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에 와 있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래시계>가 망쳐놓은  동네, 정동진에 와 있다. 정동진 역 화장실에 갔는데 모래시계 삽입곡이 흘러나오더라. 웃다가 변기 밖으로 흘릴 뻔 했다;;; 이 동네는 좀 그렇지만,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는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어떤 상징 비슷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건 다름 아니라 처음으로 대학 들어가고 나서 마음 편하게 본 드라마라는 측면에서… 게다가 드라마라는 것 자체를, 마음껏 볼 수 있게 된 다음에도 보지 않았으니까.

휴가…라고 하면 좋겠지만, 엄밀히 따져 말하자면 그런 것도 아니다. 스스로한테 준 숙제가 있는데, 그걸 마무리 짓는데 정동진이 필요했다. 그래서 원래 계획은 그냥 와서 취재(?)만 하고 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계획을 살짝 바꿔 숙박비가 싸면 며칠 쳐박혀 보기로 했다. 그 숙제가 집에서는 잘 안 되는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성수기가 지나 숙박비는 2만5천원~3만원 수준. 라면스프 맛이 나는 초당 순두부를 먹은 식당에 물었더니 호객 안 하는 모텔을 소개시켜주었다. 처음에는 2만원 부르더니 곧 딴소리를 시전하며 5천원을 더 불렀다. 호객하는데 가기 싫어서 일단 그냥 머무르기로 했다. 이 숙제를 하는 데는 정당성 같은 건 없다. 스스로 내고 스스로 검사한다. 그러나 꼭 해야만 한다. 자꾸 피하고 딴 짓을 하기 때문에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 넣어야만 한다. 이런 일들이 조금 더 잘 되어서 비성수기에 펜션 같은데를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이 있다. 겨울에 통영 같은데 내려가서 일하면서 틈틈이 장 봐다가 음식 만들어 먹고…  하긴 뭐 누구나 그런 삶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삼척까지 가는 해변 기차가 3월~8월 사이에만 운영된다던데, 한 번 타보고 싶지만 또 숙제를 꼭 끝내고 가야 되는 게 걸리고… 아버지가 차를 쓰신다고 했기 때문에 목요일 아침까지는 오산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한 1주일 정도 있으면 좋겠는데.

낮에 출발해다가, 바질에 물을 안 준 걸 알고 되돌아왔었다. 죽일 수는 없으니까.  이 며칠 동안 여기 처박혀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보자. 며칠 만에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모르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매끼 밥 사 먹기 돈 아까운데 그냥 계란을 한 판 사다가 모텔에 삶아달라고 해서 흰자만 먹으면서 버텨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너무 심했나;;; 지금 배고프다.

 by bluexmas | 2010/08/24 00:08 | Life | 트랙백 | 덧글(22)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8/24 00:12 

차로 가셨다면-시간이 난다면- 강릉 쪽의 [쉘리스 커피]나 연곡[보헤미안 커피]등에 들러보세요^^

쉘리스는 안가봐서 솔직히 평은 어려운데 커피 종류 많다하고, 보헤미안은 추출이 정직한게 장점입니다. 일 잘 마무리하시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5 04:31

네 감사합니다. 내일이나 속초 들렀다가 돌아가는 길에 보헤미안에 들러보려구요. 근데 강릉에서도 뭘 먹어야 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Commented at 2010/08/24 00: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5 04:32

정동진에서 파는 순두부는 정말 발작적으로 맛 없네요. 잘 지내고 있어요?여러가지 일들은 잘 해결되고 있는 건지요…?

 Commented at 2010/08/24 00: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5 04:32

우와 좋은 정보 너무 감사해요 ㅠㅠㅠ 속초가서 곰치국 먹고, 돌아오는 길에 진태원에 가 봐야겠어요~^^

 Commented by 제이 at 2010/08/25 09:10

곰치국은 속초 옥미식당이 가장 낫구요.

