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볶음의 하루
아주 오랜만에 감자볶음을 해 먹었다.
스트레스 덕분에 지난 며칠 동안 아주 자유로운 식생활을 누렸다. 생전 궁금하지 않던 던킨의 두부 도넛을 종류별로 사 먹었으며, 거의 유일하게 사 먹는 과자인 다이제스티브를 보통맛 초콜렛맛 다 사서 먹었다(곧 샌드도 사 먹을 기세. 지금 나가서…?). 대만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라면도 끓여 먹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이 라면은 컵 없는 컵라면이라고 했다…-_-). 이케아의 밀크 초콜릿도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는데 너무 맛있어서 4/5를 이틀에 걸쳐 우적우적 먹었다. 게다가 이번에 거대한 덩어리의 다크 초콜릿을 직접 칼로 쪼개 만든 아이스크림도 나의 구린 솜씨에 비해 비교적 잘 만들어져서 그것도 식후 한약처럼 꾸준히 복용했다. 물론 이렇게 먹는 동안 몸무게는 재지 않았다.
이렇게 건전한 식생활을 영위하고 나니 너무 죄책감을 느껴 오늘은 하루 종일 동물성 단백질을 멀리했다. 그래서 눈에 띈 감자를 채썰어 볶았다. 어릴때는 엄청나게 많이 먹던 반찬인데 스스로 밥을 해먹고 난 다음부터는 은근히 잘 하기 않게 된다. 그 이유는…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채를 썰면 조금 빨리 익기는 하지만, 그래도 감자는 설익히면 너무 아삭거리고 너무 익으면 부스러진다. 게다가 집에서 별로 세지 않은 불로 ‘달달’ 볶으면 재료의 맛도 다 빠져 나간다(누군가 말씀하시길 요즘은 ‘달달’볶는 걸 중의적으로 해석해서 설탕도 너무 많이 넣어 탈이라고…). 쓸데없이 불에 올려놓는 시간을 줄이려고 채를 내 능력 닿는데까지 차분하고 곱게 쳐서 전자렌지에 적당히 돌렸다. 어쨌거나 결과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리 신통치 못했다. 귀찮아서 볶다가 멈췄는데 살짝 아삭거렸다. 언젠가 보았던 요리 프로그램에서 자크 페펭이 누벨 퀴진 감자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났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감자의 바닥에 깔리는 맛에 산을 더해주면 좀 덜 질린다. 레몬즙도 좋지만 타바스코가 은근히 좋은 짝이다. 마지막에 몇 방울을 더해줬다. 반찬 만드는 김에 국도 끓이고 싶어서 미역을 물에 불려 이번에도 ‘달달’볶아 국을 끓였다. 언제 산 미역인지 모르는데 상표가 <초립동>인 것으로 보아 바다를 한 번 건넌 놈임에 틀림없었다. 계속해서 동물성 단백질을 덜 섭취하는 식단을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요즘이다.
# by bluexmas | 2011/02/02 00:15 | Taste | 트랙백 | 덧글(10)
비공개 덧글입니다.
식후 한약처럼 꾸준히 아이스크림을 챙겨드셨다니 ㅋㅋ 부럽습니다. 저도 요새 단거 무지 먹네요. 스트레스받아서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먹어서 핑계대기도 민망합니다. 아.. 그런데 다이제가 샌드도 있나보네요. 저는 초코랑 오리지날만 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