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님 전상서

000 편집장님께, 안녕하세요, 음식평론가 이용재라고 합니다. 저는 지난 주, 000 에디터로부터 “취재” 요청을 받았습니다. 내용을 알고 계실 거라 짐작합니다만 혹시 모르니 딸려온 PDF 파일을 출력 및 첨부합니다. 000 에디터와는 일을 여러 번 같이 했던 적이 있으므로 즐거운 마음으로 내용을 확인했는데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무엇보다 요구하는 내용을 지침대로 “최대 500자”까지 쓰면 이 “취재”는 궁극적으로 원고가 되어버립니다. 문항이 적지...

시국선언문

1987년 6월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민주 항쟁이 한참이었던 어느 날 하교길, 버스를 탔는데 수원 구시가지에서 인파로 버스가 완전히 멈춰섰다. 당시의 버스 운전기사들은 과격 운전에 욕도 서슴치 않는 거친 이들이었지만 그 상황에서 멈춰 선 버스의 기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시대와 상황의 엄중함과 심각함을 이해한 몸짓이었노라고 아직도 이해하고 있다. 2024년 12월...

[롯데호텔] 라세느-K의 최전선

3월에 갔는데 최근까지도 고민하고 있었다. 쓸까말까? 물론 좋았다면 그런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너무 나빠도 글을 쓰기가 싫어진다. 언젠가는 한번 가야 되는데 생각만 하다가 마침 축하할 일이 생겨서 겸사겸사 밥을 여기에서 샀다. 그런데 와, 기대 안 했음에도 그 기대의 무저갱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수준이 형편없었다. 이런 걸 16만8천원이나 주고 먹는다고? 돈이 아깝다 말다...

‘채식주의자’와 대체육의 시대

작년 말에 낸 아홉 번째 단행본 ‘맛있는 소설’에는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소재 삼아 쓴 글이 있다. 아는 이는 알다시피 ‘맛있는 소설’은 소설 속 음식 이야기를 담은 책이고, 그렇다면 ‘채식주의자’ 이야기를 하지 않기가 여러모로 힘들다. 그래서 접근했는데 원작의 엄중함에 누를 끼치지 않으면서 똑같이 엄중해지지 않으려고 고민을 꽤 많이 했었다. 여느 때처럼 뜨개를 하고 들어와서 잠깐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