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콘셉트, 김탁구 빵

물론 <탁구왕 김제빵>, 아니 <제빵왕 김탁구>라는 드라마를 좋아해서 빵을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늘 가는 병원 건물 1층에 파리 바게트가 있는데, 몹시 배가 고픈 채로 병원 문을 나서다가 가게 문에 붙여 놓은 광고 포스터를 봤고, 마침 단팥빵이 먹고 싶어서 샀다.

먼저, 배부른보리빵(1,000). 솔직히 전혀 배부르지 않다. 콘셉트나 이름이 배부른 빵이면 오히려 큰 덩어리이거나 밀도 높은 빵을 만들어야 하지 않았을까? 옥수수에서 나는 것으로 생각되는 달큰한 냄새는 좋은데, 드라마에서 얼핏 보았던 그, 사람을 채워주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옥수수는 아슬아슬한만큼 들어 있고, 보리는 먹은 기억이 없다.

막걸리로 발효했다는 봉빵(3개x1,200). 기본적으로 막걸리 발효에 대해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건, 막걸리보다 거기에 들어 있는 아스파탐 때문이다. 그 맛을 싫어해서 요즘 같은 막걸리 열풍에 편승하려 마트를 뒤져봐도 마음에 드는 막걸리를 찾지 못했다. 마시고 또 빵 발효도 해 보고 싶구만… 뭐 그러거나 말거나, 이 봉단팥빵에서는 막걸리로 발효한 느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앙금의 식감이 괜찮고, 또 전체적으로 너무 달지 않다는 점에서는 좋은데, 보통 빵집에서 먹을 수 있는 단팥빵과의 차이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대량생산하는 빵에는 그 나름의 미덕이 있을 것이므로, 한 덩어리에 4천원이 넘는 빵들과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폴x폴@나 같은 곳의 빵와 파리바게트의 그것을 비교할 생각도 없다(폴x폴@나의 빵이 아직도 그렇게 우위를 점하고 있느냐…? 라는 건 또 완전히 다른 문제겠지만).  그러나 지적하고 싶은 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발효한 밀가루 자체의 식감이다. 두 빵 모두 빵의 조직 자체가 부드럽지 않고 푸석푸석한데, 입에 넣고 씹다 보면 금방 끈적끈적해지면서 일부가 치아에 달라붙었다.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경험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데.. 어쨌든 밀가루의 맛이라는 건 느끼기 힘들었다.

빵의 콘셉트 또한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드라마를 대강 보기는 했어도, 장항선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라는 것이 밀가루로 만든 빵이 가지고 있는 푸짐함을 나누거나 뭐 그런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두 빵은 너무 얌전하고 세련되고 깔끔하면서 조그맣다. 전혀 푸짐하지 않은 것이다. 파리바게트가 계속 이런 세련된 콘셉트를 만들고 유지하려 한다는 것도 알고 또 왜 그러는지도 대강 알겠는데, 이 빵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빵은 잘 팔리고 사람들도 좋아는 하겠지만. 빵맛? 그게 뭘까? 외국 음식이 이렇게 많이 들어와 있지만 ‘빵=간식’의 의식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외국의 상표가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제대로 된 맛의 빵을 접하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기와 야채, 두부로 소를 만들고 같은 밀가루로 한 쪽은 만두피를 만들어 만두를 싸고, 또 다른 한 쪽은 밀가루를 발효시켜 ‘고로케’를 만들면 사람들은 만두는 끼니로, 고로케는 간식으로 먹겠지? 아, 개인의 식생활을 생각해 볼 때도 계속해서 빵=간식이라면 밥은 밥대로 빵은 빵대로 먹겠다는 이야긴데 그렇다면…

 by bluexmas | 2010/09/08 09:06 | Taste | 트랙백 | 덧글(13)

 Commented by Sveta at 2010/09/08 09:12 

폴**** 아니면 기*이 아니고서야 기대하면 안 될 거 같아요 ㅋ 그냥 프랜차이즈인데 이정도 했다는 것에 만족해요 저는;ㅋㅋ

‘빵=간식’의 의식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외국의 상표가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제대로 된 맛의 빵을 접하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말 매우 공감하고 가요. 빵은 저에게 주식과도 같은..

