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계속되는 잡담

1. 아, 오늘은 여행기를 마저 쓰려고 마음 먹었는데 저녁에 온몸을 뻣뻣하게 만드는 일이 좀 생겨서 마지막 한 모금 남은 보드카를 마셔버리고 말았다. 온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여행기를 쓰기 귀찮아졌다. 내일도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있어야 될 것 같으니 여행기는 또 못 쓸 것 같다.

이 여행기라는 것이 약간 목에 걸린 가시와도 같다. 이걸 넘기지 않으면 다른 건 쓸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피에르 에르메님의 마카롱도 영접했고 일본 모 식당에도 가보았으며 고베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 식품부 모든 케이크 가게 공략도 했는데 그것도 못 쓰고 있고 그럭저럭 책도 여러 권 읽은 것 같으니 그것에 관해서도 쓰고 싶은데 여행기가 목엣가시처럼 걸려 있어 쓰지 못하고 있다. 뭘 쓸지 알 수 없는 글은 쓰는 재미가 떨어진다.

2. 그래도 오늘은 참 사람처럼 하루를 보냈다. 조금 늦게 일어나기는 했지만 일어나자 마자 앉아 오늘 할 일을 죽 쓰고는 바로 일을 시작했다. 결국 여행기만 빼놓고 나머지는 다 했다. 까기 위해서 억지로 보았던 파스타도 끝나고 지붕뚫고 하이킥도 끝났으니 산부인과 말고는 봐야 되겠다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텔레비전으로부터 자유로워서, 요즘은 아예 유튜브를 뒤져 영어로 더빙된 일본 아이언 셰프를 보기 시작했다. 좀 오래되어서 그런지, 일본 특유의 분위기라서 그런지 별로 배울 건 없는데, 그래도 볼 게 없어서 일단 열심히 보고는 있다. 아무래도 화질이 조악해서 한 번에 2회 이상은 보기가 힘들다. 돈이 좀 들어오면 America’s Test Kitchen 디비디라도 사다가 보고 싶다.

3. 그러게 돈 좀…(꾸역꾸역)

4. 생각해보니 책상도 못 치웠다.

5. 무려 이틀 연속 운동을 했다. 오늘은 황사에도 나가서 달렸는데 좀 힘에 부치기는 하더라. 아 근데 달리기 하면 왜 다들 쳐다보는거냐고… 특히 요즘 자주 뛰는 시간인 다섯 시 반-일곱 시 사이에는 차가 막혀서 길거리에 멈춰선 버스들에 가득찬 승객들이 건널목에서 신호등 기다리면서 제자리 뛰기하는 나를 정말 원숭이처럼 쳐다본다. 아 나도 알고 보면 그냥 평범하고 선량한 시민인데 왜 그렇게 쳐다보고…

6. 부모님이 가시면서 듣던 7080 씨디들을  mp3로 바꿔서 담아달라고 하셔서, 아예 내 컴퓨터에서 그 작업을 했더니 지금 셔플로 돌리는 아이튠스에 온갖 종류의 구수한 노래들이…지금은 까치와 엄지가 부르는 ‘사랑은 창 밖의 빗물 같아요’가 나온다. 어째 양수경이 부른 것보다 더 좋게 들리려고 한다. 봉고의 절묘한 리듬과 통기타가 아아…

6-1. 한동안 이 노래를 들으면 양수경이 나올때 기타를 같이 들고 나오던 전영록 생각이 났었는데, 요즘은 티아라에 있는 그 딸 생각이 난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7. 50장을 부탁했는데 200장을 골라놓고서는 다시 한 30장을 지웠다. 나는 너무 인심이 좋아서 탈이라니까…

8. 지난 번에 모임할때 아무도 안 먹어서 남은 술을 사서 쓴 돈 덕분에 사은품으로 받은 음식물쓰레기통 덕분에 행복하게 살고 있다. 요즘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돈과 사은품으로 받은 음식물쓰레기통.

9. 지붕뚫고 하이킥을 그렇게 열심히 보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글을 쓰지는 않겠지만, 나는 그 마지막이 현실에 가깝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죽음이라서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신세경이라는 등장인물이 그렇게 살아가다가 마지막이랍시고 그동한 하지 못한 말을 줄줄 늘어놓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예 자기가 죽을 걸 알고 그랬다면 모르겠지만… (죽음을 빼 놓은)마지막 순간에 마음 속에 있는 말이 정말 원하는 대로 그렇게 술술 나오던가?

10. 지난 주에 만났던 누군가와 롯데가 낸 커피 체인인 @젤리너스가 얼마나 맛없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 누군가가 말하기를 그 전에 롯데의 다른 체인이었던 @바커피가 이름을 바꾼게 @젤리너스라고… 아 왜 롯데는 언제나 그런거냐. 정말 웃긴게, 거기 가면 인터넷도 어디에서 회원을 든 사람만 공짜라더라. 완전 구멍가게 마인드라고나 할까. 그래서 유니클로도 싫다.

