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나갔다 그리고 잡담
집이 나갔다
세입자가 도망쳐버려서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냈는데 다행스럽게도 다시 세를 들였다. 300불을 들여서 다시 청소를 해야만 했다. 참 나는 지난 주에 급하게 쓸 데가 있어 책을 3만원 어치 사면서도 속으로 갈등하면서, 그 갈등하는 나에게 화가 났는데 바다 건너에 있는 세상에서는 돈이 돈 같지도 않게 쑥쑥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는 허무함을 느낀다. 대체 청소비는 내가 왜 내야 되는 것일까, 도망간 놈들이 내야지.
(갈등의 내막: 뭔가 쓰는데 자료가 될 책을 찾았는데, 그 책의 존재를 알게된 것은 금요일 오후. 주말에는 택배가 안 오니까 인터넷을 통해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면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일은 화요일까지 끝내야만 했다. 그래서 교보에 가서 책을 검색하니 같은 주제로 다른 책이 한 권 더 있는데 그게 또 괜찮아보였던 것이다. 그 두 책을 합치면 사실은 3만원도 아니고 2만7천원. 아니, 뭐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부동산 중개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빨리 답장을 보내 상황을 설명해주어서 좋기는 하지만, 내가 볼 수 있는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가끔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도 믿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뭐 이를테면 집은 홀랑 타버렸는데 중개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거나, 다 한통속이라 나를 엿먹이려고 한다거나… 물론 이런 생각은 다 내가 비뚤어져서 하는 것이지만.
그리고 잡담
1. 오늘의 동선은 여의도-홍대앞-시청-교보-영풍-명동-서울역-집이었다. 여의도는 폴도 갈겸 아무개님도 오랜만에 뵐 겸 갔는데, 폴은 글쎄… 내일 아침에 빵을 먹어봐야 하겠지만. 일단 마카롱은 미친 것처럼 달지 않아서 좋았다. 저녁을 먹고 페이야드에 다시 가려 했으나 시간이 어중간해서 결국 안 가게 되었다.
2. 봐야될 책이 있어서 홍대앞 북카페 ‘토끼의 지혜’에 갔는데 그새 1호점이 문을 닫아서 허무했다. 2호점은 꽤 크더라. 그런데 둘 모두 공통적으로 알바생들이 불친절하다.
2-1. 아메리카노도 맛 없었다.
3. 하루 종일 돼지를 먹었다. 점심에는 순대국, 저녁에는 족발. 점심>>저녁.
4. 오늘도 꽤 추웠다.
5. 앤젤리너스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시키면 세 잔 분량이 나온다. 바리스타라고 딱지는 달았으나 알바스타인듯. 롯데 계열이 다 그렇지 뭐.
6. 그 롯데 계열인 유니클로보다 못하다는 평의 스파오에 가봤는데 전인화와 안성기는 좀 겉돌았다. 디자인도 색도 괜찮은 가디건이 있어서 살까 망설였으나 감이 너무 후져서 일단 내려놓았다. 나도 옷이 꽤 많은 편인데 입는 옷만 입는다는 걸 인정하고 이제는 양대신 질로 가야되지 않을까 싶다.
7. 유니클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제는 너무 많아져서 매력이 없어졌다는 느낌이다. 온 국민이 유니클로 입고 다니면 만족할까?
8. 오늘의 저녁은 실망이었다. 글은 내일 아침에 올라간다.
9. 어제 다른 달보다 1주일 빨리 마감을 하고서 오늘까지 공황감에 시달렸다.
10. 정신세계가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라고 믿고 있는 건축 평론가 이 아무개씨의 책을 산지 7년만에 다시 집어들고 어지럼증을 느꼈다. 정말 알고 걸까 이 양반, 자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려는 세계가 무엇인지?
11. 세계에 대해서 말하자면, 오늘 소설가가 주인공인 우리나라 만화책을 읽었는데 이 주인공을 이끌어나가야 할 소설세계에 대한 설명이 너무 없어서 막말로 후까시를 잡기 위해서 소설가인 것으로 설정하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12. 그래도 지난 주에는 속독이지만 책을 두어권 읽었다.
13. 내가 만약 ‘핫도그를 묻다’ 라는 문장을 쓰면 사람들은 그게 ‘핫도그에게 묻다’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핫도그에 대해 묻다’ 라고 생각할까?
