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된다, 에드워드 리 셰프

에드워드 리 셰프의 오랜 팬이다. ‘탑 셰프’ 시즌 9에서 처음 보았으니 15년이 다 된 셈이다. 그때도 그는 비빔밥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톰 콜리키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 저런 한국계 셰프가 있었구나. 이후 쭉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았고 ‘흑백요리사’로 국내에 진출, 상당한 인기를 누리게 된 점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이런 표현이 어떨까 모르겠지만 비빌 언덕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서 흐뭇하달까? 그런데 ‘흑백요리사 2’까지 다 끝난 지금은 슬슬 우려가 되기 시작한다.
요리사 혹은 셰프로서 진가를 보여주는 창구는 거의 없이 휘발성이 강한 대량생산 제품에만 이미지를 빌려주고 있다. 현실적으로 그의 브랜드를 내세운 레스토랑의 개업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 세 군데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국내의 파인 다이닝 여건이 좋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미더운 사업 파트너가 있을까? 괜찮은 곰만 보면 재주를 부리고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 천지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온갖 편의점 음식에 얼굴을 내미는 것도 재고를 해 볼 때가 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파인 다이닝 셰프들이 대량생산 식품의 홍보에 얼굴을 들이밀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편의점 음식이라면 대량생산의 범주 안에서도 최전선이고 품질이 보장될 수 없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이미지에 나쁜 영향만 미친다. 워낙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그의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덜하다 보고 있지만 그가 비벼야 할 언덕은 아니다.
비단 에드워드 리 뿐만이 아니다. 안성재 셰프도 온갖 프랜차이즈며 대량생산 식품의 광고에 얼굴을 내미는데 미슐랭 별 셋 주방을 책임지는 사람의 행보로서는 조금 과격하게 말해 무책임하다. 이런 셰프들이 그런 음식 광고에 동원된다고 파인 다이닝의 문턱이 낮아지거나 대중화되지 않는다. 물론 같은 맥락에서 그들이 광고하는 음식의 수준이 더 높아지지도 않는다.
서바이벌 쇼를 비롯한 매체 노출을 통해 높아진 인지도가 궁극적으로는 편의점 광고 수준으로 소구하는 현상 자체가 어쩌면 이 나라 음식판의 좁디 좁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속이 상한다. 신나게 놀고 싶어도 그럴 놀이터가 없는 것 같다. 땅은 마련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너무 척박하고 돌멩이가 많아서 마음껏 편하게 놀 수 있을 만큼 아직도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아직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