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겨 보는 요리 프로그램 세 가지
Top Chef (Bravo)
브라보 채널이 워낙 구린지라 지난 시즌까지도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아틀란타의 Richard Blais가 마지막까지 남았다고 해서 동네에서 화제가 된 이후로는 꼭꼭 챙겨 보고 있는 프로그램. 뭐 무림의 고수를 가려보자는 취지가 담긴 다른 요리 경쟁 프로그램들과 별 다를 바는 없지만, 그래도 Iron Chef 처럼 아주 지나치게 시간에 쫓기는 운동경기-이 프로그램에서도 짧은 시간에 음식을 만드는 Quickfire Challenge가 있지만, 과정도 또 결과물도 흥미진진하도록 만드는 소재를 써서 단지 시간만으로 긴장감을 조성하지 않는다-같거나 초명인들이 나와 아마추어들 기를 죽이지도 않고, 또 Ultimate Recipe Challenge처럼 잔뜩 길러 새빨갛게 매니큐어를 칠해 음식 만들어도 먹고 싶지 않은 손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른 금 귀걸이, 목걸이를 주렁주렁 단 비만여성들이 말도 안되는 음식들을 어설프게 조리하지도 않는, 딱 중간에서 조금 더 프로쪽에 기운 프로그램. 거기에다가 심판 및 진행자들 역시 지나치게 억지를 부린다거나 하지도 않고, 비판이 아닌 비평을 하며, 또 그게 진지하면서도 건설적이라 결과를 알게 되어도 뭔가 공정하지 않게 사람을 떨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너무 진지하다고 생각했는지 특유의 뒤틀린 유머로 나름 알려졌다는 영국의 작가/음식 평론가 Toby Young을 붙여 약간 분위기를 띄우는 중.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점은, 나오는 요리사들의 나이 격차가 좀 심하다는 것. 40 이하로 해서 비슷한 경험과 실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경쟁하는 걸 보고 싶은데 가끔 50 다 된 사람도 나오더라(그러나 실력이 별로라 곧 탈락).
이런 음식 관련 프로그램들을 계속 보다 보면, 매체가 많아지니까 인력 자원도 많이 나오는지 벼라별 식당에서 일하는 어린이 같은 요리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오는데, 한 반 정도는 기술이나 창의력을 계발하기 이전에 뽀대부터 지나치게 키워서 그 뽀대가 나머지를 덮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뭐든 창조하는 분야는, 뽀대도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은 결과물로 말하는게 아닐까.
2.Chopped! (Food Network)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Iron Chef는 너무 명인스럽고 또 Ultimate Recipe Challenge는 너무 아마추어스러웠다고 생각했는지, 푸드네크워크에서 새로 내민 카드인 Chopped!는 Top Chef의 Quickfire Challenge과 비슷한 형식으로 미리 정해진 몇 가지의 재료를 주고 30분 안에 음식을 만들게 한 뒤, 평가를 한다. 차이점이라면 전채-본식-후식으로 이뤄지는 음식을 각각 30분 안에 조리한 후, 한 명씩 참가자들을 떨구는 방식에다가, 미리 정해진 그 재료들이라는게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면 어제의 경우에는 후식을 조리하는데 주어진 재료들 가운데 하나가 캐나다 베이컨이었다고(그러나 요즘 유행이 또 베이컨이나 올리브 따위로 디저트를 만드는 거라서 뭐 새삼 이상하게 느낄 것도 없었다고…). 관중이 없이 조용한 스튜디오에서 조리를 해서 과정 자체에 몰입하기는 쉽지만 편집을 많이 해서 별로 볼 게 없고, 그 어울리지 않는 재료들을 조합해서 어떤 음식을 만들어 내었느냐를 보는 것이 진짜 관심거리이다. 처음엔 푸드 네크워크에서 또 이 따위 프로그램을 내미나 싶어서 분노했는데 보니까 또 나름 재미있어서 계속 보고 있다.
3. Man vs. Food
다른 프로그램들도 나름 재미있으나 No Reservation과 Bizarre Food의 두 마리 말로 끌어가는 트래블 채널에서 작은 망아지라도 하나 끼워 보고 싶었는지 내어놓은 이 프로그램은, Adam Richman이라는 대체 어디에서 굴러 먹었는지 알 수 없는 중도 비만 젋은이로 하여금 30분 동안 도시 하나를 소개하면서 음식을 먹는… 뭐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다들 너무 뻔하다고 생각하니까 살짝 변화를 줘서, 그 찾아가는 도시의 어이없는 음식먹기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텍사스 어느 시골의 스테이크 집에서 걸어놓은 ‘한 시간 동안 2kg 스테이크 먹으면 공짜(고기 한 덩어리에 진짜 2kg이 조금 넘고 빵에 감자에 샐러드까지…’ 랄지 맨하탄 인도음식집의 ‘요리사마저도 방독면을 쓰고 만들어야 되는 세상에서 가장 매운 카레(정작 만드는 사람은 먹어본 적 없다고…) 먹기’ 따위. 그냥 도시와 음식을 보여주니까 보지만, 웃기지도 진지하지도 않은, 두꺼비를 닮은 식충이가 나와서 이것저것 꾸역꾸역 먹다가 즐겁기 보다는 자기를 죽이기 위해서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꾸역꾸역 입에 쑤셔넣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저걸 직업으로 삼으면 정말 즐거울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음식에다가 경쟁을 붙이면 사람이 동물로 강등되고 먹는 모습은 추하기 마련이다. 같은 이유로 무슨 핫도그 먹기 경연대회나 이런 걸 보면 식욕이 싹 가신다.
# by bluexmas | 2009/02/12 14:12 | Media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