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뭐 어디로 가고 있겠는가?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다. 이제는 거의 사회적 위협으로까지 보이는 이 저속노화 유행에 대해 심층 분석을 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와야 욕만 먹을 게 뻔하기 때문에 의욕이 막 생기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지금 이런 것들의 방향이 왜 잘못되었는지 운만 좀 떼자면… 진짜로 정희원 선생이 브랜딩하고 있는 저속노화의 개념에 충실한 식생활을 하자면 각자의 삶을 상당부분 바꿔야 한다. 외식 같은 건 말이 안 되고, 직장인이라면 따돌림을 당할 각오를 하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야 한다. 시간과 체력이라는 귀중한 자원의 상당 부분을 이쪽으로 재분배 및 집중시켜야 한다. 사실 그래도 될까말까 한다.
그런데 우리 많은 화이트칼라 중산층 선생님들께서는 그럴 시간도 없으시고 너무 바쁘시고 하니까 ‘선생님 저희를 위해 먹을 것 좀 개발해 주세요’ 읍소 및 간청을 하여 그 결과라고 나온 것이 무슨 렌틸 따위가 든 즉석밥이나 조악한 편의점 도시락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이고도 식문화적인 비극이다.
이런 경향이 대체 왜 문제인가? 약간의 염분과 당분 미세 조절 등등만 하면 완벽할 잠재력을 지닌, 보통 사람들이 오늘도 지금도 만들어 먹을 한국식 집밥이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누명을 쓸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는 너무나도 좋은 팔 거리를 문 셈이기 때문에 이 지점을 집중 공략해 제품 개발을 할 것이다. 법이 달라서 한국은 음식에 ‘건강’이라는 딱지를 미국처럼 붙일 수 없는데, 저속노화 유행과 제품 개발로 인해 이를 적극 활용할 길이 우회적으로 열려버렸다. 나는 이것이 정희원 선생의 책임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여간 우리 많은 화이트칼라 중산층 선생님들이 난 정말 무서운데… 이분들은 시간이 없고 바쁘고 그럴 뿐만이 아니라 식재료와 조리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으시다. 그러니까 밥에 렌틸콩을 더해 지으라는, 한식 콩밥이 죽고 죽고 일백번 고쳐 죽어도 억울함을 떨칠 길 없는 그릇된 가르침 같은 것들을 떠받들다 못해 하나둘씩 홍위병으로 각성하고 있다.
‘저속노화 경찰’이라고 말하면 더 적절하려나? 말하자면 음식과 조리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고 쌓을 생각도 없으면서 지금까지 먹어왔던 많은 것들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난리를 치는 것만으로 제대로 된 저속노화 식단으로 한 끼 배불리 먹기라도 한 양 효능감을 느끼고 있다.
이게 사실 가장 큰 문제이다. 거기에다가 말도 안되는 편의점 도시락을 놓고 ‘와 이것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건강식이네요’ 같은 망발이나 뱉고 있고. 지금 여러분들이 음식을 가지고 계급을 명시화 및 구체화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십니까?
귀찮아서 그만 쓰고 싶으니까 이 이야기 하나만 하고 일단 마치자. 다큐멘터리 ‘음식 주식회사’의 끝에는 더 건강하게 먹기 위한 미국인 고도비만 가족의 눈물 겨운 노력을 보여준다. 가공식품 냉동음식 먹지 않고 직접 재료를 사다 조리를 하고 닭가슴살을 굽고… 그래서 한참동안 체중이 감소하고 건강이 좋아진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다시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왔다’라는 자막인가가 나오고 다큐멘터리가 마무리된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 저속노화 유행으로 최악의 경우 한식과 식문화의 건강 논의가 20년 정도 후퇴될까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내가 20년 전 미국에서 겪었었던 말도 안되는 기업들의 장난 같은 것-물론 오래 전부터 벌어졌던-들이 가능해질 틈새가 열렸는데, 이건 한번 열리면 절대 다시 닫을 수 없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