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 초풍 외계인 록 듀오, 앙진 드 푸아트린(Angine de Poitrine)
그러니까 지난 2월 초 앙진 드 푸아트린(프랑스어로 ‘심근경색’, Angina Pectoris)의 영상을 유튜브 KEXP 채널에서 처음 보았을 때 난 ‘기믹’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넘겨 짚었다. 그래서 영상을 한 3분 정도 보다가 말고 폰으로 앨범을 찾아 들었다. 음악만 들어도 좋으면 영상을 각 잡고 다시 보아야지. 음악은 정말 좋았고 나는 영상을 다시 진지하게 끝까지 보고 보고 보고 또 보았다. 치솟다 못해 1천7백만을 찍은 조회수와 더불어 늘어가는 99.9퍼센트의 긍정적인 덧글을 읽는 재미는 그저 덤이었다. ‘뭔지도 모르고 아이와 함께 듣다가 춤을 추었다’는 한국어 덧글이 최고였다.
‘기믹’이 분명 이들의 경험을 완성시켜 주기는 한다. 음악이 좋기는 좋지만 공감각적 차원에서는 이 말도 안되는 땡땡이 무늬의 가면과 의상이 없다면 흥겨움이 상당히 떨어질 것은 뻔하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이해하려고 처음에 그랬듯 앙진 드 푸아트린은 음악만 들어도 좋다. 일반적인 반음 간격에서 더 쪼갠 미세 음계와 변박과 폴리리듬, 그리고 이들을 테크노의 방법론으로 반복 연주하면서 빚어내는 긴장감 및 박진감이 그야말로 발군이다. 시류를 따라 그냥 단순하게 ‘매스 록’이라 규정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그럼 아방가르드적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자못 납작해진다.
얼핏 보기만 해도 각각의 연주력 뿐만 아니라 둘의 팀워크가 엄청 좋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는데, 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연주를 같이 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 KEXP의 영상이 폭발하자마자 이들의 과거 영상 링크가 떠돌아 다니기 시작했는데, 딱히 이들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 같은 건 없었기 때문에 ‘그렇구나’라고 쓱 보고 넘어갔다(다들 그러는 분위기다. 잔치집에서 똥 싸지 말라는 반응이랄까). 다만 이전의 음악들이 너무 달랐고 또한 별 재미가 없었으므로 이들이 ‘기믹’까지 포함해 이런 음악을 찾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드럼이야 드럼이고, 기타와 베이스를 한꺼번에 활용하는 이들 사운드의 핵심은 ‘루퍼’다. 말 그대로 원하는 악절을 녹음시켜 재생해주는 장치로, 다른 ‘이펙터’들과 마찬가지로 주로 발로 조작하는 페달 형태가 대부분이다. 필요에 따라 기타와 베이스를 번걸아가면서 이 루퍼에 녹음시켜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가운데 그 위에 또 다른 기타와 베이스의 악절을 얹는 원리다. 이들의 인기가 폭발하자마자 커버 연주 영상들도 마구 올라왔는데, 기타만 보통 4트랙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이들은 고향(? 외계인인데…)인 퀘벡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에서 10만 명 관중을 두고 연주했다. 그리고 어제, 아니 오늘 후지 록 페스티발의 영상이 올라왔는데 인기가 올라가는 만큼 적응도 잘 하는듯 탄탄한 연주를 보여주고 있어, 자극을 받아 미루고 미루던 글을 드디어 썼다. 외계인이라는 설정이나 땡땡이 의상 등의 기믹이 웃긴 건 맞는데 그것만 보고 이상하다고 그러기엔 음악이 너무 좋다. 제발 내한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제 머리통에 불도 엄청 크게 들어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