중앙시장 만석닭강정도 한번 맛볼만한편이고(인천신포닭강정과 비슷함)

산나물은 점봉산산채 본점(미시령쪽)이 괜찮아요

동해안스타일 잡어회는 동명항 삼성상회가 좋아요(2명이 2~3만원이면 실컷 먹음)

세꼬시처럼 슥슥슥 잘라 푹푹 떠먹거든요 ^^

속초는 아담한 편이라서 동명항-중앙시장-미시령쪽까지 30~40분내로 돌아볼 수 있으니 한바퀴 돌아보기 편하지요. ^^

진태원은 탕수육만-_- 추천해드립니다.

 Commented at 2010/08/24 08:4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5 04:34

하기 뭐한 이야기지만 사람들 분위기도 작은 동네치고는 좀 그렇네요. 완전히, 그리고 제대로 망가졌다는 느낌이에요. 뭔가 이거라도 붙잡아야 한다는 악착같음이 너무 배어나와 좀 거슬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제가 머문 펜션은 통영에서도 좀 들어가는 곳이었어요. 충무 마리나 리조트에서도 더 들어가는 곳인데, 차가 없으면 가기 좀 어려워요. 지난 번에 보성에서도 뜬금없는 황토방 펜션에 싸게 묵었는데, 거기도 좋던데요? 비수기면 그럭저럭 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하지만 가본 곳들 가운데는 아직도 통영이 짱이에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8/24 10:09 

모래시계가 망쳐놓은 동네…ㅋㅋ 적절하셔요.

그렇게 드라마로 망쳐놓은 동네가 여기저기 많잖아요.

때론 드라마나 영화를 로케한 동네를 크레딧에 끝까지 밝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고,지역경제를 위해선 그러면 안되겠죠.-.-

그리고 계란 한판으로 끼니를 때우시다니!!!떽~!!!

덴마크 다요트 하심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5 04:35

저는 다른 동네는 잘 모르겠는데요…@_@ 또 어디가 있을까요?

덴마크 다이어트…물론 하지 않습니다. 한 음식 다이어트 이런 거 절대 안 먹히죠. 오늘 밤에는 기네스 다이어트 했어요 크크크…

 Commented by 밥과술 at 2010/08/24 10:21 

생각난 김에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다이어트 할 때 다 계란 흰자만 먹는 거 많이 봤는데, 노른자 같이 먹으면 뭐가 안되나요? 노른자 먹어도 상관없다는 글도 읽은 적 있는 것 같아서요. 바쁘시면 답변 안해주셔도 됩니다.

좋은 시간 보내고 올라오세요.

 Commented by 안녕학점 at 2010/08/24 15:48

완전식품으로 알려진 계란의 온갖 영양소를 품고 있는 게 노른자래요. 그만큼 열량을 잔뜩 지니고 있어서 칼로리를 줄이면서 영양가있는 섭취를 위해 다이어트 식단을 드셔야 하는 분들에게는 아무래도 ㅋㅋㅋㅋㅋㅋㅋ부담스럽다고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0/08/25 04:36

안녕학점님꼐서 말씀하신 것처럼 콜레스테롤의 우려 때문인데요… 뭐 네다섯개 먹을 때에는 열량 말고는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운동선수들처럼 한판씩 먹고 그러면…

 Commented at 2010/08/24 12: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안녕학점 at 2010/08/24 15:49 

분명하고 확실하게 숙제 완성하실 수 있을 거라고 믿고

미리 ‘참 잘했어요’다섯 개 쾅쾅 찍어드림미다.

 Commented by 가젤 at 2010/08/24 16:54 

자꾸 피하고 딴 짓을 하기 때문에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 넣어야만 한다. <- 이거 꼭 제상황이네요 ㅡㅜ

 Commented by enif at 2010/08/24 18:42 

초대형 모래시계는 절정.

 Commented by squamata at 2010/08/24 21:31 

진짜 초당 순두부는 맛있어요. 놀러 간 것은 아니라시지만 여유 된다면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건승하세요

 Commented at 2010/08/24 23: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점장님 at 2010/08/25 08:44 

속초에서 만석닭강정을 드시라고 하면 다이어트 훼방꾼인가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8/25 21:13 

아아 이글루스를 못했더니 그런 사정으로 외지로 가신거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