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도 어렵다
옷을 부지런히 버리고 있다. 누군가에게 넘겨봐야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옷들은 전부 버리고, 개중 쓸만한 것들은 수거함에, 그보다 더 쓸만한 것들은 고민 끝에 기증을 할까 모 가게에 인터넷으로 기증신청을 했다. 대부분이 위아래 한벌짜리 정장류였다. 뭐 종교는 오래 전에 버렸지만 그래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은 금과옥조로 새긴다. 생색 내지 말자고. RT해주는데 얼마씩 기부한다 뭐 이런 이야기 좀 트위터에 씨부리지 말고 좀. 그냥 나도 버리는 수고 덜고 얼마에 팔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가격에 사 입기에는 무리 없을 것 같아 일이만원에 팔까 하다가 내놓는 것일 뿐이다.
오늘 오전에 기증신청을 했더니 오후에 알바생으로 짐작되는 여자아이가 전화를 했다. 날짜를 금요일로 잡았는데, 당일 아침에 전화를 해서 언제 갈지를 알려준다고 했다. 기증한다고 생색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는데 어떻게 근 1주일 전에 기증 신청을 하는데 그 전날에도 연락을 못 해주느냐고 물었더니 만족할만한 대답이 안 나와서, 담당자를 바꿔달라고 했더니 통화중이라며 곧 전화를 주겠다고 했는데 되걸지 않았다. 결국 궁금해서 내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내가 궁금한 건 그 대책없다고 생각되는 시스템 그 자체였다. 기증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적어도 전날에는 스케쥴 잡고 전화해서 그 다음날 언제 가겠노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걸까? 담당자 말로는 집 앞이나 경비실에 놓고 가도 수거한다던데, 가져갈 가치도 없는 쓰레기를 놓고 간 경우라면 그냥 놓고 갈 수는 있을지라도 거기까지 간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나. 적어도 기증할 사람과 물건 놓고 1:1로 대면, 확인해서 가져갈 건 가져가고, 그렇지 못한 건 ‘죄송하지만 받을 수 없습니다 쓰레기는 알아서 처리하셈’이라고 얘기하는게 맞지 않나.
사실 뭐 이런 건 딱히 큰 문제는 아닌데 알바생도 그렇고, 담당자는 더더욱 더 별로 들을 생각이 없어보여 그게 썩 달갑지 않았다. ‘아 저희가 일손이 딸려서…’ 아 네. 그래도 말은 끝까지 좀 다 들어주시면 좀 좋겠냐만.
# by bluexmas | 2012/04/03 00:49 | Life | 트랙백 | 덧글(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