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잡담

8월 31일, 셋째 강원도에 간 이유는, 셋째를 마무리짓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런 작업을 할 때는 가능성이 0%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래야 더 오기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물론 아니다. 어쨌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일에 한 일주일 정도 매달렸다.

물론 일주일 동안 뚝딱, 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사실 그건 작년에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 놓았다가 덮어둔 것이었다. 그랬다가 언제였더라… 지난 번에 1박 2일로 전라도를 떠돌때 잠깐 손을 댔다가 또 버려두고 있었는데, 어디에 무엇인가가 있다고 해서 다시 꺼내들고 끝을 보았다. 결국 작년에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무엇인가가 되어버렸는데, 그 자체로는 만족하지만 각각의 사람들 위에 좀 큰 비유의 왕관 또는 모자 같은 걸 씌워주고 싶어서 공부했던 것들의 끝을 보지 못해 전반적으로는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때가 되면 보내야 하므로 일단 보냈다. 꼭 그런 것들은 두 편을 같이 보내라고 해서, 부랴부랴 작년 6월 이후 단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둘째를 열었는데 정말 모두 잠들어 있을 새벽에 얼굴이 벌개졌다. 7월엔가 어떤 분을 만났을 때,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건 밖에 내놓아도 되는 것이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는 ‘아 나는 그래도 내부 검열을 많이 하는 편이라 괜찮을 듯’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분량 제한을 엄청나게 넘기기도 했으므로 정말 부랴부랴 진땀을 흘리며 고쳤다. 솔직히, 그런 쪽에서 나의 능력이 어느만큼인지 스스로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또 워낙 맨땅에 헤딩하기인데다가 뭐 인맥같은 것의 이야기도 나오고… 그리고 나도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진짜 일들의 사이사이에 끼워 넣어서 부지런히 생각하고 또 쓰는 수 밖에. 그래도 이번 건 예전 두 녀석들에 비해 바뀌지 않을 큰 틀은 마음에 든다.

뭐 이번에는 아무 생각 없고… 언제나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긴 이야기들을 쓰게 될 기회가 오게 될지, 그 생각을 하게 된다. 길게 봐서 마흔 다섯 전에는 어떻게 안 될까?

나머지 것들 정확히 지난 3주 동안 서울에 딱 두 번 발을 디뎠다. 화요일과 수요일이었나? 일 때문에 사람 만나고, 남는 시간에는 그냥 혼자 돌아다녔다. 쓰기에 지칠 때가 있는데, 그건 다른 많은 상황처럼 물리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지치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그건 대부분 물리적으로 지친 경우일텐데 서너 번에 한 번 정도는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가 찾아온다. 그걸 또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생각 자체를 아예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 생각은 하지만 풀다 보면 아니다 싶은 생각이 심해져 더 이상 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또 생각 자체를 못하는 건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거나 아니면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거나 또는 하나의 생각을 끝내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뭐 그렇다.

9월 똑같이 더울 뿐이지만 그냥 8월이 아니기 때문에 기운을 차리는가 싶기도 하다. 밤낮이 너무 많이 바뀐 생활 때문에 괴롭지만 다시 단지내 헬스클럽에 나가기 시작했다. 또 한동안 가지 않았더니 거기는 이제 거의 막장이 되었더라. 신발이 신발장을 가득 메우고 아예 바닥에 쫙 깔려있고 애들이 트레드밀에 올라가서 놀고 서@영 노래를 찢어질 것 같이 크게 틀어서 이어폰으로 듣는 헤비메탈 음악 뒤로 그게 들릴 지경이고 거기에 사람들은 이어폰 없이 텔레비젼을 크게 틀어놓고 보면서 걷고 계시고… 우리나라 시민의식의 현주소다. 어쨌든 9월을 좀 즐기고 싶은데, 어떻게?

미숫가루 홍대 주차장 근처 모 에스프레소점 사장님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콩을 굽지 않고 태우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오랜만에 새로 산 미숫가루도 그렇더라. 곡물을 볶지 않고 전부 태웠는지 그 뒤로 풍기는 진한 맛은…

운동화 명동거리를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반 값에 운동화를 한 켤레 샀다. 그것도 3개월 무이자. 지극히 소시민스러운 지름에 만족하고 산다. 지갑 새로 사야 되는데…

Novak 마르코스 노박의 세미난지 뭔지가 홍대 앞에서 있다고 들었는데 오늘 같은 날 도저히 외출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물론 월, 화요일에 걸쳐 마감이 있어서 장렬하게 산화할 확률이 높기도 하지만… 톡 까놓고 말하자면 큰 관심은 없다. 아마 학교에서 건축가 초청강의나 뭐 그런 것이었다면 망설이지도 않고 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고 또 직업적인 의무감 때문에 생각했던 것인데… 차라리 기회가 닿으면 그런 거 호스트나 해 봤으면 좋겠다. 아직 그 정도 영어는 할 수 있다. 내, 내가 사, 사실은 대학원에서 가상공간에 관련된 수업도 듣고 나름 이론 공부도 했…;;;;

토… 토할 것 같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고등학교 1학년때 나를 짜증나게 했던 HK라는 친구가 생각난다. 우리 모두는 자랑거리를 강박적으로 찾는다.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군가를 보고 역겹거나 짜증이 나는 이유는 아마도, 그가 보여주는 모습이 내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해서 타인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모습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빙수 올 여름에는 빙수를 거의 제대로 먹지 못했다. 비 스위트 온의 녹차 빙수는 언제까지 하려나. 꼭 먹고 싶은데…

모델 오랜만에 만들어야 한다. 즐거운 일인데 또 한 편으로는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부담이…T_T 작업의 배경 음악은 The Roots. 이 밴드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우연히 키스 로의 트위터에서 5달러에 싸게 나왔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by bluexmas | 2010/09/03 23:17 | Lif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10/09/03 23:25 

지갑은 깔끔한 맛이 일품인 그 브랜드가 있지요 껄껄…

저는 내년엔 사려나 싶습니다 ㅠㅠ

요즘은 의류나 신발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데 가을까진 버티려고 합니다~

돈이 달려서…

 Commented at 2010/09/03 23: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0/09/04 02:2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10/09/04 15:55 

오! 비스위트온의 녹차빙수! 저도 먹어보고 싶더라고요. -ㅠ-

저번에 타르트타탕을 체험하러 처음 갔었는데 꽤나 좋았음.

블마스님은 딱히 호평하지 않았던 기억이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