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대한각-의외로 기대 이상이었던 양장피
지난 금요일, 두 끼 연속 중국음식을 먹는 기염을 토했다. 생애 처음 벌어진 일이었다. 보통 중국집이라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대한각은 그래도 좀 사정이 다른 집이라 괜찮았다. 재작년에 두 번 가봤던 이곳은 한 마디로 ‘좋은 재료+밋밋한 간’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간만 그럭저럭 맞아도 더 좋은 음식이 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날 먹었던 양장피(27,000)가 그랬다. 솔직히 말하자면 ‘웬일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이 잘 맞았다. 새우나 해삼을 비롯한 해물이나 돼지고기의 상태도 좋았고, 야채는 뭐 유기농으로 직접 농사지어서 쓰신다는데 할 말이 있겠나… 특히 국적 불문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너무 익혀서 나오는 새우의 조리 상태가 정말 인상적이었다(새우는 정말 제대로 익히기가 어려운 재료다…). 연희동 어느 중국집에 갔을때 옆자리에서 시킨 양장피의 양송이 통조림이 기억에 선한데 이 양장피는 그러한 것과는 좀 거리를 두는 요리였다(양장피를 거의 시켜본 적이 없어서 가격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양장피라는 게 차가운 해물+뜨거운 고기라서 그 온도가 적정히 유지되는 순간에 먹으면 차고 뜨거운 걸 함께 먹을 수 있는 요린데, 그 시점에 맞춰 먹는 게 쉽지는 않다. 대부분 그 둘이 중간지점에서 섞여서 미지근해지는데… 하여간 기억하고 있던 맛이 아니어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방에서 시끌벅적하게 벌어지던 대규모 회식(여성비율 80%이상-_-)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그냥 넘겨 짚기만 했다.
같이 나온 국물도 생각보다 간이 잘 맞았는데, 조미료를 안 썼다는데도 맛이 굉장히 두터워서 바탕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쓸데없이 맵지 않은 짬뽕국물이었다. 캡사이신액 안 쓰시는 듯?(농담이다-_-)
밥으로 마무리를 해야 되겠다 싶어 볶음밥을 시켰는데 이건 예전에 먹었던 느낌이었다. 재료는 좋으나 간은 썩 선명하지 않으며 불맛도 없는 편. 같이 나오는 짜장도 재료는 좋았으나 희미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덩어리지지는 않았다. 요리와 식사를 다른 사람이 만들거나 식사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양장피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기 때문에 다음에 또 들러서 다른 요리에 도전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는 오늘의 이야기.
참, 이날 카메라는 가지고 나갔지만 메모리카드를 안 챙겨서 사진은 전부 아이폰으로 찍었다. 상태가 별로라는 점에 양해를.
# by bluexmas | 2011/03/28 13:04 | Tast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