11. 자야 되겠다. 그러고 보니 이만큼 글 쓸 정도면 여행기 반은 썼겠다. 다들 즐기자고 하는 블로그도 압박과 강박의 두 마리 말에 고삐를 쥐어 이끌어가는 나는 진정 삶을 피곤하게 사는데 일가견이 있는 인간. 아 나도 <삼성카드 와이낫 행사 합니다> 뭐 이런 거 긁어다가 포스팅하면서 광고배너 두서너개 달아놓고 그럴까 속편하게?

P.S: 오늘 윤대녕 소설집이 왔는데 내일 밖에 다니면서 읽으려고 안 읽고 아껴두었다. 아직도 나에게 이런 책이 있는 것이 기쁨이라고나…

 by bluexmas | 2010/03/24 00:25 | Life | 트랙백 | 덧글(36)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3/24 00:46 

차와 건물에 자의적,타의적으로 갖혀사는 족속들이 평범하게 조깅하는 분에 시기심을 가졌나봅니다^^;;

롯데의 커피브랜드 이름표 바꿔달기는 매상면에서만 성공을 했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4 00:48

크 제가 사실은 반바지 속에 레깅스를 신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말씀드렸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며칠 전에 펠로우님 글 보았던 생각이 나서 루트커피에 가서 커피도 맛있게 마시고 케냐를 좀 사가지고 왔습니다. 저는 참 커피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맛있더군요.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3/24 11:05

커피 맛있게 드셨다니, 소개한 보람이 있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1

네, 제가 잘 못 내리는 걸 빼고는 맛있습니다^^

 Commented by googler at 2010/03/24 02:39 

크… 윤대녕씨 소설 한참 읽던 추억 떠오르네요. 한때 인사동의 황태자였는데 요즘은 물갈이 되었을 건 뻔하고, 그래도 소설로 그런 황태자 되는 건 정녕 윤대녕 아님 힘들었던 세상이 있었지요, 네.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병 놓고 오뎅국 먹던 시절이 이리도 그리울 줄이야….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1

그렇군요. 이런저런 얘기는 저도 어디에서 주워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작가로서의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사람을 동일시하지 않는지라…

 Commented by Cheese_fry at 2010/03/24 05:04 

아니 모임에서 술이 남았다니. 이런 안타까울데가;;; 사랑은 창밖의 빗물같아요가 그새 그렇게 오래된 노래가 되었군요.. 흐;

마지막 순간에는 마음속에 있던 하고 싶던 말들이 나오는 게 아니라, 별로 말 자체가 안나오죠.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1

네 수만년된 노래죠;;;

그러게요. 그래서 하이킥의 결말은 별로였다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해피다다 at 2010/03/24 09:28 

9번 글에 대한 답…제 이글루 오셔서 한번 읽어보세요 ㅋㅋ 오죽하면 제가 신세경은 죽음을 알고 계획된 살인을 했다고까지…했을까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2

오 그것도 아주 말이 안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아롱이 at 2010/03/24 09:33 

저도 그렇게 알았는데 자바커피도 새로 지어지고 있어서 뭥미? 했답니다. 링크 신고하고 갑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2

오 그렇군요. 자바커피도 롯데면 가망성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 다 거기에서 거기지요…

 Commented by pearl at 2010/03/24 12:04 

맞아요 그래서 저도 롯데계열인 곳에 안가요. 무선인터넷이 안된다니!!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2

되는데, 집에서 무슨 회원을 들고 써야 한대요. 그게 뭐하는 짓인지…

 Commented by JUICY at 2010/03/24 12:09 

아..제가 버스안에서 바깥 사람들 빤히 잘 쳐다보는데..;;딱히 나쁜 의도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구요..책이 없거나 책을 볼 수 없을 정도의 멀미가 시작되면 그냥 멍-하니 쳐다보고 있어요.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2

하하 뭐 저도 잘 쳐다봐요. 문제는 그냥 너무 뚫어져라 보는 사람들도 있어서 민망하다는 것이죠-_-;;;

 Commented by 루아 at 2010/03/24 13:22 

전 요리 꼬꼬마라 아이언 셰프 보면서 꽤 많이 배우는…;;;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라 – 정말 오래된 노래네요. 추억이 몽글몽글 솟아나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3

저도 많이 배워요. 일본 프로그램은 또 느낌이 많이 다르죠.

