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화의 어려움
사회인이 되고 나니 대체 스스로를 사회화 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연말이 되니 대체 왜 그리 파티가 많은지, 가기도 귀찮고 안 가기는 뭐한 상황들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것도 종종 귀찮아지곤 합니다.
오늘은 회사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었습니다. 보통은 High Museum이라고, Richard Meier 디자인의 미술관에서 가지곤 했는데, 최근 아틀란타에 지어진 미국에서 가장 큰 수족관, Georgia Aquarium이 제가 다니는 회사에 의해 디자인된 관계로 다른 업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여기에서 할 기회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사실 격식을 차리는 자리를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어쩔때는 쉬어도 모자를 법한 토요일 저녁에 불편한 옷을 차려입고 어딘가를 가는 자체가 싫어질 때도 있지만, 이제는 싫다고 무조건 안 하는 때는 지나버린 것입니다.
그리하여 적당히 밥 먹고, 수족관 돌아보고 디저트도 먹고 의미없는 수다도 떨다가 완전히 파티가 파하기 전 수족관을 나서서 친구들이 모여있는 바로 향합니다. 그래도 미국에서는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생일파티가 겹친 것인데 수족관을 나설때는 정말 귀찮아서 가기 싫었지만, 전화를 때려보니 가고 싶어집니다. 또 너무 많이 먹어서 이대로 집에 들어가서 삐대다가는 아침에 일어나기조차 힘들 것도 같았습니다. 사실은 내일 아침에 출근해야 합니다. 일요일에…
시간은 이미 자정을 거의 향했지만 친구들은 거의 가지 않고 모여 있었고, 파티에서 바로 온지라 정장차림이 스스로에서 위화감을 불어넣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반갑지 않을리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술 한 잔 먹지 않은채로 한 시 반을 넘길때까지 수다를 떨고서야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그래도 다들 한 마디씩 해줍니다. 네가 와서 기쁘다고… 왜냐하면, 다들 저희 회사 파티가 아주 성대하게 자정까지 벌어질 것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들은 4년째 이곳에서 사는 동안 거의 유일하게 영어가 되든 되지 않든 어울릴 수 있는 친구들입니다. 저도 이들을 만나면 특별히 신경써서 영어를 더 잘하려고 하지 않고, 또 이들도 저를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보다는 조금 더 후한 인내심으로 저의 버벅거림을 용서해줍니다. 그리하여 우리말을 할 수 없어도 이들과의 수다는 늘 즐거운 법입니다.
이런 날, 피곤해도, 또 내일 출근해야만 하는 상황이어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즐겁기 마련입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사람을 만나기에는 아는 사람도, 또 걸어다닐만한 길거리도 없는 섬과 같은 이런 도시에서, 사회화는 숙제와 같이 부담스럽습니다만, 가끔은 보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처럼.
더 늦기전에 회사에 가려면 자야될 것 같습니다. 사진은, 처음으로 내용과 연관이 있는 것인데, 오늘 찍은 물고기 사진 중 하나입니다. 제가 가본 수족관들은 꼭 복층의 공간에 이렇게 큰 수조를 박아놓고 온갖 종의 물고기를 섞어놔서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큰 고기와 작은 고기가 몰려 다니는 걸 보기 좋아합니다. 잡아 먹히지 않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해서일까요?
# by bluexmas | 2005/12/11 16:35 | Life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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