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것들
아예 생각이 없어지기 전에 간단한 메모나.
1. Life, on the Line: A Chef’s Story of Chasing Greatness, Facing Death, and Redefining the Way We Eat / Grant Achatz & Nick Kokonas
읽던 책들이 잘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서 과감하게 접고 그냥 잘 읽히는 책 몇 권을 골라 닥치는대로 쭉쭉 읽었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 미친 듯이 성공해서 떼돈벌고 자서전도 내는 걸 보면 시기와 질투에 휩싸일 것도 같으나 이 정도라면 별로 할 말이 없어진다. 읽기 전에는 왜 사업 파트너가 자서전에까지 끼어드나 생각했는데, 읽어보면 이해가 200% 간다.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이 나면 별도의 글로 하고 싶은데, 어쨌든 이런 셰프+파트너의 조합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날이 올까? 아아, 지금?
2. The Extra 2%: How Wall Street Strategies Took a Major League Baseball Team from Worst to First / Jonah Keri
샘플을 읽을 때는 재미있어서 바로 샀지만, 곧 기대가 사그라들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저자 때문이었다. 그는 야구를 정말 많이 알고, 단독 칼럼들은 그럭저럭 쓰지만 책은 그 둘보다 못하다. 구성 능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내내 ‘마이클 루이스라면 이런 부분은 이렇게…’라고 생각했는데, 책 끝에서 마이클 루이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노라는 이야기를 읽고 좀 당혹스러웠다. 참고로 <The Blind Side>는 별 재미없었다. 등장인물 하나로 끌어나가기에는 너무나 뻔한 이야기. 영화는 책보다도 더 재미없었고.
3. Tender is the Night / Scott Fitzgerald
역시 단독 포스팅으로 모셔야 되는데… 솔직히 너무 오래 걸려 읽어서 감흥이 거의 없었다. 이야기나 등장인물보다, 작가 또는 작중 화자가 내뱉는 툭툭 내뱉는 말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쓰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건조하고 짧지만 할 말 다하면서 폐부를 찌르는.
4. 무라카미 류 / 공항에서
단 한 번도 공감한 적 없다. 자료로 쓰려고 사서 마지막의 공항 이야기만 읽었는데, ‘그래서 어쩌라구?’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왜 또 할까? 내가 읽어내지 못한 게 있나? 아닌 것 같았다.
아, 그리고 난 이런 종류의 책이 귀여운 디자인에 하드커버로 나오는 거 진짜 싫어한다.
5. 신형철 / 느낌의 공동체
“즐겁게 읽고 많이 배웠습니다.”
6. 몹쓸년 / 김성희
기대만큼은 못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말과 이미지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어 단편마다 기복이 좀 심해서. 위대하신 <식객>처럼은 아니지만 만화가 이미지도 대사도 아닌 말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려 한다면 그건 실패라고 생각했다. 몇몇 이야기들이 좋았다. 특히 (경험담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 돈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동생에게 반성문인가 경위서를 써오라고 하는 이야기. 다음 무엇인가가 나와도 사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런 책이 많이 나와야 되는데, 웹툰 말고 이런 만화들은 어디에 투고할까. 참고로 난 대부분의 웹툰이 싫다. 물론 그건 웹툰이라는 매체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인터넷, 컴퓨터를 통해 보고 읽는 걸 그대로 지면에 옮기면 그 힘이나 밀도가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은 듯.
7. Fool for the City / 마모루 나가노
FSS도 좋아하지만 그 이전이라고 알고 있는 엘가임의 메카닉들을 더 좋아한다. 뭐 별 차이 없어보이지만(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고등학교때 스쳐 지나가며 읽었던 기억을 20년 동안 가지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했으나, 해적판이라는 사실을 알고 좌절했다. 내용은 지금 봐도 영 허접하다.
8. 설계자들 / 김언수
읽은지 좀 됐다. 글을 올린 적이… 아마 없을 거다. ‘스탠드’와 ‘독서대’였나? 하여간 그런 이름의 두 마리 고양이가 나오는 설정은 꽤 작위적이라고 생각했다. 제목도 그냥 <자객> 뭐 이런 것들인 편이 더… 인셉션 같은 영화과 비슷한 컨셉트인 것처럼 보이려고 그런 건 아닐테지만… 작가가 좋아서 무턱대로 읽었지만 아쉬웠다.
그 밖에 킨들로 샘플만 읽은 것들: O는 앞으로 읽을 것들, X는 아닌 것들
1. Blood, Bones & Butter: The Inadvertent Education of a Reluctant Chef / Gabrielle Hamilton (X)
자랑질? 셰프는 좋아하는데 글은 생각보다 별로…
2. The Sorcerer’s Apprentices: A Season in the Kitchen at Ferran Adrià’s elBulli / Lisa Abend (O)
그래도 형님인데+작가가 호들갑 안 떠는게 왠지 마음에 든다.
3. How Did You Get This Number / Sloane Crosley (O)
문체가 짜증난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왠지 나랑 비슷한 것 같은…;;; 얼마전에 전업으로 글 쓰기로 했다는 칼럼을 가디언인지 어디에서 읽고 부럽다ㅠㅠ 라고 생각했다.
4. At Home: A Short History of Private Life / Bill Bryson (Oa?)
좀 망설이고 있다. 재미있을 듯 없어 보여서.재미없는 듯 있어 보이는 것과는 천양지차.
5. Born Round: The Secret History of a Full-time Eater / Frank Bruni (O)
이거야 말로 정말 내 얘기 같더라. 음식 관련 일을 하는데 살이 너무 쉽게 쪄… ㅠㅠ 물론 나야 발톱의 때만큼도 못나가지만… 그냥 재미로 하루면 읽을 것 같아서 곧 다운받아서 마저 읽을까 한다.
# by bluexmas | 2011/06/02 00:37 | Book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1/12/3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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