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조립식 돈까스

하루하루가 다르게 음식점들이 망해가는 걸 체감하는지라 거기에 터럭만큼이라도 뭔가 보태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래서 글을 잘 안 쓰고 있는데 이런 자제력(?)을 뚫고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지독히 나쁜 음식점들이 있다.
최근에 양재동에서 먹은 돈까스가 좋은 예다. 요즘 대세인 두툼한 일본식 돈까스를 하는데 등심을 먹어보니 고기의 맛과 질감 모두 신기했다. 옷을 입혀 기름에 튀기면 재료들이 익지만 분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게 튀김의 특성인데 고기의 맛도 질감도 분해가 된 느낌이었다. 굳이 추측을 하자면 저온조리를 거친 것 같달까?
그래서 그것이 나쁜가, 반칙인가? 결론을 내리려면 나머지 요소를 보아야 한다. 가짓수가 많다 싶은 반찬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온 것 같았고 된장국은 아무런 맛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이제 15,000원에도 음식다운 음식을 먹기가 어려운 현실이 되었구나ㅠ’라고 생각하고 잊을 수 있는데 밥이 진짜 정말 형편없었다. 식고 풀기도 없어 밥알이 흩어지는 수준이었다.

십 년에 한 번 할까말까 한, 생활인으로서의 항의를 하고 싶은 수준이었다. 한식이든 일식이든 밥을 이정도로 우습게 본다면 음식 장사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나쁜 밥을 생각하든 그보다 더 나쁜, 음식점에서도 최악의 무저갱에서 절대 올라올 수 없는 그런 밥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 올해로 16년째, 업장이 망하는 걸 보고 또 보아왔지만 지금 망하는 추세에는 등골이 오싹하다. 그런 가운데 또 이런 음식을 만나면 이 풍진 세상에 이렇게 엉망으로 해서 어떻게 버틸까 싶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사족: 이거 말고도 미리 조리를 하지 않은 고기를 튀긴 두꺼운 돈까스도 당연히 먹어 보는데… 다들 넋을 놓고 조리를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거 이해는 하는데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