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초콜릿칩 쿠키를 찾아서
밀가루와 계란과 설탕, 버터 등등을 섞어서 오븐에 넣어 구울 수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잘 만들고 싶은 게 바로 이 초콜릿칩 쿠키다. 이 블로그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했을 것이다. 이거 하나만큼은 정말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 물론 아직도 거리는 멀다.
사실 지난 2년은 초콜릿칩 쿠키의 암흑기였다. 납득이 갈만한 걸 만들지 못했었다. 예전 집에서 쓰던 가스 오븐에서는 쿠키가 원하는 만큼 퍼지지 않았다. 너무 퍼지는 쿠키도 문제지만, 너무 안 퍼지는 쿠키도 마찬가지다. 혹시 레시피가 빌어먹나 싶어서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해보았지만, 신통치 않았다.
어쨌든, 그동안 이런저런 레시피들을 손대보면서 초콜릿칩 쿠키, 아니면 이런 종류의 미국식 쿠키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잠깐 정리해보면,
1. 지방의 비율: 포화/불포화 지방의 비율이 쿠키의 식감에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액체/고체상태의 지방을 섞는 비율.
2. 충분한 유화: 1의 두 가지 지방을 섞는데, 포화지방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반죽의 유화에 신경을 잘 써야 한다. 액체로 된 지방이 반죽에 완전히 섞이려면 손보다는 믹서를 쓰는 편이 낫다. 지난 번에 어떤 쿠키를 만드는데 비디오를 따라 손으로 섞었더니 포화지방(식용유)가 잘 섞이지 않았고, 결국 쿠키가 너무 퍼져버렸다.
3. 적절한 휴지기: 어딘가에서는 반죽을 만들자마자 바로 나눠 담아 구워버리는데, 역시 쿠키가 너무 퍼지는데 일조하는 것 같다. 냉장고에 넣어 반죽이 살짝 굳은 정도가 분배해서 팬에 담기에도 편하고, 너무 퍼져버리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사진의 초콜릿칩 쿠키는 레시피를 두 배로 뻥튀겨 50개를 만든 건데, 완전히 식지 않은 그릇 바닥의 반죽은 완전히 퍼져버렸다. 오븐의 열 분배가 잘 된다면 아예 스쿱으로 떠서 얼렸다가 구워도 되는데, 예전 집에서 쓰던 오븐 정도의 화력이라면 실패해서 잘 안 퍼질 확률이 높다.
4. 흑설탕: 이 쿠키의 문제는 버터보다 흑설탕이다. 버터야 그렇다고 쳐도, 흑설탕이 전부 수입이라 너무 비싸다가 500그램에 4~5천원선. 이래서는 쿠키를 못 굽는다. 우리나라 흑설탕 가운데 완전히 까만 건 가짜고, 그보다 색이 옅은 건 당밀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향이 아니라 수분인데… 저 쿠키는 흑설탕의 1/3정도를 그 국산으로 대체했다. 다음에는 100%로 구워서 결과를 보려 한다. 수분을 더해줘야 될지도 모른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는데, 당밀을 1큰술 정도 더해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5. 초콜릿칩: 이 쿠키의 핵심은 물론 초콜릿칩이다. 저 ‘청크’는 좋은 품질은 아닌데, 쿠키에 쓰려면 저것 밖에 없다. 다른 건 너무 작거나 저것보다 더 싸구려거나 발로나거나 그렇다. 물방울 형태보다 청크가 확실히 쿠키를 구워놓으면 보거나 먹기에 좋다. 품절이라는 이야기가 도는데 우연히 들어간 어느 가게에서 사오기는 했다. 사실 초콜릿칩을 둘러싸고 생기는 애로사항들 가운데 가장 큰 건 칩의 고른 분배일텐데, 나도 거기에 대해서는 별 대책이 없다. 어디에선가는 칩을 밀가루로 살짝 버무리면 반죽의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는다고 하는데, 근거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최후의 수단은 사진에서처럼, 쿠키당 두세 개의 초콜릿칩을 따로 빼 놓았다가 스쿱으로 뜬 다음 박아주는 것이다. 물론 번거롭다.
50개 정도를 구워 한 절반 정도 만족할만한 걸 얻었다. 그런데 사진이 흔들렸다ㅠㅠ
# by bluexmas | 2011/05/31 11:04 | Taste | 트랙백 | 핑백(2)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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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똥그랗게 질서정연하게 놓여있다니 ㅠㅠ 반죽일뿐인데ㅠㅠㅠㅠ 귀여워서 눈을 못 떼겠어요.ㅠㅠ
완벽한 쿠키를 구우시는 그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저 진짜 저 초코칩쿠키에 영혼이라도 팔고싶은 심정이에요! 뿌잉 ㅋㅋㅋ
제가 초콜릿 쿠키를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아시고!! 감사히 눈으로 잘 먹을게요;ㅁ;ㅋㅋㅋ
맛있겠다, 요리법은 몰라도 그저 먹고 싶을 뿐이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