 Commented by 안녕학점 at 2010/09/08 10:07 

저도 맨 마지막 세줄에 공감해요!!!!!!!!

 Commented by Cloud at 2010/09/08 10:12 

정말 아직까지는 밥=주식, 빵=간식 이라는 사고를 벗어나기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세대가 넘어가면 조금의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대건 at 2010/09/08 14:21 

갑자기 고로케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Commented by bbibbibbung at 2010/09/08 15:58 

원래 봉빵은 신라호텔 브랜드인 ‘bread&co’에서 나왔었지요. 실제로 매장에 가보면 봉빵과 그 시리즈인 ‘앙팡’ 시리즈가 저렴하게 판매중인데, 정말 맛있었어요.. 복분자, 옥수수 번.. 앙팡종류는 팥, 석류, 등등.. 드라마가 뜨기 전에는 브래드앤코에서 협찬했는데, 드라마가 뜨니까 파리바게뜨에서 제대로 정식으로 계약했다고 하더라구요.. ㅎ 브래드앤코에서는 뒤통수 맞은 기분이겠지만.. 아무튼 빵은 맛있음.. ㅎㅎ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10/09/08 17:42 

먹다 남기다니 배가 불렀구나 보리빵

생각보다 싸네요 한 개에 1200원 할 줄 알았어요

 Commented by 초이 at 2010/09/08 18:37 

빵을 배경으로 놓고 찍으신게 뭔가요? 쟁반인가….멋져서요.

 Commented by 꿀우유 at 2010/09/08 18:56 

그냥 상술이에요 전부, 드라마 열심히 보지도 않았지만 잠깐 본 느낌이랑 전혀 맞지 않아요, 좀더 소박하고 푸짐할 것이지 하긴 파리바게뜨야 요즘 가격은 유지할지언정 크기는 ‘쁘띠’파리바게뜨가 돼가고 있으니까요…..

 Commented by 힐링포션 at 2010/09/08 19:58 

드라마에 나온 빵은 보지 못해서 그걸 얼마나 재현했느냐는 잘 모르겠지만… 우습게도 그 배부른보리빵의 컨셉을 똑같이 따라한 경쟁사(T…)의 빵이 더 배부르더군요=_= 경쟁사 것을 먼저 봤다가 파리바게뜨 것을 보고 가격대 중량비를 비교해보니 선뜻 지갑을 열 엄두가 안 나서, 누가 파리바게뜨의 보리빵을 거저 주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맛은 비교해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9/08 21:05 

늘 가는 병원의 1층에 빠리바게뜨가 있군요.

일주일 안된채 헬스가는데 1층에 빠리바게뜨가 있어요.

빵 나오는 시간에 솔솔 올라오는 냄새 때문에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운동을 하면서 ‘집에 가면서 한번 들러볼까?’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살 빼긴 틀렸어요.이렇게 심지가 약해서…………

 Commented by 펠로우 at 2010/09/09 01:29 

‘탁구’는 던킨도너츠 모델로도 나오던데..도너츠도 만드려나요;;

자영업 빵집에서도 ‘탁구빵’을 선전판매하는지 좀 살펴봐야겠습니다.

팥이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들지만, 팥빵이라면 [윈 Wien]빵집의 청담동,분당 매장 빵을 추천합니다~

 Commented by 러움 at 2010/09/10 14:02 

제주라마다호텔 1층 베이커리에서 김탁구빵이라면서 보리빵을 팔더라구요. 제 주먹 두개 합친것만한게 2,500원이던데 같이 계신 선생님께서는 콘브레드구먼 뭐여! 하시고 말더라구요. ㅋㅋ 여기저기서 정말 많이 팔리나봐요.

 Commented by 풍금소리 at 2010/09/11 19:13 

오늘 모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블루마스님 포스팅이 생각났는데(…아닌지요?)

마포구의,기가막히게 식빵 맛있게 하는 집이 나오길래,혹시 그 집에 대한 포스팅 쓰신 적 없나요.

시간내서 한번 뒤져볼라 하다가…

빵이 치킨맛이 난다하니 너무 먹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