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음악
올해는 최신 음반을 별로 듣지 않았다. 그냥 조금씩 듣고 넘어가고 듣고 넘어가고 해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음악이 없다. 시간만 놓고 보자면 여느해보다 많이 들었는데 그만큼 깊이 들어가지는 못한 것.
1. Doves / Constellation For The Lonely
오, 주여. 어느 날 갑자기 아이튠즈 알림이 떴을 때 나는 전율했다. 도브스가 새 앨범을 낸다니! 11년 만에 지난 앨범을 내놓고도 지미 굿윈의 정신 건강 문제로 투어를 전부 취소했던 터라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살았으므로 그저 보너스 같았다. 그런데 들어보니 허투루 만든 게 아니고 매우 좋아서 더 놀랐다.
지난 앨범 ‘Universal Want(2020)’은 팬으로서 일단 반가웠지만 아쉬운 구석이 분명히 있었다. 도브스는 원래 하우스 음악을 하던 이들이라 샘플링 등의 소리로 빈 공간을 메우고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는데 탁월하다. 그런데 지난 앨범은 뭔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의 곡들에 그런 소리를 더해 밀도를 높이려는 느낌이 전작들보다 강했다. 분명 좋은 곡들은 있었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엇비슷하기도 했다.
그래서 반가운 한편 우려했으나 이번 앨범은 또 다르다. 더 어두운 쪽으로 방향을 돌렸는데 일단 곡의 밀도가 높아 나머지 소리들이 그렇게 애를 쓰지 않아도 촘촘하고 밀도가 높다. 정황상 지미 굿윈보다 윌리엄스 형제들이 더 애를 많이 쓴 것 같은 느낌인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오십 대 중반에 이런 앨범을 내놓다니 불과 다섯 살 밖에 어리지 않은 입장에서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알고 싶다. 그냥 물 떠먹고 잡담하는 소리만 녹음해서 내놓아도 고마울 판국에 이런 명작을 내놓았으니 단연 올해의 앨범이다.
2. Dream Theater / Parasomnia
두 장의 1993년 앨범(어나이얼레이터의 ‘Set The World On Fire’와 익스트림의 ‘Waiting For The Punchline)을 통해 마이크 맨지니의 팬이었고 그가 드림 씨어터에서 잘 하고 있었다 생각했으므로 굳이 등 떠밀어 내보내고 마이크 포트노이를 데려올 필요가 있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첫 번째 곡이 공개되자마자 내가 틀렸음을 인정했다. 음반을 통해서 그렇게 느끼는 것 자체를 믿을 수 없기는 한데 에너지 레벨이 다르달까? 특히 존 명의 베이스가 앨범 전체를 통해 너무 신나게 들려서 ‘그럼 된 거지’라고 생각했다.
2016년의 ‘Astounding’을 빼놓고는 딱히 못 들을 만한 앨범을 내놓지 않았기에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되는 면이 있다고 보는데(말하자면 팬들이 배가 불렀다고나 할까?) 그런 걸 다 감안하고도 이 앨범은 좋다. 다만 제임스 라브리에가 라이브에서 이걸 재현할 수 없게 된 것이 문제인데… 웬만하면 새로운 보컬을 뽑았으면 좋겠다.
3. 신인류 / 빛나는 스트라이크
몇몇 싱글 곡들이 좋아서 이런 기세를 앨범에 담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랬는데 정말 그랬다. 가사도 그렇고 묘하게 1980년대 가요 느낌이 난다.
4. Raphaël Feuillâtre / Visages Baroques
첫 곡인 바흐의 평균율 1권 1번의 연주만으로도 좋다.
5. Violator / Unholy Retribution
상반기에 뜨개하면서 열심히 들었다가 갑자기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안 들었다. 이 앨범을 듣고 아 좋다 전작들도 들어보자 그러면 놀랍게도 관심이 잦아든다.
6. Mei Semones / Animaru
아직도 미국의 어느 방구석에서는 이런 뮤지션이 나온다. 음악의 지향점은 다르지만 왠지 존 메이어가 수제자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7. Skirt / Special
한 십 년 전인가 도쿄의 타워레코드에서 자켓만 보고 산 앨범으로 알게 되어 잊고 다시 듣기를 되풀이하는 스커트의 신작. 약간 뜬금 없다 싶은 유머 감각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