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앤 폴리나의 인기와 홍대 주변 빵집들의 현주소
아주 오랜만에 폴 앤 폴리나에 들렀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다른 음식도 그렇지만 발효빵은 더더욱, 많이 만들면서 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반죽의 온도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발효의 최적화를 위해서 주변의 온도도 맞춰줘야 하지만, 반죽 자체의 온도를 맞춰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 반죽의 온도는 무게나 부피와 관계가 있다. 집에서 서너사람 먹을 크기의 빵을 만들면 반죽할때 온도를 올리기 쉽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빵에 따라 몇 킬로그램짜리 반죽이 온도 유지가 쉽다’ 뭐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이런 그냥 하나의 예다. 사실은 줄 서서 기다리기 귀찮아서 가지 않았다.
다른 빵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오랜만에 치아바타를 먹고 싶었다. 에릭 케제르에서 치아바타라는 딱지를 붙인 빵은 사실 호기에 더 가까운데,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가 지점을 늘리면서 맛이 살짝 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사람이 많았는데, 덜 구운 ‘화이트 치아바타’만이 남아 있었다. 일단 눈으로 보았을때부터 예전에 샀던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고, 집에 가져와서 잘라보니 공기방울을 비롯한 조직이 내가 생각하거나 예전에 폴 앤 폴리나에서 먹었던 치아바타는 아니었다. 쿄 베이커리에서 예전에, 그냥 롤빵에 가까운 치아바타를 사고 살짝 경악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느낌과 거의 비슷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빵집에서 치아바타의 이름을 달고 파는 빵들과 똑같다고나 할까. 다른 빵들은 그래도 멀쩡해보였으나 치아바타만은 유독 그런 느낌이 들었다. 겨우 빵 한 개 사다 먹고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사실 문제는 폴 앤 폴리나가 아니고, 이들의 성공에서 뭔가 얻어내지 못하는 주변의 다른 빵집들이다. 폴 앤 폴리나가 들어서고 적어도 두 세 군데의 빵집이 더 홍대 주변에 생겼다. 물론 이 동네에 빵집이 더 많이 들어서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내가 언급해야 될만한 건 아니다. 그냥 “인간관계” 정도라고만 해 두자), 새로 생긴 빵집들의 빵이 적어도 폴 앤 폴리나를 따라가지도 못하는 건 나로서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점은, 기본적인 맛 자체의 접근이다. 폴 앤 폴리나의 빵은 짠 맛이 주를 이룬다. 짭짤하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 단 맛이 없다. 그리고 이것이 발효빵, 또는 “식사빵” 맛의 기본이다. 알고 보면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단맛이 모든 음식에서 알게 모르게 주도권을 잡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맛 또는 식생활이다. 거기에 습관이 들어 있으면 고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홍대 앞 다른 빵집들의 빵에서는 단맛을 주로 느낄 수 있다. 그냥 나는 그걸 ‘교육받은 맛’이라고 생각한다. 식빵인데도 먹다 보면 금방 질려버린다. 설탕이거나, 아니면 감칠맛을 내기 위해서 쓰는 지방의 단맛이 두드러진다. 바탕이 짠맛인 빵을 내놓는 가게는 정말 별로 많지 않다. 그리고 그나마도 외국계 체인인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문제는 기본이 안 된 상태에서 응용을 하려 애쓴다는 점이다. 지난 번에 글을 올렸던 Bread 05의 빵에는 메생이가 들어 있었다. 맛? 별 느낌이 없었다. 그냥 물, 밀가루, 소금, 이스트만 써서 맹숭맹숭한 빵을 만들면 안 팔린다는 생각이 뒤에 깔려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러한 빵들도 잘 만든다면 팔린다. 잘 팔리는 가게가 있지 않은가? 나는 이렇게 부재료를 계속해서 집어넣게 만드는 원동력이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기본 재료로만 빵을 만들면 감출 구석이 없으니까.
기본에 충실하려고 하는 가게들이 잘 되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한 집이 아주 잘 하는 것보다, 골고루 적당히 잘 해서 보다 더 다양한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된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들인지라 감당하지 못할만큼 수요가 몰리면 질은 당연히 떨어지게 되어 있다. 빵 한 개 먹고 사람이 많이 몰려서 질이 떨어진 것 같네, 하는 성급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새로 생긴 빵집들이 왜 그 성공의 원인을 제대로 캐거나 따라하지 못할까 그게 못내 궁금하다. 내 생각에는 그것이 엄청난 장인정신이나 화려한 기술이라기 보다, 기본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런 식으로 일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면 결국 모두 손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참, 요즘은 직접 빵을 굽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도 굉장히 좋은 빵을 내놓는다. 빵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은 이런 경향에 아무런 생각이 없으실까?
# by bluexmas | 2011/03/15 12:57 | Taste | 트랙백 | 덧글(34)
예전에 거기서 빵 사다가 먹은 적 있었는데, 그동안 먹었던 빵하고는 조금 다르더라구요.
맛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그 다음에는 줄서기 귀찮아서 사먹은 적 없지만요. ^^
직장생활 면서 우연히 여친 컴퓨터를 봤어요,
근데 http://suzi30.com 이란 사이트를 발견 ..
남겨진 아이디로 로그인 해보니 ,
다른 남자들과 바람 났어요 ㅠ 저도 열 받고
여친통장으로 여기에 가입해서 간호사랑 조건몇번했어요 ..
이걸 보시고 님들도 한번 가입해봐요 ..
하여간 안 달아도 되는 것도 달고, 안 매워도 되는 것도 맵고, 뭐 좀 그래요.
좀 유명하고 목좋은데 냈으면 혹시 좀 됐을까 몰라요ㅡ_ㅡ;;;
한국은 어디 맛있다 하면 그리로 다 가니까…..
근데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들어가서 사먹기가 좀 쑥스럽더라고요.
B님 말씀대로 그런 가게가 속속들이 들어선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
뭔가 인기있고 핫하다는 이유만으로 빵점 문턱이 높게만 느껴지는 저같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다른 빵들은 그냥..그 맛만 못해도 다른 곳에서 사 먹을 수 있으니까 괜찮은데, 올리브빵 못먹는게 가장 아쉬워요;ㅛ; (대신 절인 올리브를 병째 사두고 먹고 있긴 하지만요….ㅠㅠ)
저희 동네에도 개인 빵집이 있는데 빵 맛이 담백해야 하는 건 담백하고, 달아야 할 건 달아서 자주 사먹고 있어요. 아쉬운건 담백한 빵 종류가 부족하다는 것과…여태까지 인기있었던 빵 종류만 내놓으신다는거ㅠㅠ.. 빵집 아저씨랑 좀 더 친해지면 올리브빵 팔아달라고 부탁해볼까봐요…
(난데없이 올리브빵 간증글이 되어버렸네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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