14. 물론 진짜 ‘핫도그를 묻다’라는 문장이 있는 건 아니고.
15. 오덕#이트가 짜증나는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달겨들어 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뭐 누가 그렇게 피해를 입었다고? 자기가 자기 돈 벌어서 그런다는데 뭐 꼭 그렇게 난리를 피울 필요가 있나?
16. 물론 15는 그를 변호하기 위해서 쓴 게 아니다. 누가 누구를 변호해주나? 쓸데없는 소영웅심이나 정의감 같은 건 원래의 목적이 자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넓은 사람이라 그런 데에도 신경을 써요. 동성애도 그렇고 오덕도 그렇고 사회의 약자도 그렇고…
17. 그러세요?
18. 부럽습니다.
19. 그런데 왼손이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있나요?
20. 사실은 오른손도 습관적으로 한다던데.
21. 지난 달 가스비가 살인적으로 나와서 모든 난방을 껐다.
22. 그러니까 당연히 춥다.
23. 4월 4일에 하는 반쪽마라톤을 또 신청했다. 봄이 멀지 않았구나.
24. 그러나 오늘처럼 추우면 멀게 느껴진다T_T
25. 사실은 풀코스를 언젠가 뛰고 싶은데 도저히 엄두가 안난다.
26. 어제도 어떤 책을 읽었는데 나는 누구 선생님의 제자니 뭐니 글을 보면 나는 그런게 없는데 어쩌라구? 라는 심정이 되어 울컥한다. 다들 권위에 기댄다. 그래서 다른 권위로 자란다. 그게 무한반복된다. 권위도 세습되나?
27. 그러나 나는 어디에 기대고 싶지 않고 누구 선생님의 제자도 되고 싶지 않다. 누구와 닮은 사람이 되려고 태어난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원래 우리나라에서 석사 안 하면 줄 같은 거 없다. 그래서 더 안하고 싶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은 교수는 없었다. 인간적인 가르침을 주지 않는 사람에게 그런 칭호는 쓰고 싶지 않다.
28. 그럼 어째 별 볼일 없게 살 것 같기는 하다.
29.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싫은 건 싫다. 어차피 나를 제자로 삼고 싶은 선생이 없다는 것도 잘 안다. 나에게는 멘터도 없다. 그리고 그건 내가 원하지 않아서 없는 건 아니다.
30. 이제 자야되겠다.
31. 저 어딘가에 오타가 있는데 못찾겠다.
# by bluexmas | 2010/02/04 01:37 | Life | 트랙백 | 덧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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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일단 세가 들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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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같은 생각이랍니다. 멘터를 설사 못 만나게 될지라도 멘터가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요^^
15.그냥 애니메이션 좀 좋아하는 사람이, 주변에서 그사람과 똑같은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우를 겪기도 한다는데 이건 그 사람 잘못이라기보다는, 도매금으로 넘기는 분위기가 문제기는 합니다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렇게 되는걸까요; 뭔가 말하기 시작하면 또 쓸데없는 오지랖병이 도질듯해서.. 엄마님의 한마디로 마무리합니다. “지 돈 벌어서 지가 쓴다는데 뭘? 엄한 사람붙들고 억지로 그러는것보다는 낫네.”
핫도그를 묻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군요. 어떤 책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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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글을 쓰겠지만, 그냥 여의도 놀러갈 일 있을때 겸사겸사 들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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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알바스타 ☜ 프흐흐
26. 권위에 기대서 다른 권위로 자란다 ☜ 멋진 말입니다. 동감!
31.오타를 발견했습니다 10번 정말 알고 걸까(아마도 쓴 걸까겠죠?)
오늘도 재밌어요.
오늘도 알바스타는 찬란하게 빛납니다…흐흐흐.
종로구청 우측에 두산위브 1층에 스타벅스옆(^^)에 있는 커피친구인데요. 커피지인이었던가…
예전에 종로쪽에서 회사다닐때 회사사람들한테 맛있는 커피팔기로 소문난 곳이었어요.
저는 거기서 에스프레소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어요.ㅋㅋㅋㅋ
저는 된장남이 꿈이라서 누가 에스프레소 얘기하면 “스톡홀름에서 최고의 에스프레소를 마셨죠” 라고꼴값떤다고나 할까요…-_-;;;
실제 목적어가 뭔지 알려드리면 기절하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