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숭아는 정말 맛있는 걸까?

복숭아는 원래 맛있어야만 하는 과일이다. 다른 더 좋은 과일들도 없지 않지만 가장 고급스러운 과일의 이미지를 하나 꼽으라고 그러면 나는 아주 잘 익은 복숭아를 떠올린다. 일단 향이 아름답게 피어오르고 껍질을 벗기면 즙이 줄줄 흐른다. 한입 베어물면 이미 코로 맡은 향과 더불어 단맛이 왈칵 밀려들고 긴 여운 끝에 신맛이 손을 흔들고 지나간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여름의 맛이다.

그런데 요즘 복숭아가 정녕 이런 맛을 내고 있나? 그걸 잘 모르겠다. 퇴근 트위터에서 ‘딸기와 복숭아는 미디어에 의해 거품이 낀 과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의견을 성토했지만 나는 동의한다. 요즘의 복숭아는 향이 있지만 강하지 않고 물이 너무 많아 밍밍한 가운데 단맛이 앞에 쏠려 있고 신맛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한마디로 맛의 뻥튀기랄까? 그래도 향이 어느 정도 나는 편이라 기대를 품지만 먹고 나면 대체로 후회한다. 단맛 또한 또렷하지 않고 수동공격적이며 모서리가 둥글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벼라별 말을 듣는다. ‘비싼 걸 사면 안 그렇다’라든지 ‘농장 직영 또는 예약하는 걸 사먹어 보면 다르다’ 등 요지는 똑같다. 남한땅 어딘가에 맛있는 복숭아가 분명히 있는데 네가 아직 안 먹어서 모른다는 의미다. 글쎄, 그렇게 따지면 내가 공식적으로 주의 상징이 복숭아인 미국 동네에 살면서 또한 세계를 여행다니며 먹은 복숭아들이 더 많을 것이다. 또한 나의 엥겔계수는 언제나 매우 높으며 온갖 영농일기와 더불어 철을 한참 앞서는 선입금 및 예약을 번거롭게 거쳐야 하는 복숭아를 안 먹어본 것도 아니다. 때로 좋은 것들도 있었지만 그만큼의 수고를 겪어가며 먹어야 할 것은 확실히 아니었다.

그리고 농작물의 맛에는 여건과 패턴이 분명히 작용한다. 과연 우리의 땅이 맛있는 과일이나 채소를 낼 수 있는 환경인 걸까? 확실한 맛의 (시각적인) 목표를 가지고 임하는 생산자는 과연 얼마나 많을까? 그런 이들이 고집을 부려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여건이 뒷받침해 주고 있는 걸까? 답을 잘 모르겠다면 오늘도 마트 과일 매대에서 세월을 죽이고 있는 샤인머스캣을 보시라.

*사족: 마치 소비자를 위한 선택인 양 ‘물복’과 ‘딱복’이 갈려 있는 현실부터 잘못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