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의 심리

모르지 않는다. 아니, 사실은 잘 안다. 현상을 깨기로 결정하면 다음 국면으로 넘어갈 때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시간은 멈추다시피 흐르지 않고 고통은 찰나 단위로 최고치를 경신한다. 나도 겪어봐서 잘 안다. 하지만 이 고통을 겪는 게 두려워서 현상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 나중에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그야말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와, 이것도 충분히 고통스러운데 호미라니? 생각할 수 있지만 믿어도 좋다,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의 고통이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상황에서 거기까지 내다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면 나중에 어떻게 되어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도 다 이해한다. 다만 그럴 거면 의지가 있는 것 같은 제스처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 국면을 전환하고 싶은 의지, 현상을 깨고 싶은 의지가 있는 것처럼 굴면 안된다. 그래서 들어주는 사람의, 관심으로 대표되는 자원을 갈취할 생각일랑 버려야 한다. 하지만 또 사람 마음이 지푸라기라도 움켜 쥐고 싶고…

나의 책임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설사 없더라도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있다. 따지고 보면 책임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선택은 분명 나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