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4가] 아사시-물화된 완벽

오래되고 가파른 계단의 4층까지 간신히 올라가 숨을 헐떡이며 문을 조심스레 열었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건 물화된 완벽이었다. 건축에 몸 담고 있었던 시절 사진으로만 보았던 유명 건물을 실제로 맞닥뜨렸을 때 받는 느낌이랄까? 모든 요소가 웬만해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으로 완벽했다. 공간 자체부터 중심을 잡아주는 탁자, 카펫, 오디오와 그것이 자아내는 소리, 메뉴판에 운영자의 유니폼이며 스타일까지 모든 요소가 그랬다.작은 씨앗같은 콘셉트에서 비롯되어 싹을 띄우고 가지를 뻗어나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속속들이 의도와 계획이 있고 그것을 엄수해 만든 결과물의 느낌이었다.

심지어 바탕만 이런 것도 아니었다. 그 위에서 핵심이어야 할 마시고 먹을 것들 또한 균형이 확실히 잡혀 있었고 표정 또한 또렷했다. 이런 게 아직도 되긴 되는 구나. 콘셉트만 그럴싸하게 세워 두었을 뿐 마음도 내실도 없는 것들이 비단 음식에만 넘쳐나지 않는 요즘 현실 속에서 뭐랄까, 참으로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마음도 있고 의도와 의지도 있고 그에 걸맞는 자본도 당연히 있었겠고 실력도 받쳐준다. 또 그런 가운데 인간미가 없는 것도 아니라 재미있었다. 이곳, 많은 이들의 질투를 살 것이다.

*사족: 분위기를 잡아주는, 상징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탁자의 다리가 기둥으로 뻗어나가다가 천장까지 닿지 않고 멈추는 것, 매우 재미있다. 아주 적절하게 공간을 분절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