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갈등의 주말

금요일, 일이 끝난 건 오후 다섯 시 쯤이었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북쪽으로 움직였다. 내적 갈등이 참으로 충만했다. 정말, 꼭, 이렇게 살아야만 할까? 그런 말이 유행라던데, 최선입니까? 목구멍까지 가득했다. 최선입니까? 속에 갈등이 가득 들어찬 나머지 조바심을 낼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이 먹고 마셔 배가 부르면 숨조차 쉴 수 없듯, 하나의 감정이 가득 들어차면 다른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없는 뭐 그런 상황이었다. 그렇게 조바심을 내지 않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하나의 나쁜 감정이 또 다른 나쁜 감정을 억누르는, 그런 상황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나쁜 감정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았다. 좋고 나쁨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모두 상대적인 것일까, 라는 생각마저 들 뻔 했다.

이틀 내내 잠을 잤다. 길고 짧고 슬프고 기쁜, 참으로 다양한 꿈을 꾸었다. 눈을 막 떴을때 기억나는 꿈은, 완전히 다른 삶에 관한 것이었다. 어느 시공간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게 나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안개가 많이 낀 아침이었다. 그는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살짝 투정을 부렸다. 나는 그의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고쳐주고는 두 볼을 손으로 감싸쥐고 눈을 마주쳤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그 뒤로도 투정을 부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가끔 아침에 눈을 떠, 삶이라는 것이 저 먼 옛날 내가 생각했던 것과 얼마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왔는지 생각하면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너무 멀리 온 나머지 이제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때로 기억해보라고 다그치는 사람들 때문에 드문드문, 짜내듯 기억하곤 한다. 이야기하다가 너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실없이 웃기도 한다. 저기요, 저만 이렇게 거짓말 같은 삶을 사나요? 말하는 내가 다 찔려요 속으로.

 by bluexmas | 2011/01/24 01:26 |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