 Commented by JuNe at 2010/03/24 13:37 

이상하게 어려서부터 롯데계열은 그다지 안끌리곤 했더랬는데, 싫다-를 떠나서 그냥 롯데는 안그래도 잘팔리니까 다른거 먹자는 느낌으로요. 그리고 엄마 말에 칠성사이다가 그냥 칠성일때는 맛있었는데 롯데칠성이 되고나서는 맛이 좀 덜하더라는 말에 괜히 더 안사고 싶어진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사이다를 먹어야한다면 롯데칠성을 먹게 되지만요; 그나저나 전 그래서 유니클로가 안끌렸던 건가봐요; 롯데계열인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인터넷구매시 롯데닷컴으로 넘어가는거야 그냥 제휴려니만 생각하고 말았던 단순빵…;;

드라마건 시트콤이건 현실성을 찾는 것은 무리기도 하고.. 심지어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황당할 때가 많기도 하니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3

저는 옛날에 롯데 계열사에서 면접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기억을 떠올려보면…크크크.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황당할 때가 많고, 또 그걸 바탕으로 더 황당한 드라마를 쓰기도 하죠.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10/03/24 14:17 

반바지 속의 레깅스 -.- 어서 짤방을…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4

아아 아니되옵니다 ….-_-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3/24 16:20 

저도 아이언쉐프 보고 싶은데 도통 구할 수가 없더군요..유투브를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운동 도중에 마트를 가는 일이 많은데 계산하는 사람이나 저나 정신없어요..종종 물건이나 지갑을 빠뜨리고 온 적도 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4

유투브에 많이 있으니 꼭 보세요… 가끔 물건 사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지요…

 Commented at 2010/03/24 16: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7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drtrue at 2010/03/24 18:39 

오 저 블루마스님 책 사면서 윤대녕 소설집 같이 샀는데.

감상평 부탁드립니다. 블루마스님 책 먼저읽을라면 시간이 좀.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8

으흑 저의 책을 윤대녕의 책과 같이 사셨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T_T 독자 생활 15년에 나의 책과 윤대녕의 책이 같은 시기에 서점에 있다니!

…그러나 소설집에서는 <매너리즘>의 냄새가…T_T

 Commented by 히라케 at 2010/03/24 18:48 

10. 제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걸 그랬습니다. 신나서 얘기 했을텐데요..쩝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18

다음에 모임하면 와서 꼭 같이 얘기하시죠 뭐…

 Commented at 2010/03/24 21:1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25

사업을 위해서 하시는 거라면 사실 컨설팅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럴 경우에는 해야될 이야기가 끝이 없습니다. 저는 이걸 제 직업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그래서 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그냥 몇 가지만 우선 말씀 드리자면,

1. 닭가슴살은 맛으로 먹기에는 맛이 없는 부위이므로 삶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굽는 것도 베이크보다는 그릴이 낫겠죠.

2. 깻잎의 경우에는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지만, 특유의 쌉쌀함과 향이 가뜩이나 별 볼일 없는 닭가슴살의 풍미에 너무 두드러질테고, 또한 식감 면에서도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습니다. 바삭거리고 신선한 느낌의 야채들이 좋지요.

3. 밀또띠야는 우리나라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의 퀄리티에 대해서 제가 잘 모르고 별 믿음이 없는데…”기믹”으로라도 건강을 위한 것처럼 보이게 하시라면 씨앗곡식이나 통밀이 조금이라도 들어있는 걸 추천합니다. 우리나라에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올리브기름 넣었다고 흉내라도 낸 것도 좋겠죠.

4. 소스에 대해서는 워낙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동양/서양으로 나누고 동양도 한국/베트남/중국/태국 정도와 서양도 비니그렛/랜치/케첩 베이스 등등으로 나누면 또 끝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건 전문 컨설팅 업체에 의논하시는 것도 좋은데… 저 개인적으로는 요식업을 하려는 사람이 컨설팅업체가 짜주는 메뉴에 의존하는 걸 장기적인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는 눈감고 만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팔 수도 있는 상황이 되겠죠. 그러한 측면에서 먼저 비공개님께서 음식 만들기를 배우실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기타 궁금한 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구요.

 Commented at 2010/03/25 01: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26

네… 그 오탈자 얘기는 우리 아버지를 비롯 너무 많은 분들이 하고 계셔서T_T 저도 할 말은 있으나 일단은 말을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잘 팔려서 쇄가 바뀌거나 그러면 제가 작업을 할텐데 그럴 가능성이 현재로는 없어보입니다.

새로 직업을 얻으신 것 축하드리는데, 많이 힘드실 것 같아요. 주변에 그 바닥 사람들도 좀 아는데 몇 년 안에 몸 상해서 그만 둔 사람들이 많거든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3/25 02:04 

오늘 손님들이랑 게임해서 벌주 원샷했는데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그냥 술 남겼다길래 생각이 납니다 이제야 술이 깼는데…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3/26 01:26

아니 그래도 술인데 왜 눈물이 나오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