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서령-근시안적 맛의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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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이었던가? 서령에 가서 냉면 포함 이것저것 먹었는데 좀 기가 막혔다. 아, 이런 음식을 놓고 그렇게들 난리법석을 떨었다니. 특히 모 매체의 음식*전문*기자님께서 쓴 상찬이 머릿속에서 단박에 떠올랐다. 이렇게 간이 제대로 안 된 음식을 놓고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니 상상력이 너무 부러웠던 것이다. 하여간 굉장히 처참한 기분이었는데 내가 돈을 내는 자리가 아니어서 글은 쓰지 않았다. 그리고 일 년 뒤 근방을 지나가다가 다시 들러 순면(17,000원)을 먹었는데여전했다.
그렇다, 서령의 음식은 소금간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당시 먹었던 냉면, 만두, 수육이 모두 일관적으로 그러했으며 최근 다시 먹은 냉면도 다르지 않았다. 국물의 간은 되레 좀 세진 것 같은데 면은 간이 전혀 안 되어 있다. 이러면 냉면 한 사발을 먹는 그 짧은 기간 동안 삼투압으로 인해 국물이 빠르게 원래의 맛을 잃고 종내에는 이도저도 아닌 경험이 되어 버린다. 소금은 단순히 짠맛을 불어 넣는 게 아니라 하나의 음식이라는 시스템을 이루는 요소 사이의 균형을 맞춰주는 요소다. 이를 100:0의 수준으로 몰아주려면 일본 소바의 쯔유 정도로 짜야 먹는 시간 동안 균형을 지나치게 잃지 않는다.
나는 늘 궁금하다. 면에 간을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메밀면은 조리 시간이 짧기에 삶는 물에 소금을 더해 맛을 들이기가 어렵다는 건 이해한다. 그렇다고 면은 밥이 아닌데 이런 식으로 간을 하지 않고 내놓아도 되는 걸까? 전체의 그림을 감안하면 이렇게 맞지 않는 소금간이 뭔가 비전을 가지고 실행한 결과같지 않다. 의견을 내면 공격을 당할까봐 두려워서 차라리 침묵이라는 악수를 두어 버리고 마는 느낌을 받는다.
한편 단맛은 너무나도 자유자재로 활개를 치고 있기에 이 소금간의 부재가 거의 어이없기까지 하다. 요즘의 무생채, 특히 음식점에서 내놓는 건 소금이 아닌 설탕에 절인다는 것을 아는가? 집에서 아무리 설탕을 써 보아도 무생채에서 이런 수준의 단맛을 낼 수 없기 궁금했는데 비밀이 설탕 절임임을 알고 참으로 놀랐다. 이제 단맛이 그런 수준으로 침투했구나. 소금간은 안 맞는데 설탕은 거의 들이붓다시피한 무생채가 그것도 색깔만 달리 두 접시나 있으니 사실 냉면의 맛은 묵살당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단맛의 속성이 잘라주는 맛임을 감안하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써 봐야 근시안적인 맛의 불균형만 낳을 뿐이다.
하여간 서령의 냉면은 보기 좋게, 예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만큼 맛있지 않다. 더군다나 시각적 완성도도 뜯어보면 정말 그 자체에만 몰두한 결과지 고명을 활용해 맛을 자아내겠다는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겹치는 지단과 삶은 계란, 예쁘기만 한 생오이채, 이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얇게 저며야 할 쇠고기 사태살까지 모든 요소가 다 맛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 아무도 이런 냉면을 먹겠다고 특히 한여름에 줄 서서 기다리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