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자신의 재현

전업 글쓰기도 이제 17년차, 웬만하면 각이 보인다. ‘이런 걸 쓰면 관심을 더 잘 받겠군’이라고 생각하는 글감 혹은 이야기가 있다. 이제 반백 살을 넘겨 살고 있으니 그런 것들이 적지 않지만 실제 글로 쓴 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쓰고 싶은 욕구가 없는 것도 아니라서, 이야기를 팔고 관심을 끌고 등등 이전에 글을 써서 내 밖으로 내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그래야 내가 살 것 같기 때문이지만 난 여태껏 그런 이야기들을 거의 쓰지 않았다. 지금 생각으로는 딱 십 년만 더 있다가, 그러니까 육십대가 되면 정말 다 털어버리자고 생각은 하는데 글쎄 과연 그때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그 많은 이야기들이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망설여진다.

내가 그냥 길을 걸어가다가 돌멩이에 걸려 넘어졌다면 모를까, 사건사고는 대체로 다수의 사람들이 얽힌다. 내가 글을 잘못 써서 얽힌 다른 이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좋은 감정이 있는 이들이라 그런 것이냐고? 전혀 아니다. 소위 ‘잼얘’의 잠재력을 가진 것들의 상대방들은 웬만하면 캐주얼하게 싫어하는 수준에서 깊은 증오를 품고 있는 이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데 설사 그렇더라도 이들을 내 글을 위해서 팔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이걸 배려라고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선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심지어 이제 세상을 떠난 사람들마저 있는데 그렇다. 아무래도 그들보다는 나를 위해서 더 그러는 것 같지는 하지만 어쨌든 상관 없다. 나로서는 써서 내놓고 팔고 싶은 충동을 제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 것들이 아니더라도 쓸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내가 보기에 많은 이들이 글쓰기와 자신의 재현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선입견을 품고 있는 것 같다. 글쓰기를 통한 자신의 재현이 반드시 나에 대한 이야기 쓰기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나에 대해 쓰는데 그게 결국은 관계나 사건이므로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섣불리 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명시적으로 드러낸 글만이 자신의 재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결부 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사건 혹은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내가 원하거나 의식하지 않더라도 글에 어떻게든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안된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닐까? 그렇기에 내가 그냥 동네 빵집의 괴상한 맘모스빵에 대해 쓰더라도 그 글은 궁극적으로 나의 재현이라고 믿는다.

누군가의 글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얽힌 사람들의 문제 제기를 볼 때마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나는 대체로 사람들이 글쓰기를 놓고 너무 성급하게 군다고 생각한다. 관심을 끌고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있다. 나와 사람들과 관계에 대해서 쓰는 게 의외로 손쉽고 원하는 결과도 빨리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게 궁극적으로는 최선이 아닐 수도 있는 생각은 좀 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