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편집장님 전상서

000 편집장님께, 안녕하세요, 음식평론가 이용재라고 합니다. 저는 지난 주, 000 에디터로부터 “취재” 요청을 받았습니다. 내용을 알고 계실 거라 짐작합니다만 혹시 모르니 딸려온 PDF 파일을 출력 및 첨부합니다. 000 에디터와는 일을 여러 번 같이 했던 적이 있으므로 즐거운 마음으로 내용을 확인했는데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무엇보다 요구하는 내용을 지침대로 “최대 500자”까지 쓰면 이 “취재”는 궁극적으로 원고가 되어버립니다. 문항이 적지...

추석의 포도

추석 직전에 포도를 한 상자 사놓고는 또 옛날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영세를 받았고 그 이듬해에 벌어진 일이었으므로 1986년의 추석 직전 토요일 오후였다. 아버지가 포도 두 상자를 형제 앞에 내밀고는 쪽지를 건네주었다. 두 사람의 영세 대부 집의 연락처와 주소가 적혀 있었다. 지금부터 집을 나가서 두 집에 연락을 하고 찾아가서 추석 선물인 포도를 전달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중국냉면의 오후

버스가 한겨레 사옥을 지나갈 때쯤 생각이 났다. 중국냉면이 있었지! 원래 계획은 옷 수선을 맡기고 명동칼국수에서 계절 메뉴인 콩국수를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불현듯… 나는 스스로를 더 복잡한 상황으로 밀어 넣었다. 명동칼국수는 반드시 열려 있지만 냉면을 파는 중식당(어딘지 말 안 하련다…)은 격주로 쉰다. 게다가 열었더라도 중국냉면 철이 끝났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선집은 명동칼국수 바로 지척에 있다. 따라서...

글쓰기(1)-일상에 스며드는 글쓰기

답답함이 쌓이다 못해 쓴다. “자아가 깨어” 창작이 하고 싶어졌다는 사람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것저것 시도해보았는데 잘 안 됐고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는데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던가. 그래서 제안을 했다.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서 아무거나 쓰라고. 오늘 먹은 밥이 맛있었다거나, 기분이 별로였다거나 하여간 뭐라도 좋다고 했다. 다만 한 번 글을 쓰기 시작했으면 아무리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