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라는 전염병

집 앞 거리, 후줄근한 창고 같은 무인 카페가 망한 자리에 샐러드 샌드위치 가게가 들어왔다. ‘MZ 엄마가 하는 가게’, ‘마을에 꼭 필요한 가게가 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손글씨로 써서 붙여 놓았지만 관심은 전혀 가지 않았다. 길 건너에 같은 업종의 가게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 가게도 영업을 하는 게 신기한데 불과 삼사십 미터 거리에 똑같은 가게를 차린다고? 집 앞 거리는 작은...

[동소문동] 주경옥-머뭇거림의 맛

가격과 무관하게 어떤 음식은 사람을 오래 고민하게 만든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나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론이 늘 좋게 나지는 않지만 나름의 의미는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음식이 음식의 본질이 아닌 세상에 고민을 한다니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물론 고민만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고 결과가 받쳐줘야 하지만 적어도 이런 음식은 나를 좌절시키지는 않는다. 7월 말에 동소문동(또는...

[응암동] 블랑제리 우트-최고의 식빵

블랑제리 우트의 식빵을 꽤 오랫동안 먹었다. 그런데 전부 배달이어서 매장에 한번 갔다온 다음 글을 쓰자는 게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 사이 나는 또 다시 빵을 직접 구워서 먹기 시작했다. 하여간 이곳의 식빵은 최고라고 말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일본 음식으로서 식빵은 궁극적으로 밥을 닮은 빵이다. 밥의 맛이 난다는 말이라기 보다, 모든 상황에 두루두루 잘 어울려야 하는 빵이라는 말이다....

열패감과 뜨개와 고양이

이 여름, 더위 만큼이나 열패감에 시달렸다. 아니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여름만의 일은 아니다. 작년 6월까지 아버지 사후 일처리를 한 이후, 일 년 넘게 ‘현타’에 시달리고 있고 그 한가운데에 열패감이 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는 내 차례인데 앞으로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는 기분에 시달렸다. 할아버지가 79, 아버지가 80에 세상을 떠났으니 대략 내 앞에 30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