시작해서 식사조절하고 있거든요 흑흑 그래도 오늘은 오랜만에 초콜렛도 먹으러 갔다오고 했지요 홍홍. 운동하는 날에는 가능하면 간식 안먹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단 것이 줄어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